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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특종
[단독] '보청기 지원금', 외국 회사에 줄줄 샌다
2016. 08. 04 by 백승지 기자 tmdwlfk@sisaweek.com

▲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가 지난달 22일 보청기 7개 제품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의료보험공단의 보청기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소비자시민모임은 7개 보청기 제품에 대해 성능 테스트를 했다. 이 중 스타키코리아의 귀걸이형 보청기(기도형 보청기) 제품이 타 제품보다 9.5배 비쌌다. 그러나 소음레벨은 가장 높고 지속시간은 가장 짧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보청기 성능 검사는 소홀히 한 채 지원금만 늘려 국민이 낸 보험금이 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가격 차이 161만원 나는데 성능 ‘꼴찌’

소비자시민모임의 시험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키의 ‘Starkey Ignite 20 Power Plus’ 보청기 가격은 180만원이다. 반면 리오네트 ‘HB-23P’ 보청기는 19만원이다. 같은 귀걸이형 보청기 제품군 안에서 가격 차이가 최대 161만원에 육박한다.

가격은 높은데 성능시험 결과는 참패 수준이다. 스타키 건전지는 약 135 시간을 켜놓으면 수명이 다됐다. 지멘스 보청기의 경우 배터리 하나의 수명이 407 시간이 넘는다. 스타키 건전지 수명이 3분의 1정도로 짧다. 보청기 배터리는 1회용이라서 수명이 다하면 새 전지로 교체해야 한다. 수명이 짧은 스타키 배터리의 경우 교체주기가 짧아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잡음이다. 스타키 보청기의 등가입력잡음레벨은 27.4dB(데시벨)에 육박한다. 13.4dB인 딜라이트 보청기의 2배가 넘는 소음이다. 일상적인 소음은 40dB, 에어컨 소음은 25dB 정도로 알려져 있다. 스타키 관계자는 "35데시벨 이하만 맞추면 문제될 것 없다"며 "일상적 소음 속에서 사용하면 전혀 인지하지 못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거품 가격 논란에 대해 스타키 관계자는 “부가기능 및 품질이 좋아 타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시된 가격은 권장사항 일뿐 소비자 가격은 개별 대리점 권한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러나 잡음 등 보청기 본연의 기능을 놓친 마당에 부가기능에 따른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타키코리아의 고가정책은 결국 마진을 많이 남기기 위해서”라며 “사용자가 이용하는 기능은 한정되어있는데 무조건 기능이 많다고 고객에게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 131만원 의료공단 지원금, 누구 주머니로?

상황이 이러한데 의료보험공단은 보청기 지원금을 대폭 늘려 고가제품을 파는 외국계 회사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청기 지원금 상한선을 131만원으로 대폭 올렸다. 기존 34만원에 비해 4배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다만 제품가격이 131만원 이하일 경우 실제 구입가의 90%를 공단이 부담하고 나머지 10%는 본인 부담이다.

<시사위크>가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청기 지원금 건수는 4만3752건이다. 지원금이 오르기 직전인 지난해 10월까지는 1만2436건에 불과했다. 지원금이 오른 때를 기점으로 지급건수가 251%나 늘어난 것이다. 비용 부담이 적어지자 보청기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지원금이 늘자 고가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의료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지원금 평균 액수는 116만2870원으로 집계됐다. 지원금 상한선에 맞춰 고가의 보청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스타키 관계자는 “늘어난 지원금만큼 고가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타키코리아는 지원금이 늘어난 지난해 11월 이후 매출이 23~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타키는 보험료에 맞춰 135만원짜리 건강보험전용모델까지 출시했다.

반면 국내 업체의 경우 지원금 증가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내업체 관계자는 “스타키 등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지 오래돼 고객층이 두텁다”며 “지원금이 늘어난 후에도 여전히 국내 업체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타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청기 회사다. 1996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키코리아는 원자재의 100%를 본사에서 수입해 국내에선 조립만 한다. 로열티는 없지만 원자재 수입가가 소비자가격의 약 30%를 차지한다. 공단 보험금이 성능이 떨어지는 외국 업체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품질 검사를 업체가?

고가 보청기 성능이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정부당국은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다. 공단 관계자는 “성능 검사는 공단 소관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품질 검사와 허가는 식약처 담당이고 공단은 허가사항에 따른 지원금 지급만 담당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료가 새고 있을 가능성이 큰데도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능 검사와 허가를 담당한다는 식약처는 사안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런 검사 결과가 있었냐”며 “어디서 확인할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애초에 저성능 보청기가 시중에 유통된데는 식약처의 허술한 성능 검사에 원인이 있다. 식약처는 의료기기로 분류되는 보청기의 허가 및 성능 검사를 담당한다. 그러나 품질 검사에 객관적 기준이 없다. 각 업체에서 ‘표시치’라는 자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선만 넘기면 품질에 문제가 없다고 판명이 나는 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만약 업체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지속시간 표시치를 5시간으로 제시하면 5시간 이상 켜졌다는 검사 결과만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식약처 차원의 자체적인 성능 검사는 시행되지 않았다. 각 업체가 안전성 및 성능 관련 검사 보고서를 제출하면 식약처는 서류 검토 후 허가를 내주는 식이다. 품질 및 성능의 기준 설정과 검사권한 일체가 업체에 맡겨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다. 보청기 관련 정보가 백지 상태에 가까워 가격 외에는 품질 판단 기준이 딱히 없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찾는 이유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보청기 시장구조는 원자재 값부터 AS비용, 성능까지 투명하지 못하다”며 “식약처 차원의 품질 규정이나 일괄적 기준이 없고 제품 정보도 부족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려워 정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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