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0일 충북 청주 성안길에서 집중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자신의 안보관이 의심받고 있는 데 대해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이 특전사 출신 앞에서 안보 얘기 꺼내지도 마라”고 일축해 시민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더문캠 제공>

[시사위크|청주=소미연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경호팀은 늘 긴장 상태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시민들과 접촉면이 확대되면서 경호가 어려워졌다. 문재인 후보가 시민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악수를 건네는 통에 걸음은 계속 멈춰야 했고, 그 사이 문재인 후보 주변으로 시민들이 몰리면서 길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었다. 돌발 상황도 벌어졌다. 문재인 후보가 옴짝달싹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인파를 만났다. 20일 충북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집중유세가 그랬다. 걷는 건 무리였다. 떠밀리듯 앞으로 나갔다. 간신히 유세 차량 무대에 오른 문재인 후보의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

◇ 반반 민심 속 확실한 지지층 돋보여

문재인 후보의 등장과 함께 그를 연호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무대 위에선 선대위에서 각각 수행실장과 대변인을 맡고 있는 기동민·김경수 의원이 바쁘게 움직였다. 무대 앞으로 시민들이 밀려오면 문재인 후보의 허리를 붙들었다. 문재인 후보가 가능한 많은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상체를 크게 숙여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은 문재인 후보가 연설을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가려는 찰나 다시 돌아서서 반대 방향의 시민들과 악수를 ‘또’ 했다. 깜짝 놀란 기동민 의원은 서둘러 문재인 후보의 허리를 감싸며 멋쩍게 웃기도 했다.

시민들은 문재인 후보가 떠난 뒤에도 거리를 배회하며 감동의 여운을 얘기했다. 두 아이를 둔 한 젊은 엄마(37)는 “문재인 후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며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면서 “지금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적폐청산은 문재인 후보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문재인 후보에게 “믿음이 간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젊은 엄마는 “애기 때문에 무대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문재인 후보와 사진을 찍지 못해서) 너무 아쉽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후보는 확실히 젊은 층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날 집중유세가 열린 곳은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기자가 만난 다수의 중년층도 “문재인 후보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데 부인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의 연설을 지켜본 박모(66) 씨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 “결국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작 자신은 선택을 앞두고 망설이는 중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 전날 방영된 대선후보들의 2차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주적’에 대해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청주 성안길이 가득 메워졌다. 문재인 후보가 떠난 뒤에도 시민들은 거리를 배회하며 감동의 여운을 얘기했다. <더문캠 제공>

실제 주적 논란은 보수 성향이 강한 충청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에서 택시업을 하고 있는 정모(74) 씨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큰 일 낼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첫째는 안보다. 핵무기를 만드는 놈(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한테 어떻게 대화를 하자고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문재인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가 (주변에서) 많이 들린다”고 말했다. 때문에 안철수 후보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정씨는 “문재인이 되느니 안철수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여태껏 북한에 퍼줬으면 그만 할 때도 됐다”고 거듭 북핵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표심의 행방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후보에겐 확실한 지지 세력이 있는 반면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 세력이 부족하다. 결정을 망설이는 부동층이 차선으로 안철수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문재인 후보에게 아주 기대를 접은 게 아니다. 청주터미널에서 만난 박모(59) 씨는 “문재인 대신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서도 “아직 시간이 많다. (문재인 후보가) 충분히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다”고 설명했다. 도리어 그는 “(안철수 후보 보다) 박지원 대표가 골치 아프다”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따라서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한 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 특전사 출신의 ‘안보 대통령’ 약속

문재인 후보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중단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다시 복원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정권교체·개혁을 이룰 ‘정의로운 대통령’, 국민성장 시대를 열 ‘민생 대통령’, 충북 경제를 살려낸 ‘경제 대통령’ 그리고 위기에 강한 ‘안보 대통령’을 강조했다. 그는 “선거 때가 다가오니 색깔론, 안보장사가 다시 좌판을 깔고 있다”면서 “10년간 안보에 실패한 안보 무능세력, 국정 준비가 안 된 안보 불안세력, 안보팔이 장사만 하고 있는 가짜 안보세력에게 안보를 맞길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주적 논란으로 안보관이 의심받고 있는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현장에선 “군대도 안 갔다 온 사람들이 특전사 출신 앞에서 안보 얘기 꺼내지도 마라”는 문재인 후보의 말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문재인 후보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이라면서 “압도적인 국방력으로 북한의 도발을 무력화시키고, 동북아 평화 질서를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문재인의 손을 잡아 달라.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두 팔을 뻗어 엄지손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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