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율 상승세를 자신하며 “양향자의 승리가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시사위크|광주=소미연 기자] “재미있다.” 이동차량에 오르자마자 용각산을 먼저 입안에 털어 넣은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힘들다”는 대신 “할 수 있다”고 기합을 넣었다. 선수는 웃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은 마음이 짠하다. 정치 초년병의 상대가 너무 세다. 상대는 바로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다. 양향자 후보는 쉬운 길 대신 왜 가시밭길을 택했을까. 그는 답한다. “서구 밖에 없었다”고.

양향자 후보는 익히 알려진 대로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 출신이다. 그의 인생에서 결정적 순간이 바로 서구에서 일어났다.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대신 광주여상으로 진로를 바꿨고, 이듬해 아버지는 운명을 달리하셨다. 양향자 후보는 당시를 회상하며 “힘든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 고향을 살리는 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광주행을 택했다. 삼성전자 상무 자리를 버렸고, 당에서 제안한 비례대표직도 거절했다. 오로지 광주시민의 힘을 믿었다. 양향자 후보의 또 한 번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인터뷰는 지난 5일 광주 서구 쌍촌동 베어스타운 사거리에서 퇴근 인사를 마친 뒤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체감하는 지역 민심은 어떤가.
“아마 지역민들도 느끼고 계실 것이다. 바닥 민심은 완전히 제게로 돌아섰다. 지금쯤이면 천정배 국민의당 후보와 지지율이 크로스되지 않았을까 싶다.”

- 언론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있다.
“전혀 관계없다. 제가 지역에 처음 왔을 때, 천정배 후보의 지지율이 50% 후반이었다. 하지만 지금 (천정배 후보의 지지율이) 10% 중반가량이 빠졌다. 천정배 후보의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반면 저는 올라가는 추세다. 이 얘긴 천정배 후보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의 측근들도 실망해서 떠나고 있지 않나. 지역에선 양향자에 대한 인물론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주고 계신다. 다만 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 중이신데, 결국 당과 무관하게 양향자를 선택하실 것으로 믿는다.”

▲ 양향자 후보는 광주의 시대정신을 호남정치의 복원이라고 설명한 상대 진영을 향해 “자신을 헌신하고 뉴DJ를 길러냈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말뿐인 정치를 하기 싫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 ‘녹색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데, 당과 무관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당이 새누리 이중대라는 불명예스러운 얘길 듣고 있지 않나. 어차피 합당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광주시민들이 많다. 때문에 양향자의 승리가 바로 야권통합이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제가 ‘일자리’로 시대정신을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저의 승리가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반대로 양향자 후보가 시대정신을 잘못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광주시민들은 ‘일자리’가 아닌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는 얘기다.
“상대후보 진영에서 광주의 시대정신을 호남정치의 복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물어보자. 무엇을 복원하겠다는 건가. 제가 생각하는 호남정치는 자기 목숨을 내놓고 불의에 맞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5·18정신 아닌가. 그런데,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는 분들이 자신을 헌신하고 뉴DJ를 길러냈나.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현역 의원) 다섯 명이 졸졸 출마하지 않았나. 그게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는 분들의 행보라고 말할 수 있나. 폄하할 마음은 없는데, 그래도 염치는 있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 하지만 광주시민들은 국민의당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호남이, 광주가 왜 정치 노름판이 되었는가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 지금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구전처럼 퍼진 호남홀대론, 친노패권주의, 나아가 ‘양향자를 찍으면 문재인이 돌아온다’는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는가. 저는 가슴이 아프다. 저는 고졸 출신, 호남 출신, 여성이다. 그렇지만 제가 고졸 출신이라 홀대 받았다고 말하면 누가 인정해주나. 호남 출신이라고, 여성이라서 승진을 못했다고 하면 누가 인정해주겠나.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정치의 실력은 무엇인가. 서민의 마음을 내 마음과 똑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 마음 아끼듯 서민의 마음을 돌볼 수 있다. 그게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양향자의 각오 “천정배 꺾을 수 있다”

