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오후 <시사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변 변호사는 정말 좋아서 했다”며 “민변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법 기술자’가 아닌 진짜 변호사임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이재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부지런한 의원 중 한 명이다. 국회와 광화문은 물론 전국을 누비며 민심과 접촉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진실’을 촉구했다. 지난 7일엔 촛불민심 요구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버스터에 목소리를 높였고, 지난 8월 정부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지급을 중단하자 광화문을 방문해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동분서주한 그의 행보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 인터뷰에 앞서 열린 행사의 후드티를 입은 채 업무 중인 이재정 의원. 그의 서재 왼쪽인 뜯겨진 파스 약품도 놓여있다. <시사위크>
이 의원은 22일 인터뷰 당시에도 부지런한 면모를 보였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회 대학생시민정치캠프’에 참여했던 그는 오후에도 행사 후드티를 입은 채 의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의 서재 왼쪽엔 이미 뜯겨진 파스(근육통 진통제)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준비를 위해 부랴부랴 옷을 바꿔 입을 준비를 하던 이 의원에게 파스 사용 여부를 묻자 그는 “평소 현안과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많이 앉아있었다. 스트레칭을 못해서 그런지 허리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사회적 불평등에 어깨가 처진 여론의 시선을 이끌어냈다. 그가 발의한 ‘국민건강(수사기관 제공 시 당사자 통지 의무화)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법원 허가 시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가능 및 당사자 통지 의무화) 개정안’, ‘우편법(지방 집배원의 안전 근거 마련) 개정안’ 등은 '인권'에 방점을 찍은 법안들이다. 이 의원의 행보는 ‘사회적 약자와 기타 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강령으로 내세운 민주당과 융화돼 있다. 

다음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요즘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의 별명이 이목을 끌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속이 든든한 고구마’, 이재명 성남시장은 ‘톡톡 쏘는 사이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질리지 않는 밥’, 박범계 의원은 ‘박뿜계’, 박주민 의원은 ‘거지갑’이다. 이재정 의원은 어떻게 소개가 가능한가.

“(웃음) 어렵다. 고구마와 사이다 등등은 여론에서 각 정치인의 특징을 포착해 지은 것 같다. 누군가가 객관적으로 저를 관찰해야 나올 수 있는 답변인 것 같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제가 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아마 제 입으로 별명을 말하면 이곳은 웃음바다가 될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수식하는 단어 중 ‘초신성’이 있다. 그만큼 전국적 인지도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이재정·박주민·조응천·표창원 의원 등이 그렇다.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세 분은 영입 당시부터, 전국적 인지도가 있었다. 그분들과 저를 같은 선상에 두시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대정부질문이나 현안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때 국민들께서 제 의정활동을 지켜볼 수 있었다. 여기서 많은 인지도를 얻은 것 같다.

다만 나머지 의원 분들도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분은 정책 분야에서, 어떤 분은 현장에서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그 부분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국회의원이 ‘일 안한다’는 말을 하던 국민이었다. 정작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국회의원 300명 모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300명 모두 의정활동의 결이 다를 뿐 각자의 매력이 존재한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나 두 차례에 걸쳐 대정부질문을 했다. 황 대행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는가.

“황교안 대행은 지금 (비상시국 등을 고려할 때) 어려운 자리에서 고생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총리 임명 당시부터 ‘검사출신 총리’인 점을 염려했다. 폭 넓은 사회적 경험 및 안목으로 국내 전반의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하는 게 총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연적으로 직업병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안검사(황 대행은)는 공안적 시각에서, 통제의 시각에서 국민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황 대행을 상대로) 첫 현안질문에서 언급한 ‘오방색 끈(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상징물)’은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문제는 황 대행의 답변 태도다. 황 대행은 저 뿐 아니라 타 의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면 ‘증거를 가져와라’ ‘의혹만으로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황 대행에게 제기된 ‘의혹’은 국회의원·언론사들의 문제제기다. 찌라시 수준의 의혹이 아니다. 진정성이 있는 문제제기를 의혹 수준으로 폄하하는 것은 황 대행이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그런 태도에서 놀랐다.

그리고 국회에서 이뤄지는 질의는 ‘시간의 한계’가 있다. 많은 현안에 있어서 황 대행과 충분히 소통할 시간이 없었다. 제가 황 대행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질의하는 그 시간 외엔 없다. 황 대행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 이 의원의 국회에서의 질의는 SNS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대정부질문을 마친 당시엔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결과 일각에선 21대 국회에서도 ‘이 의원을 보고싶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제가 항상 경계하는 게 있다. 바로 ‘정치혐오증’이다.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종종 듣는 말 중 하나가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다. 여기서 전 강한 부정을 표현하는 ‘손사래’를 치고 싶진 않다. ‘정치를 절대 안한다’ 등 정치혐오를 일으키는 반응을 보이고 싶지 않다.” 

