▲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의 막내아들 정모 군에게 제기된 세월호 유가족 명예훼손 혐의가 고소인 오모 씨의 고소 취하로 각하 처리됐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의 막내아들 정모 군의 고소건이 각하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군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발송한 세월호 유가족 오모 씨가 고소를 취하한 것. 해당 사건을 담당한 서울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씨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각하 처리돼 사건이 종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고소를 취하한 정확한 시점과 그 배경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오 씨가) 고소를 취하했다”는 게 관계자가 해줄 수 있는 답변의 전부였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이들의 법률 자문을 돕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측도 사건 취재에 난색을 표시했다.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세월호 유가족들은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와 만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게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길 원할 뿐”이라면서 “정 군을 비롯해 나이가 어린 아이들, 진심으로 사과한 네티즌들의 경우 고소를 취하했다”고 설명했다.

▲ 막내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그는 논란이 벌어진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과한 뒤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될 당시에도 참았던 눈물을 보이며 재차 사과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 전 대표도 부인 김영명 씨와 아들 정 군을 대동하고 고소인 오 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당시 정 전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와 정 군의 반성하는 태도가 오 씨의 마음을 열었다는 후문이다.

당초 오 씨는 경찰에 고소장을 발송할 당시만 해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연판장을 돌려 세월호 유가족 100인의 서명을 받는 등 추가적인 법적 대응도 예고했던 터. 때문에 정 전 대표가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고소건으로 세간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앞날을 걱정했던 것. 게다가 재수생인 정 군이 사건 발생 이후 재수학원을 가지 못할 만큼 힘들어해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선 “유력 정치인이기 전에 정 전 대표도 아버지 아니냐. 고소인 역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정 전 대표의 인간적 호소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자세한 답변을 듣기 위해 정 군의 고소를 취하한 오 씨에게 다양한 채널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고,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답변을 미뤘다. 정 전 대표 측도 1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소가 취하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 전 대표의) 개인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알아볼 길이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앞서 정 군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5일째가 되던 지난 4월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고 적어 논란을 빚었다.

이에 오 씨는 “정 군이 쓴 글에는 ‘국민’이라고 표현됐지만 글의 맥락상 대통령과 국무총리와 함께 있었던 것은 ‘유족’이었다. 유족을 미개하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정 군을 고소했다. 당시 서울시장 출마를 앞둔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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