양향자 후보가 글썽였다. ‘눈물의 입당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지역에 내려와서 다시 한 번 눈물을 쏟았다. 학벌, 출신, 성차별이 아닌 정치 놀음판이 된 광주의 현실이 참담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잠을 못 잘 정도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운동화끈을 바짝 조였다. 총선 승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할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호남 출신 고졸 여성 임원다운 패기다.앞서 양향자 후보는 더민주 인재영입 7호로 소개된 입당식에서 “학벌의 유리천정, 여성의 유리천정, 출신의 유리천정을 깨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력했다”면서 “나처럼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출신이 어디이던, 학벌이 어떠하던, 오늘 열심히 살면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의 눈물은 월급쟁이와 직장맘, 그리고 청년과 여성들에게 가슴속 울림을 줬다.이번에 깨야 할 유리천정은 상대 진영에서 내세운 선거 프레임이다. 양향자 후보는 “지금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구전처럼 퍼진 호남홀대론, 친노패권주의, 나아가 ‘양향자를 찍으면 문재인이 돌아온다’는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는가” 반문하며 “상대 진영에서 광주의 시대정신을 호남정치의 복원이라고 말하는데,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한 현역 의원) 다섯 명이 졸졸 출마하는 게 호남정치를 복원하겠다는 분들의 행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지적했다.양향자 후보가 생각하는 시대정신과 광주시민들의 뜻은 ‘경제 살리기’다. 다시 말해 일자리 창출이다. 그는 “경제가 일어나야 청년이 살고, 청년이 살면 노인이 살고, 노인이 살면 전 세대가 산다”면서 “정치를 막 배우고 있지만,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늘리게 하는 일만큼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양향자의 승리가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하지만 승리로 가는 길은 험했다. 경쟁을 펼치고 있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지세가 만만찮다. 때문에 지역에선 ‘더민주가 공천을 잘못했다’고 말한다. 천정배 대표가 아닌 다른 후보와 경쟁을 시켰어야 했다는 것. ‘양향자 인물론’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정작 당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양향자 후보는 “제가 선택한 길”이라면서 “죽기 살기로 뛸 것이다. (천정배) 대표를 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눈물이 많다.
“저는 삼성 임원직을 내려놓고 왔다.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실물경제에 밝은 사람이다. 10년을 하면 고수가 된다는데, 저는 30년을 일한 사람이지 않나. 그런 사람이 광주에서 시대정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나. 광주에서 지금 필요로 하는 일자리 만들어서 청년들의 안정을 도와야 한다. 지난해 청년 유실률이 전국에서 광주가 가장 높았다. 광주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청년문제를 해결해야 노인문제가 해결되고, 그것이 곧 우리의 출산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살만해야 아이를 낳고 기르지 않겠나. 상대 진영에선 호남정치의 복원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하는데, 희생한 사람은 누구인가. 저는 저를 내려놓고 왔다. 비례도 거절하고 왔다.” 

- 비례대표직은 왜 거절했나.
“당에서 마지막까지 비례대표직을 제안한 것은 사실이다. 당으로선 아픈 마음이었을 것이다. 천정배 후보의 지역구로 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거절했다. 죽더라도 명분이 중요했다.”

- 광주 지역에서 서구을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 3년이 사춘기 여학생이 보내기엔 너무 힘든 세월이었다. 당시 남동생과 함께 자취했던 곳이 바로 서구다. 내 고향이 서구고, 서구 외에 살았던 곳이 없다. 또, 서구가 광주의 중심이다. 중심부터 바뀌어야 정치든 경제든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아무도 오지 않으려는 곳을 나라고 오고 싶었겠나. 하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 광주시민들의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다.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를 통틀어 문재인 전 대표를 대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있지 않나.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녹색바람이 왜 불었겠나. 국민의당이 좋아서라기보다 그간 민주당이 못한 데 대한 실망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 상대 진영에선 더민주가 현역을 교체할 만한 더 좋은 인물을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제가 그것을 증명해보이겠다. 저는 승패에 부담은 없다. 하지만 상대 진영은 다르지 않겠나. 두려울 것이다. 오죽하면 안철수 대표가 저를 ‘자객’이라고 표현했겠나. 일각에선 제가 이번에 (당선이) 안 되면 4년 후에 다시 (출마)하라고 말씀하신다. 4년 후에 호남정치 복원하겠다고 말뿐인 정치를 하고 있기는 싫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뛸 것이다. 이게 호남정치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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