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돕고 싶었을 뿐, 잘못 인정한다면 국민들 더 좋게 볼 것”

▲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출처=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1·2·3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로 밝혀진 죄 없는 사람을 영입한 뒤, 배려는커녕 갑의 위치에서 여론에 지탄받도록 ‘인격살인’을 해도 괜찮은가.”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 서서 안철수 의원의 사과를 촉구한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의 발언이다. 당시 그의 얼굴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앞서 허 전 장관은 국민의당 영입 1호 인사로 꼽혔다. 그는 호남 출신 고위직 공무원으로 지난 8일 국민의당 입당식을 통해 정계에 입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영입 발표 2시간 50분만에 허 전 장관의 입당을 취소했다. 그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은 셈이다.

허 전 장관의 국민의당 영입취소 이유는 ‘과거 비리 전력’ 때문이다. 허 전 장관은 지난 1999년 서울시농수산공사 사장으로 재임 당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부정 채용’ 비리에 연루된 바 있다. 결국 그는 지난 2003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그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자회견 당시 허 전 장관은 “소명 절차도 없는 졸속 영입 취소로 제게 인격살인 한 데에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이 그에게 어떠한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이에 시사위크는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인격살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허 전 장관의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다음은 허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10일 ‘비리 혐의 연루 전력’으로 인한 국민의당 영입이 불발됐다. 1999년 당시 ‘신입사원 부정 채용’ 혐의 때문인 것으로 안다. 이 사건은 ‘무죄’ 판결 받지 않았나.

“그렇다. 1·2·3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무죄판결이란, 사건의 기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증거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1·2심 합해 2년, 대법원 2년으로 총 4년여에 걸친 힘든 재판 끝에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 측에서) ‘비리 혐의로 연루된 것’처럼 사실 확인 없이 내쳤다. 이에 ‘이것은 정말 아닌데, 정치가 바로 갑중에 슈퍼갑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저는 그 힘들고 어려운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죄가 하나도 없는 사람’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저를 ‘죄인’ 취급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외로움도 갖게 됐다.”

- 무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당에서 영입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확한 이유는 그 사람(안 의원)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고 알 수 없다. 다만 제 머리에 떠오른 이미지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다.

즉 정치인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할 훈련과 경험, 특히 ‘인간 한 사람 한 사람’을 중시해야 하는 기본적인 사고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만 집착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 의원의 사과가 없다면 2차 행동에 대해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이 사과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안 의원이 공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제가 첨언해놓은 것처럼 ‘제2의 행동에 돌입’할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기자들도 물어봤다. 그렇지만 아직 시행하지 않은 저만의 각오이기 때문에 미리 얘기할 수는 없다. 지금 얘기하는 것은 경솔한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 지금도 억울함이 여전할 것 같다.
  
“지금 저의 입장에서는 많이 느긋해졌다. 언론을 포함해 다수 여론이 제 입장과 처절했던 심정을 이해해주시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 언론은 안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이 ‘입당 취소’라는 졸속 조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안 의원이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 앞에서 ‘여러분 제가 잘못했습니다. 바쁘게 일을 처리하다보니 실수를 했습니다. 상처를 입은 분들에게 사과합니다.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우리 국민들은 오히려 더 좋게 보게 될 것이다. 저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빠르게 뉘우치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다.”
 
- 안 의원을 바라보는 ‘입당 취소 전 시각’과 ‘현재의 시각’이 다를 것 같다.

“그런 것(입당 취소) 가지고 평가 자체가 크게 달라지겠는가.

안 의원은 머리가 좋고 착실하다. 젊은 사람들의 멘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은) ‘서울시장에 출마해라, 대통령에 출마해라’하지 않았는가. 그렇지만 정치 경험이 거의 없다. 또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용기와 추진력이 다소 미흡하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경험을 그의 옆에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다. 국민의당 영입 요청에 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저는 누군가를 평가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물어보고 궁금해 하시니 이 정도 선에서 그치겠다. 이 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

- 국민의당 입당 당시 도움을 준 인물이 있다면.

“그 질문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모두들 저를 잘 알고, 도와주려 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지난 35년간 많은 공부를 통해 ‘기창주의’ 즉 ‘한몸사회’를 발견했다. 이를 여덟 권의 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아는 이들은 ‘왜 국가발전을 위해 도와주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런 분들의 추천 때문에 국민의당 초기 영입대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낭패를 당하고 나니 얼떨떨하다.”

- 이번 4.13 총선에 출마할 뜻이 있는가.

“지역구 텃밭을 다져놓은 것이 없다. 선거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제 고향 순천에서 보궐선거가 생겼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다. 그때 떨어졌다. 다들 ‘왜 나갔냐’면서 야단들이었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 장관 재직 당시와 지금의 한국 정치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가.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 자체에 큰 변화가 있겠나. 정치인들이 과거엔 잘 했지만, 지금은 잘못 한다 이렇게 보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문제는 정치 환경과 시대 변화가 수시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농경사회 시대의 전제군주제 정치가 일상화 돼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자본주의 산업사회가 왔다. 그럼 신구 정치 세력이 충돌한다. 프랑스 시민혁명이 그 예다. 반면 21세기에서 우리는 나아갈 길을 알고 있다면 피를 흘리지 않고도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정치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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