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번도 바꾼 적 없던 당적을 바꿨다. 바른정당 호남 지명직 최고위원으로서 전북 유일 보수정당 의원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정운천 의원을 만났다. <시사위크=서대원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유일한 전북 지역 보수 정당의 의원이다. 지난 4월, 전북 전주에서 새누리당 배지를 달았던 정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당 윤리위 부위원장으로서 박근혜 대통령 징계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내에서 대통령 탄핵에도 가장 먼저 찬성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윤리위원 과반을 ‘친박’ 인사로 채워 넣었고 정 의원은 좌절했다.

이제 정 의원의 정장 왼쪽 깃에는 하늘색의 ‘헌재 존중’ 배지가 달려있다. 하늘색은 바른정당의 당색이고 ‘헌재 존중’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을 존중하자는 뜻이다. 새누리당 윤리위 사태 이후 한 번도 바꾼 적 없던 당적을 버렸다. 그는 자신의 탈당 당시를 회상하며 “친박 패권세력의 무자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불모지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고 씁쓸한 웃음을 짓는 정 의원을 2일 시사위크가 만나봤다. 인터뷰는 그의 의원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바른정당의 ‘호남 몫’ 최고위원이 됐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진짜 진정한 보수를 내걸고 패권세력을 뛰어넘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따뜻한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영입도 불발됐고 대선후보들 지지율도 아직은 낮다. 당 지도부의 정체성도 국민들이 크게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제가 해야 할 일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호남을 보수의 불모지라고 하는데 호남의 대표로서 보수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들을 하겠다.”

▲ 정운천 의원은 탄핵 심판 선고일을 앞두고 당 차원에서 만든 '헌재 존중' 배지를 달았다. 기각이든 인용이든 헌재 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국정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확고하다. <시사위크>

-여당 의원으로 당선돼 야당 의원이 됐다.
“보수정당 지지율이 8%도 안돼서 7~8년간 주민들과 일체화돼서 정말 정운천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심어줘서 당선됐다. 30년간 배지 없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불모지에서 허덕대다가 당선됐으니 (지지자들도) 얼마나 좋았겠나. 그분들은 정운천이 당을 떠난다고 했을 때 ‘멘붕’이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여당으로 당선돼서 예산도 많이 가져오고 하는 주민들의 기대가 있는데 그것도 조금 ‘톤다운’됐다. 그것도 미안하고.”

-탈당할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호남에서는 어쨌든 새누리당에서 빨리 나오라는 여론이 더 컸다. 또 새누리당 윤리위 부위원장에서 대통령 탈당 권고를 하고 징계를 하려는 걸 (당에서) 무력화시키는 바람에. 집행부가 친박계 윤리위원 8명을 대거 집어넣어 무력화시키려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탄핵도 찬성했고, 앞장서서 탈당하게 된 배경에는 윤리위 부위원장 하면서 일들이 컸다. 친박 패권세력의 무자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바른정당이 창당 초반에 주목받았던 것과 달리 정당 지지율이 안 나오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기대를 많이 했는데 아쉽다. 18세 선거연령 인하 문제, 유승민 의원의 보수연합 등등 얘기가 나오다보니 그 당이 그 당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또 탄핵정국 속에서 양극단의 정당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중도에서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위기 극복 방안은.
“탄핵 심판이 아마 3월 13일 전후에 나온다는 말이 나온다. 그 시점이 우리 바른정당의 기회이면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극좌나 극우가 아니라 진정한 국민을 위한 당이 무엇인지, 탄핵정국이 끝난 후 가장 크게 주목을 받는 정당이 바른정당이 될 것이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 면면을 보면 누가 봐도 가장 역량 있는 분들이 포진돼있지 않나(웃음).”

-정운찬 전 국무총리 영입도 하나의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과 개인적으로 가깝다고 알려졌는데 진전이 좀 있나.
“많이 진전되고 있다. 아마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은 어느 당보다도 우리 바른정당과 부합할 것이다. 또 저도 그렇고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연대할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의원들이 (바른정당에) 제일 많다. 지금은 정 전 총리가 홀로 바깥에서 뛰느라 존재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바른정당에 오셔서 정당 지지율도 높이고 당 안에서 유승민 남경필 후보와 함께 경선을 통해 부대끼는 모습을 보여야 (정 전 총리의) 지지율도 올라간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정 전 총리도 공감하고 있다.”

▲ 정운천 의원의 사무실 한 켠에는 새만금 지역 개발 계획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 출신으로서 지역 발전에 힘쓰려는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시사위크>

-지역구인 전주에 자주 내려간다. 조기대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호남민심은 어떤가.
“지금 현재는 탄핵정국이기 때문에 특검 연장이나 탄핵 결과에 관심이 집중돼있다. 이 물결에 따라 지금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에 거의 관심이 쏠려 있다. 바른정당 인지도는 정운천 지지율 정도의 인기가 있을 뿐이고(웃음). 아직 바른정당이 호남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번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를 전주에서 성황리에 마쳤다. 저를 당선시켜준 분들이 힘을 모아주신 거다.”

-분위기는 어땠나.
“총선 때 나를 도와주셨던 분들이 으쌰으쌰해주셔서. 아까 말한 대로 탄핵정국에 의해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이쪽이 관심을 받고 있고. 호남민들이 보기엔 바른정당에 대한 기대보다는 유일한 호남 의원인 정운천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그것을 얼마만큼 당의 영역으로 스며들게 할 것인지가 과제다. 앞으로 이 과제를 선도하겠다.”

-지역현안 얘기도 해보자. 전북 지역 AI 위기가 심각하다. 당에서 AI 대책위원장도 맡았는데. 특별히 제시한 대안이 있는지.
“이번 AI사태를 일본하고 비교했을 때, 일본은 즉각 자위대를 투입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100만 마리 살처분으로 끝냈다. 우리는 일본의 33배 손해를 봤다. 간접비용까지 생각하면 1조원 이상이 든다. 그래서 우리도 즉각 특전사가 투입될 수 있도록 재난안전부대를 창설하는 문제를 제안했다. AI는 동물게릴라다. 인간게릴라는 눈에 보이는데 동물게릴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해남에서 평택까지 뛰어버리는 것이다. 초동대처를 강하게 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즉각 군에서 선제적 투입을 하는 제도를 꼭 만들어내겠다.”

-달고 있는 배지 설명 좀 해달라.
“당 최고위에서 ‘헌재존중’이라는 배지를 달기로 했다. 입헌민주공화국의 최후의 보루는 헌법재판소다. 그런데 지금 헌재 판결을 불복하겠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헌재를 무시하면 대한민국 근간을 흔드는 꼴이 된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높이 평가한 것은 데모의 품격 때문이었다. 헌재 선고 결과를 부정하면 그 일등국민이 다시 3등이 된다. 일등국민으로서의 품격을 갖자는 얘길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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