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국내 IT업계 최초로 2017 서울모터쇼에 참가한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경기 고양=권정두 기자] 지난 3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2017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프레스데이 행사가 열렸다. 모터쇼에 참가한 여러 브랜드가 저마다 컨퍼런스를 열고, 신차 또는 향후 비전을 발표하는 날이다.

이번 서울모터쇼에는 27개 완성차 브랜드와 각종 부품 업체들이 참가했다. 전시된 차량의 수는 300대를 훌쩍 넘는다. 화려한 최고급 차량에서부터 미래지향적인 독특한 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량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모터쇼에 이색적인 풍경 선사한 네이버

그런데 이날 단연 눈길을 잡아 끈 곳이 있다. 바로 ‘네이버’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운영사이자 IT기업인 네이버가 제조업에 해당하는 자동차 관련 행사에 참여한 것이다.

처음으로 서울모터쇼에 부스를 마련한 네이버는 무척이나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일단 부스 자체가 달랐다. 보통의 자동차 브랜드 부스엔 핵심 모델들이 번쩍이며 전시돼있고, 그 곁에 미남미녀 모델들이 서있기도 한다. 반면, 네이버 부스에는 자동차 1대 만이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부스는 작은 공연이나 토크콘서트에 어울릴 무대로 꾸며졌고, 그 아래엔 도심을 작게 구현한 모형들이 눈길을 끌었다.

▲ 이색적인 풍경의 네이버 컨퍼런스는 어떤 자동차 브랜드 못지않은 관심을 받았다. <시사위크>
이날 네이버의 컨퍼런스에는 시작 전부터 많은 취재진들이 몰렸고, 자리는 일찌감치 꽉 찼다. 곧이어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가 무대에 올라 컨퍼런스를 시작했다. 이 역시 기존의 모터쇼와 크게 달랐다.

대다수 자동차 브랜드는 회사 대표나 임원이 정장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유려한 수식어로 자신들의 비전이나 새로운 자동차 모델 또는 기술을 설명한다. 이어 새롭게 공개하는 차량이 등장하고, 회사 임원 및 모델들과 함께 포토세션을 갖는다. 이것이 모터쇼 컨퍼런스의 정석이다.

송창현 대표는 옷차림부터 IT기업다웠다. 청바지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3면이 기자석으로 둘러싸인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자신들의 철학과 연구 중인 기술을 설명했다. 뒤이어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실내 지도 맵핑 로봇 M1이 등장해 미리 준비된 도심 모형을 돌며 기술을 시연했다.

◇ 자율주행 기술은 목표가 아닌 수단… 네이버가 꿈꾸는 세상은?

네이버의 서울모터쇼 참가는 IT와 자동차산업의 만남을 상징한다. 이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와 같다. 최근 ‘커넥티드카’ 기술이 미래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혀 다른 공간에 있던 두 산업이 융합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IT기업과 자동차기업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네이버의 지향점은 더 멀다. 자율주행이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수단으로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생각이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와 주변환경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 기술’은 우리 삶 속에서 더욱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까지 더해지면, 차원이 다른 정보의 시대가 된다.

▲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실내 지도 맵핑 로봇 M1이 시연을 하고 있는 모습. <시사위크>
차를 타고 대규모 쇼핑몰 내 A매장을 간다고 가정하고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대규모 쇼핑몰답게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지금은 어떤 것을 이용해야 내가 원하는 매장과 가장 가까운지 알기 어렵다. 자칫 한참을 헤매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해당 쇼핑몰과 매장을 자주 찾은 사람은 다를 것이다. 어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가장 빠르고 편하게 A매장에 갈 수 있는지 ‘인지’와 ‘경험’으로 체득하게 된다. 네이버랩스가 추구하는 방향이 바로 이런 것이다. 쇼핑몰을 처음 방문한 사람도 편하고 빠르게 원하는 매장에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또한 이는 단순히 이동성에 그치지 않고, 무궁무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이날 송창현 대표는 “사람이 도구를 배우고 이해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기술이 사람과 생활환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도구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사람의 삶을 더 중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네이버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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