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서울 서교동 홍대 부근에 신선해물전문점을 개업하고 음식점 사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전복해물뚝배기를 추천 메뉴로 소개하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사장님’이었다. 그는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부근에 신선해물전문점 ‘별주부짱’을 개업했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가게 문을 열었으나, 이 같은 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기자가 방문한 9일까지 지난 10일간 취재진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은 “불편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취재에 응하지 않으니 사진을 몰래 찍어가더라. 그래도 어쩌겠나. 몰래 찍는 걸 못하게 막을 수는 없지 않냐”며 웃어 넘겼다. 껄껄껄 웃음소리에 조 전 비서관의 여유가 묻어나왔지만, 그는 기자의 공식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조 전 비서관은 기자와의 가벼운 대화에는 응했다.

◇ “성완종 자살, 바보 같은 선택… 나는 달라”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원망하느냐고 묻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래서 대통령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답했는데, 그게 보도가 되는 것을 보고 이젠 그런 얘기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박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재차 강조하며 “열과 성을 다해 일했는데, 그 일을 공개석상에서 말해야 한다는 게 참담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앞서 조 전 비서관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자료 17건을 박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다. 이와 관련, 조 전 비서관은 “주어진 소임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 가족이나 부하 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기자와 만난 이날도 그랬다. 조 전 비서관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도중 자살을 택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거론하며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 나 또한 사건 발생 당시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까 아내가 우려했지만, 나는 다르다”면서 향후 재판에 최선을 다해 결백을 밝힐 각오를 나타냈다.

이어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 초 검찰에 출두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기자들이 몰려들면 모양 빠질까봐 나는 손들고 인사까지 했다. 그런데 성 전 회장은 검찰에 들어갈 때 여유를 보인 것과 달리 나올 때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 의아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검찰에 출두하면서 취재진에게 “지금 걱정되는 게 (기자들에게) 떠밀려 도망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도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넉 달 후. 조 전 비서관의 부탁은 달라졌다. ‘장사는 잘 되느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도와주십쇼”라며 고개를 연신 숙였다. 그의 관심은 음식점 사장님답게 손님들의 반응이다. ‘친절하다’는 평가가 많다는 기자의 귀띔에 “맛있다고 소문나야 하는데, 큰일이다. 더 분발해야겠다”고 말했다.

◇ 공판 앞두고도 ‘맛’ 걱정, 손수 영업 마감

한편, 조 전 비서관의 깜짝 변신은 백수 탈출을 위한 선택이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관련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무직으로 마냥 놀 수만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가게 문을 열기까지 무직자로 지내왔다. 물론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검사와 변호사 등을 지낸 법조계 경력을 살려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권유받았으나 “땀 흘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는 정직한 육체노동”을 택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을’로 살아가고 싶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바람이다.

이날 조 전 비서관은 “쓰레기 분리와 영업 마감은 내 담당이다. 내일(10일) 공판이 예정돼 있어 일찍 퇴근하면 좋겠지만, 아내가 마감을 못할까봐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며 끝까지 가게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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