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재보선 관악을에 당선된 오신환 의원. 27년 야당의 성지에 당당히 깃발을 꽂았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변이 일어났다. 혹자는 ‘야권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었다’고도 했다. ‘1년짜리 국회의원’이라는 비아냥도 야권에서 나온다. 그러나 정작 내부의 여론은 다르다. 지지층은 물론이고 지지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그에게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27년 동안 야권의 성지였던 관악을에 처음으로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오신환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재보선 사전투표가 있었던 지난 4월 24일 오후의 일이다. 관악주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법시험 존치공약을 두고 ‘관악발전협의회’에서 주최한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다른 후보들이 원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데 그친 반면, 오신환 당시 후보는 발의 내용부터 로스쿨과의 병존까지 세부적인 존치 복안을 제시했다. 꺼져가던 사시존치에 새로운 희망을 본 관악주민들의 여론은 들썩였다.

뿐만 아니다. 신림선 경전철 조기착공과 강남아파트 재건축 등 주민 눈높이와 동 단위까지 고려한 꼼꼼한 오신환표 공약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입소문을 타고 흐른 오신환 의원에 대한 좋은 평가는 결국 44%라는 높은 득표율로 이어졌고 승리로 마감했다. 물론 여기에는 1년 동안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했을 터다.

이제 공은 오신환 의원에게 넘어왔다. 관악을은 여전히 야권강세지역이고 새정치연합은 ‘고토회복’을 위해 강하게 역공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그가 내어놓은 공약을 얼마나 주워 담느냐에 따라 관악주민의 민심은 더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신환 의원에게는 지금도 ‘선거국면’이나 마찬가지다. “관악주민들의 기대가 커서 어깨가 많이 무겁다. 그래서 게을리 하거나 쉴 틈이 없다”는 게 그의 각오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오신환 의원과 <시사위크>의 인터뷰는 5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오신환 의원의 관악 지역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오신환 의원과의 1문 1답.

- 오늘 새벽에 공무원연금법이 겨우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제부터 잠을 1분도 못 잤다고 들었는데, 신고식이 혹독했던 것 같다.

“합의가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여야가 국민들의 눈높이 맞는 정치를 펼쳤다는 것 자체가 좋은 의미로 본다. 그런데 국회에 와서 직접 보니까 여야가 진영논리에 갇혀서 대립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정치문화가 양당제로 고착화돼 있어 한계도 있던 것 같다.”

- 젊은 정치인이나 신인 정치인들이 그런 모습들을 깨주길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27년 야당의 텃밭에 당당히 깃발을 꽃았다. 승리의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관악을 지역은 직선제 도입 이후 현 야당세력이 집권을 해왔다. 그런데 주민들이 27년이나 기회를 주고 지지해줬으나 주민들의 기대와 사랑에 부응하지 못했다. 주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지역발전인데 계속 이념갈등만 해왔다. 그래서 관악발전을 위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해 온 저의 진정성을 높게 봐주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 당선된 후에도 관악에서 계속 머물며 주민들과 접점을 계속 늘렸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관악의 분위기는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정계에서도 관심이 많다.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다는 느낌이 든다. 기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주민들은 여야 정치적 문제를 떠나 우리 관악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만족시켜 드릴 수 있느냐는 이제 저의 몫인 것 같다.”

▲ <사진제공=오신환 의원실>
- 후보시절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정치는 잘 모르고 할 생각도 없다. 오직 관악만 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일부 다른 의원들은 초선임에도 중앙정치현안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여전히 중앙정치에는 관심이 없는가.

“사람마다 생각과 가치관이 다른 만큼 다른 의원님들의 생각이나 행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입장은 조금 다른데, 주어진 시간이 1년뿐이다. 임기가 1년이니 초선이 아니라 0.25선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다음 총선 준비기간을 제외하면 사실상 7~8개월 정도 남아 있는 것 같다. 중앙정치에 관심이 있어도 관심을 보일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그리고 중앙정치라는 게 기준이 조금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정치란 국민들이 잘먹고 잘살게 만드는 것, 그분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부분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중앙정치가 그런 의미라면 중앙정치에 관심이 많다.”

- 이제 국회 최대 현안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끝났다. 당선인사에서 반드시 사법시험 존치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는데 6월 국회에서는 본격적으로 사법시험 존치법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 언급한 것처럼 시간이 별로 없다.

“지역주민들 뿐만 아니라 사법시험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다. 당선 후 내 페이스북을 봤더니 ‘사법시험에 대한 약속 꼭 지켜라’ 등의 댓글이 엄청 많았다. 이 말은 반대로 못 지키면 두고 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압박감이 좀 크다.(웃음) 나도 진정 약속을 지키고 싶다. 유권자에 떠밀려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 소신도 그게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현재 분위기는 좋다. 특히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동아일보>에서 국민여론조사를 했더니 국민 75%가 사법시험을 존치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경제>에서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15명 의원 중 8명이 사시존치를 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또 변호사협회와 서울시 변호사협회, 법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사시 존치에 대한 공동성명을 냈다. 분위기는 형성돼 가고 있는 것 같다.”

