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의 대표격인 이태복 위원장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원천적 무효를 주장하며 평화적 시위를 지향했다. <사진|경북 성주=소미연 기자>
[시사위크|경북 성주=소미연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의 방문 이후 경북 성주는 사드 배치 투쟁에 전환점을 맞았다. 범국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드배치저지 투쟁위원회로 확대 개편되면서 목표가 명확해졌다. 바로 사드 배치 철회다. 대책위에서 투쟁위까지 성주군민들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는 이재복 위원장은 “처음엔 몰랐고 급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목적을 던져줬고 이에 따라 투쟁위로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각오한 만큼 물러설 계획은 없다. 황교안 총리의 방문 당시 발생한 폭력사태와 관련 ‘외부세력’ 개입을 인정한 듯한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참고 견뎠다. 인기영합주의가 아니다. “젊은 후배들이 고향을 위해서 일하는데 얼마간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투쟁위의 중심에서 “군민은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강조하며 “사드 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지난 19일 성주군의회 내 투쟁위 운영상황실에서 만난 이재복 위원장의 일문일답이다.

- ‘외부세력’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이신데.
“와전됐다. 중앙언론에서 앞뒤 얘길 자르고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오해를 샀다. 그걸로 항의하는 전화도 많이 오고, 기자들로부터 오는 전화도 많다. 새벽까지 전화를 받아도 못 받는 전화가 많아서 ‘숨 좀 쉬자’고 말했다. 사람도 능력에 한계가 있고, 체력에도 한계가 있지 않나. 그런데 전화를 못 받은 것을 두고 투쟁위에서 쫓겨난 게 아니냐고 하더라. 본질을 자꾸 왜곡시키고 있다. 나를 나쁘게 만들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들과 대화하기가 어렵더라.”

- 정부가 사드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괌 사드 포대를 방문했다.
“들어보니, 괌보다 성주가 더 안전하다는 취지의 내용이던데 사실 우리는 전문적인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그래서 괌에 가자고 했을 때부터 반대했다. 솔직한 얘기로, 캄캄한 방안에서 맹인에게 지금 해가 떴는지, 달이 떴는지 물으면 알겠나. 우리가 그런 입장이다. 이런 속사정을 듣고 중앙언론에서 제대로 다뤄졌으면 좋겠다.”

- 현재 님비현상으로 보여 지고 있는데.
“님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당초부터 우리가 예정지에 포함됐다면 좀 덜 섭섭하겠다. 다른 지역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적합지로 결정이 나면 이해라도 좀 할 수 있겠지만, 성주는 대상에 없었다. 대상에 안 들어갔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지방자치단체 협의, 주민동의 과정이 있을 수 없었다. 이런 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군이 인구가 적어서 또는 대통령 고향에 배치하는 만큼 국민들이 정부 뜻에 따라갈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나 잡다한 의문이 든다.”

- 성주 지역 외 한반도 전체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얘긴가.
“조심스러운 얘기다. 잘 몰랐는데, 전국사드반대투쟁위원회가 있다더라. 그분들은 그분들의 역할이 있고, 우리는 이미 확정 발표된 곳이니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군수는 우리 고을의 가장 아닌가. 사드 배치에 대해 우리 가장도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지역구 의원도 모르고 있었다. 국방부에 갔을 때, 한민구 장관 앞에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뭐했느냐 물었는데, 장관이 성주 확정 소식을 가르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장관 역시 사드 배치 확정을 발표하면서도 성주에 와 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다. 원천 무효다. 배치해놓고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늦는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총리 방문 당시 폭력사태가 있었다.
“일반 국민들이 과했다고 평가한다면 이해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 정도로 분통이 터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경찰 측을 만나서 선처를 부탁했다. 사건의 발단은 정부가 만들지 않았나. 우리가 불만을 털어놓는 모습이 과했다고 해서 과잉대응을 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하물며 죽음을 불사할 자리가 있으면 자신을 불러달라는 후배들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외부인의 개입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일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는 평화적 시위를 지향하고 있다.”

- 김항곤 군수와의 의견 교류는.
“우리가 거리를 조금 두려고 한다. 아무리 민선이라고 해도 결국 채널이 있지 않나. 압력을 받게 될지도 모르고 부담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군청으로부터 경비 지원을 일절 받고 있지 않다. 모두 성주군민들의 자발적 모금이자 후원으로 투쟁위가 돌아가고 있다.”

- 새누리당 당론은 사드 찬성이다. 지역에서 상당수의 군민들이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는데.
“어느 지역에나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지금 우리의 목표는 사드 철회 하나다.”

- 사실상 사드 철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선 우리가 보답을 받기 위해 투쟁을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는데, 보답이 목표가 아니다. 투쟁은 장기전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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