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양숙 여사는 봉하마을 사저 개방을 앞두고 “늦게나마 시작을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저에 대해 “크다거나 좋다는 식으로 비춰질 경우 또다시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야 기분 좋다.”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낙향했을 당시 외쳤던 그 한마디를 떠올렸다. ‘사저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실현된 1일, 그가 사저를 찾은 시민들을 직접 맞이했다면 “아마 그때처럼 ‘기분 좋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 ‘양치기 소년’ 벗어났지만… 사저 둘러싼 뒷말 우려

하지만 사저 개방을 앞둔 권양숙 여사는 심란했다. 이날 언론인 대상으로 한 사저 개방 행사를 마친 이후 기자와 만난 한 관계자는 “(권양숙 여사가) 그동안 약속이 미뤄져온 데 대해 오해를 사면서 속상한 마음이 컸는데, 늦게나마 시작을 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다만 사저를 두고 “혹여 크다거나 좋다는 식으로 비춰질 경우 또다시 괜한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앞서 권양숙 여사는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저를 홀로 지켜오다 2013년 11월 노무현재단에 사저 기부 의향서를 제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사저 공개 의사를 밝힌 것. 하지만 새 보금자리를 짓는 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토목공사만 1년6개월이 소요됐다. 이에 따라 사저 공개에 대한 약속이 더뎌지면서 권양숙 여사의 마음은 무거웠다. 당시에도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다”며 속상한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권양숙 여사가 사저 개방을 위해 봉하마을 내 사택을 짓고 거처를 옮겼다. 이후 지난 2월 설연휴에 집들이를 겸한 주민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경남 김해|소미연 기자>
결국 권양숙 여사는 지난해 7월 준공도 안 된 사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때문에 이사를 한 지 9개월이 넘은 지금도 내부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 전문 업자를 부를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아 관계된 직원들이 팔을 걷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정작 권양숙 여사는 사택 공사 보다 사저 개방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재촉도 했다. 더 이상 약속이 미뤄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해당 사업을 준비해온 노무현재단은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7주기를 맞아 5월 한 달간 주말에 한해 사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이후 시범 개방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해 빠르면 1년 후에 상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그대로 시민들에게 개방하자는 취지에 따라 당시 사용하던 물건을 그대로 보존했다”면서 “정식 개방을 위해 많은 시민들의 출입에 따른 사저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7년 만에 초대한 떡국 식사… “노건호, 많이 변했다”

사저 개방은 권양숙 여사에게도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월 설연휴에 이웃 주민 30여명을 한데 불러 떡국을 나눠먹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7년 만의 초대다. 사택이 아닌 바로 옆에 지어진 건물의 응접실에서 만났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분위기를 주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노건호 씨였다. 명절을 맞아 건호 씨가 잠시 귀국했던 것. 당시 식사자리에 참석한 한 주민은 “(건호 씨가) 많이 변했더라. 점잖기만 한 줄 알았는데 분위기를 돋우려 노력을 많이 했다.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때문일까. 권양숙 여사도 표정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한 주민은 “(권양숙 여사가) 그간 조심스러운 입장이라 거리를 뒀을 뿐 주민들과 만나면 얘기를 잘 한다”면서 “이제 마음 속 응어리를 털어내야 한다. 7년이란 세월이 흐르지 않았나. 이전보다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마음을 권양숙 여사도 잘 알고 있다.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주민들과 자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권양숙 여사 또한) 주민들과 같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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