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청사관리규정 일부 개정, 국회서 농성 벌이거나 국회 재산에 피해를 입혔던 자 일정기간 국회 출입 제한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그간 사문화됐던 국회청사관리규정 일부가 개정되면서 규범력을 얻게 됐다. 앞서 대상자와 출입기간이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국가 인권위원회로부터 권고를 받았던 국회 출입제한대상 기준과 그 처분이 확실해진 것이다. 이에 향후 정의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언제든지 국회에서 농성을 하거나 국회 재산에 피해를 준 경우,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

▲ 개정된 국회청사관리규정을 적용할 경우, 국회에서 농성을 하면서 국회 정문 일부를 훼손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국회의장은 국회출입을 금지시킬 수 있게 된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회농성에서 철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회공보에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발효한 국회출입제한 개정이 올라왔다. 10일 ‘국회공보 제2014-146호’에 실린 국회청사관리규정 일부개정규정이 그것이다.

해당 규정은 국회출입제한사유를 열거하고 있었지만 앞서 지난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이유로 개정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출입제한대상자가 명확하지 않고, 선정기준과 제한기간을 따로 규정하지 않아 무한대로 확대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대상자와 제한기간을 명확히 하고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출입을 금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나아가 출입제한대상자를 적법한 절차없이 국회에 제한대상자를 출입시킨 사람까지 제한대상에 포함시켰다. 

정의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만들어진 해당 규정의 법적 지위는 법률보다는 하위지만 대통령령과 동등하거나 최소한 장관의 부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명목상 해당 규정은 공공기관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그 이면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도 하다.

특히 문제되는 규정은 5조 8호와 6조 2항으로,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거나 국회의 재산에 피해를 입혔던 자는 국회의장의 권한으로 일정기간 국회 출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추가로 이 같은 ‘제한대상자’를 국회에 출입시킨 자도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 세월호 유족뿐 아니라 의원 보좌관들도 출입제한 가능

실제 지난 여름, 세월호 유족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담은 편지를 국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경찰 등과 몸싸움을 벌였고 국회 정문이 일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정 의장이 이날 발효한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앞으로 유족들의 국회출입은 의장의 권한으로 금지될 수 있다. 아울러 당시 세월호 유족들을 국회 및 의원회관에 출입케 했던 의원 및 그 보좌진들까지 제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 개정 내용과 출입금지 기간. 정치권 관계자는 "출입금지 기간도 너무 길고, 졸속처리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밖에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를 앞두고 공무원 노조의 반대집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앞서 새누리당과 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개혁 공청회 당시 공무원 노조가 반발하면서 공청회가 무산된 바 있다.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경우 공무원노조의 반발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근거규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물론 해당 규정이 엄격하게 시행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거규정이 생김으로써 언제든 국회가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나 집회에 대해 경찰력을 동원하거나 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야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오래되어 사문화된 규정을 개정한 취지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출입제한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 등 졸속 처리됐다는 느낌이 있고, 세월호 유족들을 차량을 이용해 출입시켰던 보좌관들을 겨냥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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