▲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항상 경계하는 것은 ‘정치혐오증’”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절 정봉주 전 의원의 BBK 사건과 나꼼수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을 맡았다.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목소리 높인 이유가 궁금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변호사라고 하면 다수는 ‘돈 많이 버는 사건을 마다하고 사서 고생하는 변호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정말 민변 변호사가 좋아서 했다. 민변에서 활동할 수 있어서 ‘법 기술자’가 아닌 '진짜 변호사'임을 느끼게 됐다.

민변 활동을 통해 법조계의 최초 행정소송을, 판결의 변화를 몸소 경험했다. 이러한 경험은 법률가로서 누구나 다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변 활동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민변 활동을 통해 ‘법 가장자리에서 무엇인가를 개척하는 고민’,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법률의 고민’ 등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이때 가장 변호사다운 활동을 했다. 민변에서의 도전과 활동 등을 떠올리면 행복했다.

물론 제 형편이 여의치 않고 부담도 있어 의무감으로 활동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 부분을 부인하진 않겠다. 다만 민변에서의 활동을 약자들을 위해 희생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당시의 활동은 즐거웠다. 스스로 깨어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이 좋았다.”

- 지난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 백보드판을 보니까 헌법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적시돼 있었다. 지금의 현실을 보면 주권자인 국민에게 투표권을 제외한 어떠한 권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상 국민이 많다보니까 불가피하게 대표자를 뽑고 대의제를 통해 총의를 모으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책 하나하나를 주민의 의견을 들으면서 수행할 수는 없다. 대의제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의 직업적 양심과 이성적 판단을 신뢰해야 한다. 여기서 국민이 행하는 권력은 4년마다 한 번씩 그 국회의원을 재신임할 것인지를 놓고 투표로 관여하는 것밖에 없다.

4년에 한 번밖에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국민의 의사를 다른 방법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자면 ‘주민소환제(지방자치제도의 폐단을 막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통제제도)’를 활용하면 어떨까한다. 주민소환제도를 국회의원소환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안 발의보다 민심 청취에 귀를 열고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

또 대의제의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의 괴리감을 메꿀 제도들은 주민소환제 말고도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다수가 중지를 모으면 다양한 방법을 찾지 않을까 싶다.”

-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자 한다. 검찰은 지난 14일 4·13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추미애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추미애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뿐 아니라, 저도 그렇고 우리 당 많은 의원들이 수사를 받았다. 당시 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되던 날의 최종 집계를 보면 사실상 야당에 기소가 집중돼 있었다. 그 비중만 봐도 얼마나 정치적 판단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저희 당 의원들은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선관위가 고발한 친박 의원들은 기소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관위는 이 부분에 대해 재정신청을 한 바 있다. 그 정도로 무리한 기소를 남발한 선거법 수사라고 생각한다. 추미애 대표 한 분에 의해 한정해서 볼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는 추 대표가 저희 당을 이끄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또 저희 당은 합심해서 추 대표의 무죄를 응원하고 있다.”

- 23일 추 대표의 첫 선거 공판이 진행된다.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큰 위기일 것 같다. ‘재판을 진행 중인 당대표’가 진두지휘하는 대선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막연한 추 대표 개인적 비리였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전 말한 것처럼 이번 기소는 정치적 고려가 농후했다. 이는 민주당의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상징이 될 수 있다. 결집은 이런 방식으로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국에서 (부당한) 재판에 직면한 추 대표가 대표직을 수행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본다.”

▲ 이재정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갈등이 있을 때 극단적 대립을 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 요즘 정치권에서 제3지대론이 뜨겁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21일 탈당을 선언했고, 반기문 UN사무총장 역시 대권 출마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여파가 민주당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모든 상황들이 ‘불확실성’ 안에 놓여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에 퇴임하는 정국이라면 지금의 상황은 훨씬 큰 사건이 됐을 것이다. 다만 탄핵 국면 때문에 그들의 행보가 덜 주목을 받고 있다.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모든 초점이 쏠렸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탄핵 국면과 그들의 행보가 맞물려졌다. 이와 동시에 새누리당은 진정 보수지지층을 대표했는가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비박계의 탈당은) 합리적 보수가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그분(비박계 탈당파)들은 합리적 보수의 좌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보수-진보가 함께 나아갈 구조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 정치인 이재정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궁금하다.

“저는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늘 뜻이 맞는 ‘동질적인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같은 엄마에서 태어난 형제도 생각이 달라 종종 다투곤 하지 않는가. 사회는 얼마나 더 하겠는가. 늘 갈등을 내제할 수밖에 없다. 갈등이 있을 때 극단적 대립을 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춘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독일을 방문했다. 독일의 노동법원 등을 다녀왔다. 배울 점이 많았다. 독일은 기꺼이 노사가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법원으로 가기 전 노사 간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게 이익이라는 풍토가 깔려있다. 테이블에 앉아 ‘척’만하고 끝나는 우리나라와 대비됐다. 이처럼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는 사례를 축적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시스템을 완비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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