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 사람은 구두 형태의 플랫슈즈를 신었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은색 운동화를 신었다. 선거유세에서 신발은 우선적으로 편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선택은 달랐던 것이다. 구두를 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중시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는 운동화를 택했다. 질끈 동여맨 운동화 끈에서 선거에 임하는 그의 각오가 담겼다. 대선을 2주 앞둔 25일, 두 사람의 남편 지원 유세는 어땠을까.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25일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를 찾아 어르신을 위한 약속 9가지를 설명하고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 ‘맏며느리론’ 김정숙의 어르신 공략

김정숙 여사는 평소보다 조심스러웠다. 활발한 성격에 특유의 친화력으로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지만 이날만큼은 말을 아끼고 경청에 집중했다. 답변은 명쾌했다. 마치 예비 며느리가 시댁에 인사 온 것처럼 “맏며느리가 돼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위치한 대한노인회 중앙회에서다. 이심 대한노인회장을 포함한 중앙회 간부 및 지역연합회 회장단은 간담회를 마친 뒤 김정숙 여사를 배웅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배웅을 마친 회장단 측은 다시 건물 2층 회장실에서 머리를 맞댔다. 웃음소리가 문밖으로 흘러나올 만큼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대신 중앙회 운영부총장 출신 이병해 서울시의원이 답변을 내놨다. 다음날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초청 토론회가 예정돼 있으나 일정을 맞추기가 서로 간에 어려움이 있어 고민스러운 상황과 대한노인회에서 주장하는 3가지 복지 정책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는 데 기대가 적지 않음을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 측에 따르면, 김정숙 여사는 간담회에서 ‘어르신을 위한 문재인의 9가지 약속’을 설명하고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정숙 여사는 어르신 공경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설명했다는 전언이다. 전국을 다니면서 가장 첫손에 꼽는 일이 바로 지역의 어르신부터 찾아뵙고 인사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다. 마을 급식소까지 찾아다니며 배식봉사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김정숙 여사가 다녀간 곳에는 문재인 후보가 ‘효자’로 불렸다.

김정숙 여사는 지금도 여전히 광주 동구에 있는 무등목욕탕을 찾는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1박2일 광주행에서 인연을 맺은 곳이다. 올해 설 이후부터는 전남의 섬지역으로 보폭을 넓혔으나, ‘문재인 안사람’이라고 커밍아웃한 이후 목욕탕에서도 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김정숙 여사는 대선일인 내달 9일까지 사실상 광주에서 상주하며 호남 민심과 함께하기로 했다. 호남과 영남,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를 잇는 ‘맏며느리’가 그의 꿈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는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을 찾아 스킨십을 이어갔다. 그는 꾸밈없는 모습과 싹싹한 자세로 상인들의 호감을 샀다. <뉴시스>

◇ “힘든 일도 많지만…” 달라진 김미경

확실히 달라졌다. 김미경 교수는 그간 ‘조용한 내조’를 지향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스킨십을 대폭 확대했다. 이날도 그랬다.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을 찾은 그는 상인과 시장을 찾은 주민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안철수 후보 아내다. 열심히 하겠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한 주민이 “여기 두 표 있다”고 소리치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김미경 교수는 힘차게 뛰어가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선거운동원들 앞에선 주먹을 쥔 두 손을 번쩍 들고 ‘파이팅’을 외쳤다.

현장에선 ‘의외’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인 만큼 얌전할 줄만 알았지 싹싹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 김미경 교수는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서문정애(82) 씨가 어묵 하나를 건네자 게눈 감추듯이 먹었다. 주변에선 맛만 보시라 권했지만 “다 먹어야 한다”며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서문씨는 “(김미경 교수가 어묵을) 싫다고 하지 않고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면서 “순하고 겸손해서 좋았다. 우리집 식구같이 반가웠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김미경 교수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민낯과 날씬한 모습에 휘둥그레 바라본 주부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기자에게 화장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게으르다”고 답한 뒤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이 멈춘 뒤에야 “잠이 부족하다. 30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평소에도 화장을 즐겨하지 않는다. 측근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체력은 캠프 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날도 비공식 일정까지 포함해 7개 일정을 소화했다.

김미경 교수는 유세 내내 밝은 미소를 보였지만, “힘든 일도 많다”고 털어놓은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서울대 특혜 임용 의혹으로 혹독한 검증에 시달리고 있는 데 대한 속내로 읽힌다. 하지만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한 분 한 분 모두 만날 수 없으니 유세를 돕는 것이 내조”라면서 “(유세를 다니다보면) 미래를 말하는 사람을 원하고, 비전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 많다. 이미 그 비전을 봤다는 사람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