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내곡지구 '아우디센터 강남'.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 정비공장을 지으려다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던 아우디 코리아가 결국 대법원에서도 ‘철퇴’를 맞았다.

대법원 특별2부는 9일 서초구 내곡지구 주민들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아우디 정비공장 건축 허가를 취소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1, 2심에서도 모두 승소한 바 있는 내곡지구 주민들은 대법원에서도 최종 승소하며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 정비공장이?

주민과 구청, 아우디가 얽힌 법정 다툼의 출발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토해양부는 내곡지구 중 일부 부지의 지구계획을 ‘주차장법에 의한 노외주차장 및 부대시설’로 변경했고, 서울시 SH공사는 이 땅을 민간업체에 분양했다.

분양을 받은 것은 아우디 코리아의 협력사였다. 이 업체는 2013년 9월 해당 부지에 주차전용건축물 신축 신청을 냈고, 관할인 서초구청은 이를 허가했다. 공사는 2013년 10월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이곳에 들어설 건물이 ‘아우디센터 강남’이었다는 점이다. 전체 부지에서 주차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각종 정비시설을 갖춘 자동차 정비소였다. 그런데 이곳은 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했고, 학교와 놀이터, 교회 등이 바로 옆에 있었다.

이에 내곡지구에 입주할 예정이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안전문제와 환경문제 등을 제기하며 건축 허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쟁점은 정비공장과 주차장 중 어느 것을 부대시설로 보느냐는 것이었다. 아우디 측은 주차장 시설에 정비공장이 부대시설로 들어서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주민들은 주차장이 정비공장의 부대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법정으로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주차장의 부대시설이 아니라, 정비공장의 부설 주차장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아우디 측은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이후에도 공사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갈등이 지속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대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결국 내곡지구에 건설 중이던 ‘아우디센터 강남’은 70%만 지어진 채 공사가 중단됐고, 그대로 방치됐다.

이어진 재판에서도 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주민들이 승소한 것이다. 이로써 내곡지구에 정비공장을 지으려던 아우디의 계획도 완전히 무산됐다.

내곡지구 입주민모임대표 손민상 씨는 “1, 2심을 이기긴 했지만, 대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주민들의 걱정이 많았다”며 “이제야 한시름 놓게 됐다. 그동안 마음고생했던 주민들이 모두 이번 판결을 반기고 있다”고 기뻐했다.

▲ 세곡동 주민들이 내건 아우디 정비공장 반대 현수막.
◇ 고민 깊어지는 아우디 코리아… 강남권 서비스센터 확충 ‘비상’

반면 아우디 측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최근 수입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A/S 확충이다. 수입차 판매량은 빠르게 늘고 있는데, 정비시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입차를 꺼리는 이유 중 단연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정비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정비공장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에 서비스센터를 26개 운영 중인 아우디 역시 올해 말까지 14개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다른 지역보다 서울 강남 일대의 서비스센터 확충이 시급하다. 아무래도 이 지역에 많은 고객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곡지구에 건립하려던 아우디센터 강남은 이제 수포로 돌아갔고, 대체 부지를 찾기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아우디가 물색한 또 다른 부지들 역시 바로 지척에 유치원과 노인요양시설이 자리 잡고 있어 주민들의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대법원에서조차 내곡지구 주민들이 승소하면서 아우디의 강남권 서비스센터 확충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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