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제주 구럼비 해안의 발파작업이 결국 강행됐다. 발파를 저지하려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의 힘은 넘지 못했다.

발파 소식이 알려진 7일 오전 3시께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 활동가들이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해군기지 인근 강정천 교량과 사거리 도로에는 차량을 길게 줄지어 세운 '바리게이트'가 설치됐다. 화약을 실은 차량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다.
 
오전 8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애틋한 몸부림에도 불구, 해군기지 공사 부지에 발파용 화약을 실은 차가 진입했다. 예상됐던 대로 시위대와 경찰이 첫번째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강정주민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펼치던 활동가 등 1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구럼비 발파 현장에 1,0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새벽부터 모인 시위대가 강제 해산된 것은 불과 30여분 만이었다.

오전 11시 23분께.

구럼비 바위 인근에서 첫 번째 폭발음이 들렸다.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난 암반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이를 계기로 시위대와 경찰이 두 번째로 충돌했다.
 
오후 4시부터는 15~20분 간격으로 5차례의 발파가 이어졌고 이날 하루 총 6차례의 폭발음이 강정마을을 뒤흔들었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오전 11시께 해군 측에 공사정지 협조를 위한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공문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1차 발파 후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운동가들은 2차 발파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해안을 통해 구럼비 바위 진입을 시도한 것. 이 과정에서 해군 경비함과 반대운동가들 사이에 쫒고 쫒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일부 해군기지 반대 운동가들은 헤엄을 쳐 구럼비 바위까지 올라갔지만 상당수는 해경 경비함에 막혀 강정포구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오후 3시 30분께.

제주도는 해군참모총장 앞으로 청문실시 통지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계획대로 공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7일 브리핑을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오늘 낮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를 위한 사전예고 및 공사정지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국방부는 제주도지사가 주관하는 청문절차에는 협조하되 공사는 계획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도가 이날 발송한 공사정지 협조요청 공문과 관련해 국방부는 “공유수면매립 허가 취소를 위한 사전절차로 보인다”면서 “만약 제주지사가 공사중지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보해오면 국방부는 절차에 따라 대응방향을 정해 나가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제주도지사가 주관하는 청문절차에 국방부는 적극 협조하고 군의 입장을 설명할 것이다”면서 “청문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는 계획대로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해군기지 규모는 49만㎡(14.9만평)으로 총 공사비는 9,776억원에 달하며 크게 항만공사와 육상공사로 진행된다.
 
항만공사에서는 1공구로 서·남방파제와 크루즈선 공용부두, 2공구로 군전용 부두와 동방파제 등이 건설된다. 또 육상공사에서는 지휘, 종교, 복지, 체육 등 시설이 건립될 예정이다.
 
제주해군기지는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수중평탄화, 강정해안 케이슨 제작장 부지조성 등 본격적인 항만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국방부가 공사중지 불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음에도 야권을 비롯한 환경·시민단체의 공사 반대는 확산되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7일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군과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구럼비 바위 발파를 강행한 정부를 규탄했다.
 
정 고문은 “발파를 막기위해 여러분이 애타는 마음으로 응원을 하셨는데 구럼비는 결국 깨지고 말았다”며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인터넷 상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구럼비 바위 폭파를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매서운 비난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omg****)은 "구럼비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으로 바위의 폭만 1.2km인데 그게 한 덩어리. 게다가 바위에서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에서 유일한 바위 습지지대로서 2004년 구럼비와 일대 해안은 절대보존지구로 지정까지 된 바 있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또 다른 네티즌(kim7***)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구럼비 폭파. 왜? 남산 깎아서 시멘트 공장이라도 짓지?"라고 정부의 강행군에 대해 비아냥 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전쟁 중에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이 있었습니다. '빨치산은 금방 빠져 나갈 것이나 문화재를 잃으면 복구할 길이 없다'"라는 일화를 예로 들어 현 상황을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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