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그는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자신을 각각 ‘불곰’과 ‘고향에 돌아온 연어’로 표현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바로 저깁니다. 제가 살았던 반지하.”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가리킨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2동에 위치한 오성빌라였다. 벌써 30년 전 일이다. 그의 부친은 1986년, 태어난 지 1년도 안된 아들을 품에 안고 이곳을 처음 찾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곳에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연신 웃었다. “제가 살았을 당시엔 지어진지 5년 밖에 안 된 빌라라 반지하도 괜찮았다”는 설명과 함께.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따르면, 그는 11년간 상계동에서 살았다. 온곡초등학교가 모교다. 지금은 온곡초등학교 옆 보람아파트에 삶의 터전을 잡았다.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셈. 그가 자신을 ‘연어’로 빗댄 이유다. 고향에 대한 애틋함은 지역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할 때마다 울컥하고 몰려왔다. 눈시울이 불거지는 것이 주먹을 더욱 꽉 쥐게 했다. 이달 초부터 지독한 독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발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시사위크>와 만난 18일에도 그랬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이날 오전부터 주민들과 손을 맞잡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인터뷰는 잠깐 짬을 냈다. 오성빌라 인근 커피숍에서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이준석 전 비대위원에 대한 상계동 주민들의 관심은 컸다. 인기도 적지 않았다. 18일 상계9동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팬을 자처하며 깜짝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 선거에 직접 출마해보니 어떤가.
“대학 입시를 치르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이다. (웃음)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 주민들로선 명함 하나 받고 저에게 투표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반대로 투표하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다.”

- 지역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자영업을 하시는 분, 상계동에서 장기 거주하셨던 분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불곰과 연어 비유가 주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저는 나름대로 주민들과 얘기하면서 만들었던 메시지기에 자신 있었다. 실제 제 메시지에 공감하신 분들이 많았다. 물론 어떤 분들은 야당 대표를 불곰에 비교한 것은 무례했다고 지적하셨지만, 연어도 고등생물은 아니지 않나. (웃음)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메시지가 아주 강했던 것 같다. 주민들 상당수가 저를 보고 ‘상계동 출신이라고 들었다’면서 아는 체를 해주신다.”

- 연고가 강하다.
“연고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좋으냐 물을 수는 있지만, 비판의 대상은 될 수 없다. 만약 제가 국회의원을 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과 지역 이익을 비교해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사정을 잘 알고, 그것을 공약에 반영해 정책으로 이끌어낸다는 것은 비난의 요소가 아니지 않나.

주민들 중에는 저에게 거꾸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제가 지역에 대해 얼마나 잘 아는 지 궁금하신 모양이다. 그런데 저 정말 잘 안다. (웃음) 그걸 보고 깜짝깜짝 놀라시더라. 일례로, 제가 기억하는 곳 중에 한양문방구가 맥주집으로 바뀌었다. 일반적인 후보가 와서 ‘장사 잘되느냐’ 물으면 표면적인 질문이지만, 제가 가서 ‘문방구 어디갔냐’고 물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문방구가 사라진 이유는 최근에 초등학교 준비물이 학교에서 보급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의 대화는 그렇게 이어진다. 덕분에 정책은 세밀하게 나온다. 그래서 주민들로부터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 젊은 후보에 대한 편견을 느낀 적은 없나.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를 직접 만나보면 그런 편견들이 없어진다. 지금까지 제가 정치활동을 해오면서 항상 겪었던 패턴이 저에 대한 말이 먼저 돌기 시작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저를 두고 말도 못하는 바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제가 방송 나온 것을 시청한 뒤에는 도리어 말을 잘한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다. 더러는 제가 예의없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실제 저를 만났던 분들은 그런 말씀을 안 하신다. 유언비어에 대한 반전효과가 크다.”

▲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노원병 출마에 대해 전략적 선택이 아닌 고향 사람의 당연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상계동에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갖고 있다. <사진=소미연 기자>

- 노원병은 야권 텃밭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반감은 느끼지 못했나.
“없다. ‘연어가 약하지 않느냐’는 얘기는 들었어도 연어가 돌아오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제가 만약 당의 전략적 고려만 가지고 출마한다고 했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동네 사람 아닌가.”

