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설치 공사 중 철골 전도 노동자 덮쳐…
발꿈치 골절, 머리 12cm 찢어지는 부상 당해

▲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고 있는 기아차 멕시코공장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안전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국인 근로자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하기 위한 작업 중 철골이 쓰러지면서 추락, 머리가 무려 12cm 가까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사고현장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 한 달 넘게 모르쇠 일관하다 하청업체 압박해 ‘합의’ 시도

근로자 A씨가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州) 몬테레이로 향한 것은 지난 4월. 기아차 멕시코공장 건설현장에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해당 공장은 지난 10월 초 착공해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멕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만 해도 A씨는 국내에서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희망도 잠시. 멕시코에 도착한 지 약 두 달 만에 A씨는 생사를 오가는 사고를 경험해야 했다.

민주노총 전국플랜트노조 충남지부에 따르면 A씨는 공사현장에 투입된 지 두 달만인 지난 6월 15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안전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엘리베이터 위에서 작업중이었는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위한 공간에 세워져 있던 철골이 쓰러지면서 전도, A씨를 덮쳤다.

A씨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 과정에서 발뒤꿈치 골절(전치 6주)에 머리가 12cm나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자칫했으면 생명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현장에는 A씨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불감증에 따른 예견된 인재인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장관리감독자로서 안전관리 소홀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사고 이후다. A씨는 현지에서 기본적인 치료만 마친 채 7월 초순 귀국했지만, “(비용 등에 대한)걱정 말고 치료에 전념하라”며 위로의 말까지 건넸던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병원 입원 이후 한 달 넘게 A씨를 찾지 않았다. 하청업체 측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현대엔지니어링 본사를 찾아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야 하청업체 대표가 보상 운운하며 방문한 게 전부였다.

 
현재 A씨는 당시 사고에 대해 ‘산재 처리’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제기를 하고 싶어도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사정이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청업체 측과 보상문제를 논의중이지만, 평생 부상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해외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한 노동자는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산재(산업재해)는커녕 대충 보상비 몇 푼 쥐어주고 입막음하는 게 현실”이라면서 “국내와 달리, 해외공사다보니 보는 눈이 적어 안전설비나 안전장치 없이 작업하다 사고 나는 일이 다반사다. 설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하청업체에게 모든 것을 전가시키는 것도 예삿일”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국 근로자들 일부는 ‘취업비자’가 아닌 ‘여행비자’로 해외 현장에 파견되기도 한다”면서 “현지에서 단속을 나오면 원청 소속 현장관리자가 이들 근로자를 숨도록 지시한다. 원청은 (여행비자 파견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는 것인데, 나중에 (임금·사고 등)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에 현지법인을 두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여러차례 공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갑질이 도를 넘어선 지 오래”라면서 “현지 하도급업체(하청업체)들을 상대로 임금을 상습체불하거나, 구두계약을 강요하고, 단가를 후려치는 등의 행위는 전혀 새롭지 않은 사실이다. 고국의 대형 건설사가 진행하는 공사라고 해서 믿고 참여했다가 부도난 회사가 한 둘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실제 취재결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멕시코 공사현장에는 ‘여행비자’로 작업현장에 투입된 근로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와 함께 출국했던 근로자들 중 일부는 임금체불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있거나, 현대엔지니어링와 계약을 맺은 현지 하청업들 일부는 원청(현대엔지니어링)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피해자와) 보상이 원만히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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