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대상업체(AW사) ‘한글제안서’ 누락… 평가위원들 “평가 거부”
서울소방, 입찰규정에 따라 ‘부적합’ 처리 돼야 하지만 재평가 강행

▲ 서울소방이 조달청을 통해 공개한 <소방헬기 입찰 제안요청서> 제5조에 따르면 입찰 제안서의 '한글번역본'을 필수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소방은 AW사가 이를 어겼지만 서류를 접수받아 평가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다목적 헬기도입 사업’과 관련, 서울소방이 AW사(이탈리아 헬기업체)를 상대로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당 업체의 ‘날림 서류’로 평가가 전면 무산된 사실이 <시사위크>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해당 업체(AW사)는 수의계약 전 진행되는 입찰제안서 평가에 반드시 첨부해야할 ‘한글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데 이어, 세부서류조차 구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들은 불만을 강하게 토로하며 심사(평가) 자체를 거부했고, 결국 평가는 무산됐다. 입찰 규정에 따라 AW는 부적합 처리, 즉 ‘자격박탈’이 돼야 하지만 서울소방은 오히려 서류보완 후 AW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특혜 논란이 예상된다.

◇ 서류도 구비 안됐는데 심사위원들 불러모은 서울소방 

서울소방(서울특별시 119특수구조단) ‘다목적 헬기 도입 사업’은 2차례에 걸쳐 진행된 입찰에 AW사 단 한 곳만 참여함으로써 유찰됐다. 현재 서울소방은 AW사를 상대로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중이다.

서울소방은 계약에 앞서 지난 9일, AW의 ‘제안서’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제안서를 토대로 △경영상태 △감항인증 및 안정성 △항공기 형태·성능·기본장비·임무장비 등을 총괄하여 평가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해당 평가에서 85점(100점 기준) 이상을 받으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AW사는 ‘영문제안서’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입찰관련, 서울소방이 조달청 ‘나라정터’를 통해 공개한 ‘소방헬기 입찰 제안요청서’ 기준에 따르면 업체는 입찰제안서의 한글본과 영문본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입찰제안서의 한글본과 영문본의 내용이 다른 경우 한글본을 우선으로 한다(제3조 제안서 작성지침 및 평가). ‘제5조 제안서 구성’에는 ‘영문일 경우 한글 번역본 필수’라고 적시돼 있다.

특히 3조 5항 등에는 ‘제안요청 항목에 대한 제안의 누락, 제출서류 미제출, 한글번역본 미제출 또는 증빙자료 미흡 등으로 검토가 불가능 하거나 확인이 곤란한 경우 평가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부적합 처리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 서울시가 조달청을 통해 공개한 <소방헬기 입찰 제안요청서>에는 증빙자료가 미흡할 경우 부적합 처리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업체 측에 한글제안서와 영문제안서를 모두 첨부토록 요구한 것은 한글과 영문 규격이 서로 다르게 해석될 소지가 있고, 이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경우 후속처리에 법적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영문규격과 한글규격이 상호 다르게 해석될 경우 한글규격서를 우선으로 한다’고 명시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한글제안서’는 평가에 절대적인 요소다.

하지만 낙찰업체로 유력시 되고 있는 AW사는 지난 9일 제안서 평가에 한글제안서를 첨부하지 않았다. 이 뿐만 아니다. AW는 평가에 필요한 세부적인 서류 역시 ‘서울소방 요구에 가능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요약서’로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를 위한 ‘기본적인 서류’조차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소방은 부실한 서류를 접수받아 평가위원들까지 소집했다. 당시 심사에 참여한 평가위원들은 이에 불만을 강하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이날 평가위원들은 심사(평가) 자체를 거부했고, 평가는 무산됐다.

반드시 첨부해야할 한글제안서를 누락한 만큼, AW사는 서울소방의 입찰계약 규정에 따라 ‘불이익’ 또는 ‘부적합’ 처리 돼야 한다. ‘부적합 처리’란 자격 박탈을 의미한다. 하지만 서울소방은 ‘이례적으로’ AW사에 서류보완을 지시하고 조만간 재평가를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서울소방 측은 당초 11월 16일께 재평가를 진행하겠다고 평가위원들에게 공지했다가 최근 “이 날짜에 불가능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AW사가 이날까지 심사 서류를 준비하기 힘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 서울소방이 이탈리아 헬기업체인 AW사와 수의계약을 진행중인 가운데, 해당업체의 ‘날림 서류’로 평가가 전면 무산된 사실이 <시사위크> 취재 결과 확인됐다. < AW 홈페이지>
서울소방 측 관계자는 14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의계약 대상 업체의) 평가기준은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개된) ‘서울소방 입찰제안 요청서’ 기준에 따른다”며 “현재 평가가 아직 진행중이라 말씀 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앞서 서울소방은 AW사가 견적서 마감시한(4월 6일)을 두 달이나 넘긴 6월 23일에 서류를 제출했지만 이 역시 문제 삼지 않았다. 당시 서울소방 관계자는 “해외 업체의 경우 본사와 (견적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문제없다”고 말했다. AW사에 대한 특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 측은 최근 진행된 평가와 관련, 입찰 계약업무와 관계된 서울시 재무과를 비롯 서울소방 등에 경위 및 답변서를 요구한 상태다.

한편 서울소방의 ‘다목적헬기 도입 사업’은 노후화된 헬기를 교체하기 위해 소방헬기 1대를 도입하는 사업으로, 총 340억 규모의 서울시 예산이 투입된다. 당초 국내 업체는 물론 외국 헬기업체 대다수가 참여할 수 없도록 사전규격(입찰기준)을 높게 선정한 탓에 ‘특정헬기 사전내정’ 의혹으로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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