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기준 각국의 인구 10만명당 살인범죄율. 사형제도 여부와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출처=통계청 e나라지표>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사형제 존폐’ 논의가 대선후보 TV토론회를 통해 공론화 됐다. 대선공약에 명시된 것은 아니나, 주요 후보자들이 찬반의사를 분명히 밝히면서 대선 이후 국정운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사형집행을 하지 않으니 흉악범들이 너무 날뛴다”고 말했다. “(사형집행이) 안 되니가 유영철 강호순 같은 엽기적 연쇄살인이 나는데, 멀쩡히 앉아서 국가에서 밥 먹이는 게 옳으냐”며 “흉악범은 반드시 사형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홍준표 “흉악범 반드시 사형” vs 문재인 “사형은 억제효과 없어”

이에 반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사형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후보는 “사형제가 있으면 큰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른 뒤) 이판사판이 된다. 지존파 사건이 그 뒤에 범죄를 키워나가지 않았느냐”며 “사형이 (흉악범죄) 억제효과가 없다는 데 전 세계가 공감하기 때문에 160여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형제도 존폐 논의는 국내에서도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핵심은 ‘사형제도가 반인륜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느냐’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입증된 바 없다’다. 사실상 사형집행을 중단한 시점인 1997년을 기준으로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인구 10만명당 형법범죄율은 97년 약 1,000건 수준이다. 2001년도와 2002년 사이 큰 폭의 증가가 있었고, 2015년에는 약 2,000건으로 1997년도와 전체 범죄수만 비교하면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구체적인 범죄내용을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형선고를 할 수 있는 살인이나, 강도 등 중범죄는 연도별로 증가폭이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7 2.3건이었던 살인범죄는 2012년 2건, 2015년에는 1.9건으로 줄었다. 강도범죄 역시 2007년 9.2건이었으나 2015년에는 2.9건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 ‘사형의 반인륜범죄 예방효과, 입증된 바 없다’

▲ 연도별 인구10만명당 형법범죄율 추이. 살인 강도 등의 범죄는 줄어드는 반면, 성폭력범죄와 폭행 등은 증가하는 추세다. <자료=검찰청 범죄분석통계>
증가한 것은 성폭력범죄와 폭행이다. 성폭력범죄는 2007년 28건에서 2015년 60.9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폭행범죄도 2007년 200.5건에서 2015년 316.8건으로 늘었다. 성폭력범죄나 폭행의 경우 법률상 ‘사형’이 선고되지 않기 때문에, ‘사형이 없어서 범죄가 증가했다’는 논리는 애초에 성립되지 않는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사형제와 ‘흉악범제 억제효과’의 상관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형제를 지속하고 있는 나라 중 일본(0.3)과 중국(0.8)은 살인범죄율이 낮은 편이었으나, 미국(3.9)과 인도(3.2)는 다소 높은 편에 속했다. 반면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한 영국(0.9)과 독일(0.9)의 살인범죄율은 미국에 비해 낮았다. 

UN 인권위원회의 견해도 같다. 1988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했던 UN 인권위는 “사형제가 살인범죄 등 반인륜적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나아가 지난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 사형제 완전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물론 형벌의 본질이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한다는 측면에서 사형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연쇄살인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반영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경고를 통한 ‘범죄예방’ 효과 측면에서는 통계자료상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총장은 “사형집행과 범죄율이 관련이 없다는 것은 이미 UN조사 등을 통해 결론이 난 문제”라며 “사형을 집행하지 않기 때문에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마가 나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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