-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가 좋았다.
“저도 노회찬 전 의원을 좋아한다. 개인 경쟁력은 아주 훌륭한 분 아닌가. 다만 당세가 약했다. 사실 저는 이번에 노회찬 전 의원과의 경합이 제일 부담이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지역 내 여론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그만큼 지역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는 얘기다.”

- 일부 주민들은 홍정욱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의원의 불출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나타내고 있더라.
“그렇다. 하지만 저는 다르다. 출마선언문에서도 밝힌 것처럼 저는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상계동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이 사실은 저희 가족의 삶과 닮아있다. 상계동에서 자녀를 키우지만 자녀가 성장하면 이주를 선택하고, 그 자녀 세대가 새 삶을 시작할 때는 다시 상계동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저 역시 비슷하다. 그래서 상계동의 보편적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제가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저는 태어난 지 1년도 안 돼 상계동으로 이주해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아버지가 직장을 여의도로 옮기면서 중학교는 목동에서 다녔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렇다보니 제가 유년기를 보냈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상계동이 대부분이다. 그 영향이 있다. 새누리당 후보 뿐 아니라 전략적 고려로 상계동에 오는 후보들이 많은 데, 저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다. 1986년 상계동이 개발된 뒤 ‘상계동 정서’를 마음속에 담고 자란 첫 세대 아닌가.”

▲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젊은 후보로서의 편견에 대해 고충을 털어놨다. 더러는 예의가 없다는 터무니 없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 하지만 그는 “실제 저를 만났던 분들은 그런 말씀을 안 하신다. 유언비어에 대한 반전효과가 크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 상계동 정서의 이해를 넘어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도 중요한데.
“베드타운을 어떻게 벗어나느냐의 문제다. 사실 분당과 목동도 베드타운 아니었나. 다만 분당은 IT기업이 들어오면서 최근에서야 베드타운 그늘을 벗어나게 됐고, 목동은 도심에서 가까운 만큼 희석된 부분이 있다. 상계동은 도봉면허시험장, 창동 차량기지와 관련해 발전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그곳에 어떤 생산시설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선 모호한 실정이다. 이에 코엑스를 만들겠다는 식의 소비시설을 공략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안 자체가 얼마나 현실감 있게 다가갈지가 고민이다. 실제 주민들을 만나보면 생산시설을 가져와야 한다, 베드타운을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많이 가지고 있다.”

- 주민들이 의구심을 가져왔던 것은 그간 의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 아닌가.
“제가 지난 선거에서 상계동 지원을 두 번 나왔다. 그때마다 느낀 게 주민들은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고 언급을 많이 하는 데도 불구하고 여야 선거 대립 구도는 항상 정권심판론이더라. 지금까지 상계동은 거대 담론으로 선거를 치러왔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주민들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사실 이번에도 상대당에선 정권심판론이나 거대 담론을 가지고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르다. 직접적인 청사진을 제공할 계획이다. 베드타운의 경우, 생산유발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선 결국 교통 인프라부터 살펴봐야 한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노원갑·을·병 후보들이, 넓게는 동북권의 후보들과 연대해 교통 공약을 검토해보려 한다.”

- 공약은 다른 후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준석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무엇이 다른가.
“저는 동북권 선거에서 노원병이 사실상 새누리당의 핵심 지역구라는 데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노원병 특징이 서울의 제일 북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로 진입하는 다른 사람들에겐 서울에서 처음 만나는 지역이다. 노원병을 기점으로 한 교통정책을 우리 당 후보들과 연대해 만들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안철수 대표나 노회찬 전 의원이 개인의 역량을 발휘 못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정의당을 좋게 평가하지만, 정의당이 옆 지역구와 연대를 통해 공약을 만들긴 어려운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저는 당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경선 이후 각 지역별 본선 후보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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