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적서 마감시한 넘기고 '가격견적서' 미제출
입찰기준 결정 위원 일부 AW사 헬기 도입 기관 소속

▲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소방 헬기도입 입찰기준 선정과정에 AW사의 기종을 도입해 운영하는 기관의 소속 관계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이하 서울소방)이 소방헬기 도입 관련, 입찰 사전규격을 선정하는 과정에 특정 업체 관계자들을 상당수 참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위크>가 단독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입찰조건을 심의·결정하는 회의에 참석한 외부인사 상당수가 AW사와 무관치 않은 인사들로, 일부 위원은 현재 AW사의 기종을 도입해 운영하는 기관의 소속 관계자다. ‘특정헬기(AW-189) 지명입찰’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서울소방의 헬기도입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AW사 관계자, 심사 참여… 공정성 논란

현재 서울소방이 추진하고 있는 ‘다목적헬기 구매사업’은 △공중수색 및 구조 △응급환자 이송 △화재진화 △인원 및 화물수송 △공중 지휘통제 등 임무를 수행할 중대형급 소방헬기 1대를 도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총 340억 규모의 서울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해당 사업에 관심을 보인 곳은 총 3개사다. 국내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기종 수리온)과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189), 에어버스(H175) 등이다. 하지만 서울소방이 내건 입찰조건(△국토부 표준증명 획득 △카테고리 A급 △항속거리 800km 이상 △18인석 이상)을 충족하는 헬기가 사실상 AW사의 기종(AW-189)이라는 점에서 ‘사전 선정’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 서울소방재난본부 119특수구조단(서울소방)이 소방헬기 구매 관련 입찰 과정에서 특정 헬기업체(AW사)에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 측은 “안전성이 검증된 헬기를 구매하려는 목적”이라며 ‘특정기종 지명입찰’ 의혹을 반박해왔다. 특히 서울소방 측은 앞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입찰 사전 규격은 전문가 자문회의나 규격심의회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입찰 사전규격이 결정된 것으로, 특정업체를 염두에 두고 규격(입찰기준)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본지 확인 결과, 입찰기준 결정에 참여한 위원 중 일부는 AW사 헬기를 도입해 운용중인 기관 소속 인사로 확인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소방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진행된 ‘구매규격 검토위원회’에는 대학교수 3명을 비롯해 경찰청·산림청·지역소방본부 관계자 등 총 13명의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서울소방이 필요로 하는 기본 규격을 논의하는 자리로, 논란이 된 입찰조건(△국토부 표준증명 획득 △카테고리 A급 △항속거리 800km 이상 △18인석 이상)이 결정된 회의다.

그러나 특정헬기에 대한 지명입찰 의혹이 국정감사에도 다뤄지고, 10월 5일 진행된 1차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서울소방은 10월 12일 또 한 번의 위원회를 열어 관련 의혹에 대한 점검 및 재입찰을 위한 규격검토를 진행했다.

이날 진행된 위원회에는 총 11명의 외부전문가가 참석했다. 그런데 일부 위원은 AW사 헬기를 운용하고 있거나 도입중인 기관 관계자 등 AW사와 무관치 않은 인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AW 기종을 도입해 운용중인 인천소방과 강원소방 관계자를 비롯해 AW사 헬기 조종사인 대한항공 측 관계자 등이다.

무엇보다 당시 회의는 입찰규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열린 것이었지만, 11명의 위원 중 5명이 1차 구매규격 검토위원회와 동일한 인사들로 꾸려졌다. 물론 재입찰에서도 기준(구매규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 서울소방이 제시한 입찰조건에 부합하는 헬기는 AW-189 기종이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특정헬기 사전선정' 의혹이 거세지고 있다. < AW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AW-189>
◇ 서울소방 “해외 헬기업체 특성 고려한 것, 문제없다” 

석연찮은 점은 또 있다.

서울소방은 ‘다목적헬기 도입 사업’과 관련,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4월 6일까지 견적서 제출을 요구했다. 제출시한을 엄수한 곳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단 한 곳뿐이다. 에어버스는 5월 31일에 견적서를 제출했고, AW는 제출 마감시한을 두 달이나 넘긴 6월 23일에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구매규격이 공개되기 불과 2주 전이다. 기본적인 절차조차도 무시했지만 서울소방은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

더구나 AW사는 가장 중요한 ‘가격견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AW사가 제출한 견적서에는 헬리콥터 공급 장비에 대한 내용만 나열했다. 가격견적에 대해선 “예산범위 내 가능하다(근접하다)”는 설명이 전부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이 제출한 견적서에는 수리온 헬기의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 단가, 추가옵션장비, 후속지원, 총견적가 등이 상세히 적시돼 있다.

이에 대해 서울소방 측은 “헬기입찰 특성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소방 관계자는 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견적서는 사전구매규격 공개(7월 6일) 이전에만 제출하면 된다. 가격견적서 역시 각 업체의 보안(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차후 계약 단계에서 공개하고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소방이 각 업체에 발송한 문서는 제출 마감 시한을 적시한 ‘공문’ 형태의 견적 요청서다. ‘공문’은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대외적으로 작성하여 발송하고 수신하는 공식 대외 문서다. 하지만 공문에 적시한 제출 마감 시한을 공문 어디에도 ‘사전구매규격 공개일 전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은 없다.

한편 ‘서울소방 헬기 구매사업’은 지난 10월 5일 1차입찰에 이어 11월 1일 2차입찰에도 AW사만 참여함으로써 유찰된 상태다. 두 번에 걸친 입찰에도 유찰이 된 만큼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서울소방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AW사에 대한 서울소방의 특혜 의혹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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