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총선을 준비해오던 박종현 정의당 후보는 1년 앞당겨 출마를 강행했다. 늦은 출발과 첫 출마라는 점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이 부진하지만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출마”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시사위크|인천=소미연 기자] 여야 양강구도로 굳혀지면서 박종현 정의당 후보는 언론의 관심에서 빗겨갔다. 주변에서 “소외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놓을 만큼 어려운 선거에 직면해 있지만, 정작 박 후보는 말을 아꼈다. 대신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지난 2006년 이후 진보정당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9년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밤낮을 잊었다.

<시사위크>가 지난 4일 인천 서구 마전동 검단사거리에서 박 후보를 만난 시간도 저녁 8시였다. 그는 먹자골목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했다. 반응은 좋았다. 특히 한 카페에서 만난 대학생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박 후보의 미소가 번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대학생들과 얘기가 길어졌다. 무슨 얘길 나눴나.
“공약이 뭡니까. 처음으로 질문을 받았다. 검단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게 질문의 요지인데, 제 대답은 이렇다. 우리나라 경제적인 문제나 부동산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 남은 임기 1년 동안 다시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대신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구성하고 확장해서 교육문화혁신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서 주변 사람들이 몰리는 곳으로 만들어야 중단된 지하철 문제, 대학 유치 문제 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는데, 크게 호응을 해줬다. 솔직히 신도시 문제는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다. 다만,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현 상황이 좋아지는 대로 마땅히 신도시 재추진 1순위를 주장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현재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가 당선되면 가능하다’는 식의 주장은 허황된 공약이라고 본다.”

- 그래서 검단 주민들이 각 후보들에게 구체적 방안을 물어본 게 아닌가.
“임기 1년인데 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원래 신도시 사업은 국가사업이 아닌가. 결국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 중심으로 나서야 한다. 그동안 저는 이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학생들은 콩나물시루처럼 돼있고, 체육시설은커녕 도서관도 없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방치한 게 아닌가. 지금껏 큰 개발 얘기만 하고 정작 이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인프라 문제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앞서 말한 교육문화혁신도시가 제가 제시하는 해법이다.”

- 유일하게 강화 출신 후보다. 반응은 어떤가.
“뜨겁다. 반응은 뜨거운데, 지지를 유보하시는 분들도 많다. 급하게 출마하면서 아직 검증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게 지지를 유보하신 분들의 설명이었다. 반대로 밑도 끝도 없이 지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다. 워낙 상대 후보들이 거물이고 저희 정당이 3당이다 보니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젊으니까 잘해보라는 말씀을 많이들 해 주셨다.”

- ‘잘해봐라’는 말의 속뜻이 다양하게 해석되는데.
“기본적으론 강화에 새로운 정치인의 탄생을 기뻐해주신다. 그동안 안덕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강화 출신의 마지막 주자와 다름없었다. 그 뒤로 주자들이 없다가 새로운 주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기뻐하고,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 여당 후보, 또는 제1야당 후보로 나왔으면 당선에 더 유리했을지도 모를 텐데.
“실제로 그런 말씀들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단호하게 말씀드린다. 성완종 게이트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과연 우리 사회 미래를 이끌어갈 정당인가.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다른가. 둘 다 아니다. 그래서 안철수 열풍이 나타난 게 아닌가.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다. 정의당이 그 기대를 모두 담지 못해서 아직은 작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는 그 일원으로서 어렵지만 그 길을 가겠다고 말이다.”

- 이번 출마 결정도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렇다. 물론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갑작스런 출마는 아니다. 다만, 안 전 의원의 당선무효형 선고가 지난달 12일 확정되면서 선거를 한 달 준비할 거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너무 부족한 게 많다. 한 달 만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준비된 사람도 힘든 일이다.”

- 늦게 시작한 만큼 인지도와 지지율에도 타격을 받았을 텐데.
“신뢰성은 잘 모르겠지만, 여론조사 결과 처음 지지율은 0.7%에 불과했다. 이후 7.4%까지 지지율이 올랐다. 적극 투표층에선 8.1%까지 지지율이 나오더라. 이번 주말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또 달라지지 않겠나. 지지율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단 2~4동에서 출퇴근하는 젊은 지역 주민들은 많이들 알아봐 주시는데, 제가 출마한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제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선 사표심리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신 후보와 합치면 안 되겠느냐는 단일화 요구를 많이 듣고 있다. ‘제대로 된 야당’을 내세운 정의당, 젊은 후보, 지킬 수 있는 공약, 모두 마음에 들지만 인천을 빚더미에 앉힌 안 후보가 당선되면 안 되기 때문에 2번을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게 야권을 지지하시는 분들의 공통된 말씀이다. 반면, 평생 2번을 찍어봐야 변하지 않더라, 정신을 차려야 한다, 다른 선택도 있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이 형성돼 있다. 비록 당선이 안 되더라도 박종현의 지지율,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만큼 우리 정치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다. 그래서 남은 시간 얼마든지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금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여야 할 것 없이 욕을 먹고 있지 않나. 저희는 MB 자원외교를 들춘, 진실을 파헤치는 입장이다. 저희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 믿고, 주민을 믿고, 열심히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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