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 시인 하상욱은 최근 옥상달빛과 함께 음원을 발표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쉽고 짧은 글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든 남자. 대한민국 최고 예능프로 ‘무한도전’에 출연해 뜻밖의 감동을 전한 남자. 도시적이고 시크한 겉모습으로 철저히 개인주의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동시대의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남자. 바로 하상욱이다.

아마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상욱의 시를 한번쯤 읽어봤을 것이다. SNS를 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상욱의 시를 처음 접하면 “오!”하는 감탄과 함께 피식하고 웃음이 난다.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그의 재치가 느껴져서다. 그러나 계속해서 그의 시를 읽다보면 웃음보단 진지함이 남는다. 처음엔 가벼워보였던 그의 시가 전하는 공감과 위로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사실 ‘진실’이 아니다. 자신의 바람이나 기대, 이상 같은 것이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는 착해”라고 말하는 엄마의 말은 사실 자신의 바람일 때가 많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공인들이 어떤 사안에 있어서 ‘선택’을 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같은 사람을 다르게 인식하면서, 저마다 그것이 진짜 그 사람일 거라고 믿곤 한다.

다시 하상욱으로 돌아와서, 당신은 하상욱이 어떤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고, 공감과 위로를 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인가. 아니면 시대에 대한 통찰력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한 능력자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영악한 글쟁이인가.

기자는 홍대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에서 하상욱을 만났다. 지금부터 시작될 하상욱의 이야기를 당신이 생각했던 하상욱이란 사람과 비교해보기 바란다.

▲ 하상욱은 “글 쓰는 것보다 노래 만드는 것이 더 재밌고 좋다”며 앞으로도 음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최근 옥상달빛과 콜라보레이션으로 ‘좋은 생각이 났어, 니 생각’이란 음원을 발표했다. 작사를 하고 노래를 조금 같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작사와 작곡을 했더라. 2014년엔 자신이 직접 음원을 발표하기도 했던데,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건가.

“예전에도 곡을 썼었고, 이번이 4번째다.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것보다 노래 만드는 것이 더 좋다. 둘 다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인데, 노래가 훨씬 재밌는 것 같다. 재밌고, 좋아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할 거다. 이미 준비 중인 곡도 있고, 올해 안에 추가로 1~2곡 정도는 꼭 더 발표할 예정이다.”

- 그러면 앞으로 같은 소속사 소속의 10cm와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것도 기대해도 될까.

“가능하다. 하지만 꼭 같은 소속사라서 같이 하는 것보단, 마음만 맞으면 누구와도 할 수 있다. 이번에 옥상달빛과 함께한 것도 같은 소속사라서가 아니라 마음이 맞아서였다.”

-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추구하는지.

“사실 어렸을 때는 음악을 허세로 들었다. 가요는 물론이고 빌보드차트에 있는 노래도 안 들었을 정도다. 좋아하던 노래가 유명해지면 듣지 않기도 했다. 진짜 음악을 들은 게 아니고 ‘나만 아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잘난척 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때 들은 노래들은 기억도 잘 안 난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은 거창하지 않다. 듣기 쉽고 편한 음악, 그리고 가사. 그뿐이다.”

- SNS 시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인지도가 확 높아진 게 사실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사람들의 기대가 더 높아지고,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도 덩달아 높아졌을 것 같다. 예전엔 좋아서, 재밌어서 하던 글쓰기가 이제는 어떤 자리나 생활을 지키기 위한 일이 됐을 수도 있을 것 같고.

▲ 하상욱은 “글 쓰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잘 안 될 때는 그냥 그렇게 보내고, 그러다보면 다시 잘 써진다”고 말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글 쓰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진 않는다. 물론 글이 잘 써지지 않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럴땐 그냥 그렇게 보낸다. 그러다보면 또 글이 써지고,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한다. 안 된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거다. 다만 유명해진 뒤, 내 겉모습에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되는 게 사실이다.”

- 글을 쓰는데 있어서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것 같다. 학창시절이나 대학시절에도 글쓰는 걸 즐겨했는지, 글 쓰는데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는지 궁금하다.

“학창시절엔 글을 제법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대학교 때도 시험보단 레포트가 더 좋은 성적을 받곤 했다. 하지만 글 쓰는걸 즐겨하거나 좋아하진 않았다. 노트에 글을 적어보거나, 일기를 쓰거나 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까도 말했듯, 글 쓰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 의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상욱이 글 쓰는걸 좋아하고, 그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서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아니다. 글 쓰는 거 싫다. 그리고 내가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용기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서 이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생활이 어렵거나 만족스럽지 않다면 아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거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보통의 사람들과 조금 벗어난 삶을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슷하다. 그들이 꼭 대단한 용기나 열정, 좋아하는 일에 대한 고집으로 그렇게 사는 게 아니다. 그저 이렇게도 살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살아온 거다. 그렇다보니 돌아가지 못해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용기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용기만으로 사는 건 아니다.”

-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아는 사람은 그나마 낫다. 정말 어렵고, 힘들어 하는 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나도 글을 좋아해서 쓰기 시작한 게 아니다. 글에 내 생각을 담다보니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런 관심에 재미를 느끼다보니 더 많은 글을 쓰게 됐다. 그리고 시집을 내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는 노력한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을 찾겠다고 나섰다가 정작 정말 좋아하는 걸 놓칠 수도 있다. 부담이나 강박을 갖지 말고, 조금 여유를 갖다보면 자신이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만나게 될 것이다.”

▲ 하상욱은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다.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 하상욱을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참 많다. 반면 하상욱과 하상욱의 글을 좋아하지 않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중에 먼저 하상욱은 시인이 아니다, 하상욱의 글은 시가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와 내 글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다. 나 역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싫고, 그것도 내 자유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나를 바꾸거나, 내 글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가 아니라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 이게 시가 아니고 무엇인가.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을 시라고 한다. 이건 시다. 등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인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등단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등단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 또 다른 비판 중엔, 하상욱은 불편하지 않은 글만 쓴다는 게 있다. 어떤 사회적인 목소리나 혹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을 워낙 촌철살인으로 잘 쓰다 보니 그런 능력을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써줬으면 하는 바람들도 있는 것 같고.

“글을 쓸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나는 내 글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이길 바라지, 반감을 사는 글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미움을 받고, 미움을 사는 게 싫다. 이 기준은 달라지지 않을 거다.

어떤 사회적 사안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시는 분은 많다. 하지만 요청이 오는 대로 다 쓰는 건 아니다.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쓰고 싶으면 쓰지만 쓰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같은 시대에,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너무 잘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로 모두가 다 잘할 수는 없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못하는 사람도 있다. 꼭 잘해야만 사는 건 아니지 않나. 모든 자리와 위치에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하상욱은 “너무 잘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상욱의 마지막 말이 계속 맴돌았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축구선수라고 해서 모두가 메시, 호날두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도 전 세계 곳곳엔 엄청나게 많은 축구선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우리는 잘 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정작 뭘 하고 있는지를 잊고 사는 건 아닐까.

하상욱은 자신이 용기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했다. 글 쓰는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은 인터뷰 내내 몇 차례나 반복했다. 당신이 생각했던 하상욱과 같은가, 혹은 다른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이 추구하는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그 이상을 남이 아닌 자신에게 투영해보는 게 어떨까. 용기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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