- 현재 진척상황은 어떠한가. 사법시험 존치는 작은 사안이 결코 아니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처리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6월 초 발의를 하면 저를 중심으로 60명 정도가 공동서명을 해줄 예정이다.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공정사회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아젠다를 가지고 개혁특위를 만들 생각이다. 법제사법위원회가 가장 큰 관문인데, 현재 전략적으로 개별 의원들을 만나서 동의를 구하는 물밑 작업들을 하고 있다. 사시존치는 공정사회로 가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다.”

- 로스쿨을 옹호하는 측은 사치존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른바 ‘고시낭인’을 방지하고 실무경험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취지를 몰각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의 서열화를 깨고, 국민들에게는 더 질 좋은 법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그 취지는 잘 알고 있다. 또 다양한 실무경험을 갖춘 인재들이 법조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문제는 그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로스쿨은 고비용으로 인해 ‘돈스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명한 인사들의 자제들이 로스쿨에 입학하니까 2차 변호사시험 부터는 합격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사법시험은 성적과 명단 모두 공개한다.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이른바 ‘고시낭인’이라는 국가 인재의 비효율적 배분의 문제는 사법시험법 개정안을 별로도 마련해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로스쿨이 5번의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주는 것처럼 사법시험도 5회로 응시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발의할 존치법안에 담았다.”

▲ 오신환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를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문자를 돌려 지원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오신환 의원은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공정사회로 만들기 위한 개혁특위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현재 국회에는 다른 의원들이 발의한 사법시험존치 법안들이 있다. 오신환 의원만의 특별한 내용이 있는가.

“현재 야당에는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고, 여당에는 함진규·노철래·김용남·김학용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변호사시험법만 발의했고 저는 변호사시험법과 사법시험법 개정안을 동시에 냈다. 앞에 말한 것처럼 변호사시험 인원들도 사법시험처럼 성적과 명단을 공개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사법시험이 존치할 경우 로스쿨 재학생이 시험에 응시하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는데, 재학 중이나 휴학 중에는 응시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로스쿨 졸업생도 석사취득 5년 후부터는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에 넣었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관계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제로섬 게임으로 간다고 분열의 프레임으로 보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서로 선의의 경쟁도 하면서 국민들에게 질 높은 법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사법시험과 로스쿨이 병행하게 되면 인원비율이나 판검사 임용, 법과대학 부활 등의 문제도 쟁점으로 거론될 것 같은데.

“그 부분도 논의는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들의 생각일 뿐이다. 처음 500명으로 사법고시 인원을 명시하려고 했지만,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 자칫 인원수 문제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동력이 상실될 수 있으니 지금은 사법시험 존치라는 본질에 충실하려고 한다. 판검사 임용도 법무부에서 임용시험을 별도로 두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보고 있으나, 사법시험 존치법안 그 자체와는 무관하다.

분명한 사실은 사법시험은 기회의 균등과 정의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로스쿨 제도는 고졸자와 전문대졸자가 변호사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회적 격차가 커지는 마당에 오직 노력과 실력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남겨놓는 것,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놓아야 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 이제 관악현안으로 가보자. 공약실현을 위해 국토위를 상임위로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다. 1순위로 국토위를 냈고, 2순위로는 교문위고 3순위로 안행위를 신청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 문제로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재보선으로 등원한 4명이 모두 국토위를 소관 상임위로 원했다고 하더라. 지방 같은 경우 도로건설이나 항만 같은 사업을 위해 국토위가 용이할 수 있는데, 서울지역은 큰 연관은 없다. 다만 신림선 경전철이나 국토위에 발의돼 있는 오신환 특별법을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토위 소속이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예결위다. 관악발전을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 예결위에 소속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오신환 의원은 정치신인인데, 관악주민들을 포함해 국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이 정치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정치인, 소통되는 정치인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싶다. 그래서 전화기를 2개 쓰자고 하는 비서진들 의견도 듣지 않았다. 관악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드리는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는 진짜 제 번호다.

가끔 새벽에 술 드시고 주민들에게 전화가 와서 곤란할 때가 있긴 하다.(웃음) 그런데 그 분들의 말씀을 다 들으려고 노력한다. 이 사무실에 오시는 분들은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여기가 마지막이어서 오는 분들이다. 그래서 어떤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종합해서 피드백을 드리고 있다. 물론 제가 할 수 없는 일도 있는데, 그럴 때에도 못하는 이유에 대해 되도록 납득하실 때까지 답을 드리려고 한다. 주민들을 섬기고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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