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정동영 후보는 부자증세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 말했다. 그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복지를 통해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는 결국 재정의 문제인데, 재벌증세 부자증세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른 새벽, 비좁은 고시원을 나서는 정동영 후보를 만났다. 과도하게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많이 피곤하시냐’고 물었더니 “유권자들하고 얘기하는데 하도 가까이서 이야기 했더니 침이 눈에 많이 튀었다. 결막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가까이서 이야기를 했기에 침 때문에 결막염이 걸리느냐’는 반문에 그는 “열성적으로 유권자들과 악수하고 이야기하면 그럴 수 있다”며 “눈이 많이 흉한데, 그렇다고 선글라스를 쓸 수도 없고…”라며 다소 쿨(?)하게 받아들였다. 새벽부터 이어진 인터뷰에 피곤할 법도 한데, 높은 언덕을 오르는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시사위크>와 정동영 후보의 만남은 24일 새벽 6시 정동영 후보가 머물고 있는 대학동 고시원 앞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1문 1답이다.

- 좁은 고시원 방에 살아보니 어떤가.

“너무 춥다. 방바닥이 너무 차서 불을 좀 올려달라고 했더니, 불을 안 올려줬다. 온도를 전체적으로 20도에 맞춰서 하는 것 같다. 그보다도 마음이 추운 것 아니겠느냐. 좁은 공간에 공동화장실을 쓰는 고시텔들도 있는데, 미래가 보장돼 있으면 마음이 안 춥다. 그런데 미래가 불안하니 청년들이 더 추울 것 같다.

행시 사시 세무사 감정평가사 노무사 공무원시험 등등 성공해서 떠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서 실패하고 좌절한다. 마음이 아리다. 그래서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지 않을 수 있다 청춘’이라는 문구를 선거현수막 아래 붙였다.”

- 최근 SNS를 통해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 일각에서는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단지 이 지역 청년들의 삶을 내가 직접 체험하고 알아보려고 공부한 것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 정동영 후보는 기자에게 꼬깃꼬깃한 모습의 지폐를 보여줬다. 한 아주머니가 "많이 안 되지만 내 마음"이라며 준 것이라고 한다.
- 처음 관악을 출마할 때 자신을 야권심판, 야권재편의 도구로 써 달라고 했다. 유권자들에게 그 진정성을 전달하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눈물을 흘리게 되는 유세장이 꽤 많다. 어제도 신원시장 앞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목이 메는 경우가 많다. 어제인가 밤 10시가 넘어서 영업을 끝낸 한 식당의 아주머니가 팔을 잡더니 날 골목길로 이끌더라. ‘얼마 안 되는데 내 마음’이라며 이걸(꼬깃꼬깃 접힌 돈) 줬다.

아주 조그마한 식당이었다. 그 양반도 참 힘들게 살고 있을 텐데, 둘 다 목이 메 말은 못하고 손만 잡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유세장에서 했더니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셨다.”

- 그 분들이 정동영 후보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 동네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이 산다. 정말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힘을 좀 써 달라. 그런 부탁들이라고 본다. 그분들에 제게 전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바로 그거다. 없는 사람도 먹고살 수 있는 정치, 복지국가의 정치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복지를 통해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는 결국 재정의 문제인데, 재벌증세 부자증세를 외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 내가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게 시민들에게 설득이 되고 있다고 본다.”

- 지금 새정치민주연합도 부자증세와 복지국가를 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담뱃값 인상으로 골목길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서민들이 많다. 사실 담뱃값 인상은 서민증세가 아니냐. 서민들을 위해서 이거 하나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는 게 서민정당이라고 표방할 수 있겠느냐. 서민들 등골을 빼먹고 있다는 울분들이 많이 있다.

제가 말하는 기득권 정치라는 것은 세금을 가지고 누구를 보호하느냐의 문제에서 재벌, 대기업, 부유층, 기득권 등을 보호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번 선거는 그래서 서민증세 세력과 재벌증세 세력의 대결이라고 본다.”

- 큰 그림에서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말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같은 경우는 그보다는 투자를 통한 개발을 표방하고 있다. 오신환 후보의 예산편성과 관악발전 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옛날 선거에서 고무신을 한 짝씩 돌리면서 표를 구걸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 옛 시절 정치의 복사판과 다름없다. 솔직히 그 동안 정권을 오랫동안 잡은 세력이 누구였느냐. 자신들이 이렇게 빈부격차를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야당 탓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관악시민들을 지금 현혹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처음 출마할 당시, 야권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당시 처음으로 35대 65 구도를 말하며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는 없다’고 말했다. 65를 가지고 정태호 후보와 경쟁한다는 말인데, 이 가운데 얼마나 가졌다고 생각하는지.

“사람의 깊은 마음속을 다 알기는 어렵다. 이른바 바닥표심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바닥민심은 이미 뒤집혔다. 알다시피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정동영이 선거를 많이 해봤다. 수만 명 단위를 만나지 않았었느냐. 악수만 해봐도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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