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6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킹메이커'라는 별명에 대해 "킹이 될 수도 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현수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지금은 시대가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고, 시대가 다당제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6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협치’와 ‘다당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13 총선 전까지만 해도 ‘대통합주의자’였다는 박 원내대표는 “안철수가 옳았다”면서 “지금까지는 거대 양당이 국회를 지배하니까 늘 극단적으로 갔다. 그래서 국민은 제3당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하락할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누리당의 분당에 대해서는 “진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협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내다봤다. “5천만 국민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개헌을 하고 다당제에서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협치의 시대가 열리고 한 세력이 지배하는 극단적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도 했다.

‘킹 메이커’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킹이 될 수도 있죠”라며 여유 있는 웃음을 보였다. 그는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1·15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앞두고 있는 ‘정치 9단’ 박 원내대표에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국의 해법을 물었다.

다음은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이 다수당이고 우리는 거기에 비해서 38석인 것도 영향이 있다. (일단) 야당을 지지하겠다고 하는 신호로 봐야지, 그것이 (오롯이) 민주당 지지는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전 대표 지지율은 또 안 오르지 않느냐. 그래서 저는 (야당 지지율 상승이) 호남이나 국민들의 정권 교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결과이자 야당에 대한 전체적인 기대라고 본다.”

- 그래도 국민의당이 호남의 제1당인데.
“앞으로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호남은 ‘사이다’ 발언을 원한다. 진보적이고 시원한 발언을 원한다. 그런데 우리는 중도를 표방하다보니까 좀 그런 게 약하다. 처음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DJP 연합을 했을 때도 굉장히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킨다고 했지만 결국 전략적 선택을 했듯이 현재 지지도가 어떻건 총선 민심은 그대로 가지고 있다.”

- DJ는 야권 통합을 주창했었는데, 현재 야권의 분열 상태를 어떻게 보나.
“저도 총선 전에는 대통합주의자였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양극화 세력을 배제한 다당제를 주장했었다. 총선 결과, 저는 틀렸고 안철수가 옳았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병폐 때문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왔고 그래서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거대 양당이 국회를 지배하니까 늘 극단적으로 갔다. 그래서 국민은 제3당의 필요성을 느꼈던 거다. 다행히 우리 국민의당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30년 만에 가장 빠른 개원, 추경이 이루어졌다. 탄핵도 만약 2일에 표결했으면 부결됐고 9일에 했기 때문에 됐다. 그땐 우리를 반(反)탄핵 세력으로 매도했지만 지금은 옳았다는 걸 안다.

이제는 다당제를 시대가 열어간다. 보수가 분열되고 또 하나의 세력이 태동하고 있다. 5당 체제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이젠 정치공학적인 야권 통합이 아니라 정책 연대 또는 연정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결선투표제도 요구한 것이다. 지금은 시대가 다당제를 요구하고 있고 다당제로 가고 있다.”

▲ 박지원 원내대표는 호남 지지율 정체 현상에 대해서 "호남은 ‘사이다’ 발언을 원한다. 진보적이고 시원한 발언을. 그런데 우리는 중도를 표방하다보니까 좀 그런 게 약하다"고 진단했다. <김현수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가 분당을 예고했다. 그렇게 되면 ‘제3당’을 내걸고 있는 국민의당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 비박계가 나오면 거대 양당 또는 하나의 거대 정당이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진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협치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5천만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도 개헌하고, 다당제를 통해 결선투표를 하게 되면 협치의 시대가 열리고 한 세력이 지배하는 극단적 시대가 끝나게 된다.”

- 개헌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보나.
“독일식 내각제나 분권형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직접 뽑겠다는 직권제 선호사상이 굉장히 크다. 대통령을 뽑아 놓고 안보·외교 분야의 외치를 담당하게 하고, 국회에서는 총리를 뽑아서 내치를 하게 하면 다당제 하에서 협치가 가능해진다.

(다만) 우리나라 현재 실정상, 의원내각제는 일본처럼 정경유착의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분권형 혹은 독일식 내각제를 해서 협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 DJ 때도 그런 방식의 개헌 논의가 있었는데.
“DJP 연합의 조건이 내각제 개헌이었다. 그때 저는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DJ는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는 호헌파였다. 계속 제가 설득을 해서 DJ가 마지막 서거하시기 전에 남긴 자서전에는 ‘이제 개헌해야 된다. 내각제가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유일하게 DJ 말을 안 듣고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 계속 설득을 했는데 제가 이겼다.”

- 일각에선 ‘권력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있다.
“비판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 중심제를 지금까지 해서 영광스런 대통령이 있었나. 이런 역사를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이념적으로 갈리고 동서로 갈린다. (정치권은) 선거가 끝나면 낮에는 싸우고 밤에는 내일 싸울 것을 연구한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 약속을 해놓고 당선되면 개헌을 안 하고, 임기 말에 개헌하자고 하면 대통령 후보들이 반대하는데 되겠느냐. 지금은 새로운 광장의 민심, 촛불의 민심이 우리에게 대혁신과 대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대혁신의 내용을 말해달라.
“예를 들면 검찰의 독립 문제가 있다. 산림청장도 독립 예산을 가지고 있고 독립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데, 방대한 검찰 조직이 법무부 장관의 그늘 속에 숨어 있다. 이것은 검찰총장이 의회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이 국회에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법무부 장관(겸 검찰총장)은 그렇지 않다.”

- 그동안에는 왜 못했는가.
“거대 정당이 독점을 하고 있으니까 국회에서 할 수가 없었다. 국회 선진화법이 막고 있고, 거대 여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다당제가 되면 협치에 의거해서 국민의 요구대로 가야 한다. 노태우 정부 때는 4당 체제였다. 법안의 90% 이상이 빨리 통과됐다. 개헌을 통해 큰 개혁 요구를 담고 그 전에라도 국회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나가야 한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게이트’에 휘말렸는데.
“만약 의혹이 있다고 하면 본인이 해명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의혹이 풀리지 않으면 검찰에서 수사를 해야 한다. 물론 대통령 후보는 검증을 받아야 하지만, 확실하지 않은 음해 정치는 없어야 한다.”

▲ 올바른 개헌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현재 실정상, 의원내각제는 일본처럼 정경유착의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분권형 혹은 독일식 내각제를 해서 협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현수 기자>

-문재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를 두고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해를 할 수가 없다. DJ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 전 대표 본인도 결선투표제를 요구했다. 그런데 안철수 전 대표가 주장하니까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다당제 하에서 대통령 후보로 다섯 명이 나왔을 때 30% 미만의 지지를 받아도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민들이 결선투표를 통해서 50% 이상이 지지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자기가 할 때는 옳고, 자기가 (현재) 유리하다고 해서 안 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문재인 전 대표가 지금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선투표제를 반대한다고 보는 건가.
“난 그렇게 본다.”

- 박지원 원내대표를 두고 ‘킹 메이커’라고 부른다.
“킹이 될 수도 있지, 왜. (웃음)”

- 야권의 정권교체 승리 방안이 있다면.
“(정권교체는) 된다고 본다. 선거라는 것은 상대방이 잘못해서 내가 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잘해서 되는 것도 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어떻게 됐든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군 이래 공민왕 다음 박근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스캔들로 기록될 것이다. 국민은 야권을 지지할 준비가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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