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포스코에 사정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는 그룹 전반의 비리를 훑어보는 수순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때문에 과거부터 제기됐던 각종 의혹들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계열사 포스메이트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임박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포스코는 계열사 포스메이트에 ‘부당 일감 지원’을 한 정황이 포착돼 조사를 받아왔다.

포스메이트는 퇴직 임직원들의 모임인 ‘포스코동우회’가 1990년 설립한 회사로, 포스코 계열사 건물의 시설 관리 등을 도맡아하며 급성장한 기업이다. 설립 초기 100%의 지분율을 유지하던 ‘포스코동우회’는 몇 차례의 유상증자가 실시되는 과정에서 지분율을 낮췄다. 유상증자에 참여한 포스코가 지분율을 높이면서 이 회사는 2005년 포스코 계열사에 편입됐다. 현재 지분구조는 포스코가 57.3%, 포스코건설이 11%, 포스코동우회가 3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메이트는 그간 ‘전관예우’와 ‘퇴직임원 밥그릇 챙겨주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는 논란을 사왔던 곳이다. 그룹 일감 지원으로 매출을 거둬 이 중 상당액을 배당금 명목으로 ‘포스코동우회’에 안겨준 것이 배경이 됐다. 실제로 내부거래율이 60~70%에 달했던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포스코동우회가 챙긴 배당금만 97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포스코동우회 회원들의 축의금, 경조금 등에 사용됐다. 이 때문에 사정당국에선 포스코동우회와의 유착관계, 포스메이트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예의주시해왔다.

이에 <시사위크>는 베일에 쌓여있는 포스메이트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포스코 내부 비리 고발자’로 이름을 알린 포스메이트 전 직원 정진극(33)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포스메이트 전 직원 정진극 씨.
정진극 씨는 지난 2012년 포스코의 ‘동반성장 실적 조작’과 포스메이트 내  ‘불공정행위’를 내부 고발한 뒤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 1심과 2심 등을 통해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끝내 회사로 돌아가진 못했다. 지난 3년간 ‘공익신고자 권리 보호’를 위해 힘써오던 그는 지난달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비서관으로 영입돼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기자는 지난 17일 권은희 의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포스메이트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는지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지난 2009년 포스크 재무팀에서 9개월 간 인턴생활을 한 후, 이듬해인 2010년 계열사인 포스메이트에 입사했다. 입사한 후에는 회계팀에서 법인카드 담당 업무를 했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법인카드 유용 실태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그러다 2011년 4월부터는 상생협력팀에서 ‘동반성장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이 때 ‘회사 내 취업규칙 위반 사례’나 ‘동반성장 실적 조작’ 등의 비위 행위를 알게 되면서 문제의식을 갖고 내부 제보를 했다. 하지만 제보와 동시에 신분이 노출되면서 압박에 시달리다 2012년 9월 해고를 당했다.”

-포스메이트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데, 포스코동우회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궁금하다.
“두 곳은 거의 한 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포스메이트와 포스코동우회는 같은 건물에 같은 층을 쓰고 있는데, 문 하나만 열면 바로 ‘포스코동우회’ 사무실이다. 사무실 거리만 가까운 게 아니었다. 포스메이트 직원이 ‘포스코동우회’로 가기도 하고, 동우회 직원이 포스메이트로 오기도 하는 등 교류가 이뤄졌다. 근무 당시 포스코동우회에서 경리 업무를 보는 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직원은 포스메이트 소속이었다.”

-그렇다면 포스메이트 직원들이 포스코동우회가 주최하는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었나.
“내가 근무할 때는 많았다. 포스메이트가 골프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 곳에서 포스코동우회 회원인 퇴직임원들의 친목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그 때 포스메이트 직원들은 다 나가서  OB(퇴직임원)들이 도착하면 차를 주차해주거나 골프가방을 날라주는 등의 잡일을 했다. 나도 수십 번도 넘게 그런 식으로 동원돼 나간 적이 있다.”

- 내부거래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자. 알다시피 포스메이트는 포스코 계열사들 건물의 시설관리 용역 업무를 독점하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통상 부당한 거래 지원 혐의가 성립되려면, 유리한 거래 조건을 제시한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근무 당시, 영업팀으로부터 포스메이트의 용역 단가가 다른 회사들보다 3배 가량 비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서 포스코 외 다른 회사들로부터 용역 계약을 따내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포스코 계열사들은 다른 용역사와 싼 값에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비싼 단가를 맞춰주고 있는 셈이 된다.”

▲ 포스메이트 전 직원 정진극 씨.
- 혹시 포스메이트의 하도급 용역 업체들 중에도 ‘퇴직 임원들’이 운영하는 곳도 있었나.
“근무 당시 거래 협력 업체가 50여개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중 상당수가 ‘포스코 출신’이 운영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 ‘동반성장업무’를 담당할 때 협력업체들과 미팅을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 ‘포스코에서 팀장이나 임원까지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계약서상 협력업체는 ‘을’인데 이런 말을 해버리면 ‘갑을관계’가 역전돼 버린다. 포스코 임원 출신이 있는 협력사에 계약 특혜를 제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댈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출신 성분을 어필하는 회사들과 지속적으로 거래가 됐다는 점이다.”

- 구체적으로 특혜 제공을 의심할만한 업체는 없었나. 
“업체 등록 기준을 바꿔 계약을 한 경우는 있었다. 통상 업체등록이 되려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보안업체면 국가 공인 자격증을 취득한 기간, 연간실적 등이 고려 대상이다. 그런데 내가 업무를 맡을 때, 이 기준에 하나도 맞는 게 없는 포스코 임원 출신 운영 업체가 등록을 시도했다. 이 때 포스메이트 임원이 나한테 직접 와서 ‘업체 등록 기준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업체등록기준을 바꿨더니 회사는 이 업체와 바로 계약했다.”

포스메이트는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협력업체에게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런데 포스코 임원 출신 사장이 앉아 있는 업체에 자금 지원을 하면 진정한 동반성장 의미가 있을 지 의문이다. 이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퇴직임원 배불려주기’가 아니겠는가. ”

- 일부 공기업들에서 벌어졌던 ‘퇴직임원 일감몰아주기’와 비슷한 형태로 보인다.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포스코 계열사들이 포스메이트에 일감을 주면, 이것을 받아 포스메이트가 퇴직임원들에게 일감을 주는 구조다. 그리고 포스코 내 임직원들이 퇴직하면 이런 구조 속에서 혜택을 볼 수 있게 되니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관피아’ ‘철피아’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시점에 글로벌 기업인 포스코가 이런 구조를 품고 있다는 것은 바람하지 못하다. 포스코가 진정한 위상을 갖추기 위해선 이런 유착 구조부터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포스코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엔 소모성자재업종인 엔투비의 지분을 포스메이트에 넘기면서 또 다른 안정적인 내부거래 매출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줬다.”

- 최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 사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얼마나 많은 비리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덮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번 포스코건설 사건 역시, 당시 감사실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를 포착했지만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렇게 대부분의 내부 비리들은 알고도 덮어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포스코는 체계적인 내부고발 제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제대로 작동시키기 못하고 있다. 내 경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내부고발하자마자 신분이 바로 노출됐다. 과연 누가 내부 고발을 할 수 있겠나.”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내부고발을 하고 직장을 잃는 등 지난 3년간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느낀 것도 많았다.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다. 해고 된 후에 공익신고자지원센터에서 일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권은희 의원을 도와 법 개정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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