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내곡동 아우디 정비센터 부지 활용 방안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 따라 짓다 만 센터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재매입한 내곡동 아우디 정비센터 부지가 여전히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최종 불법 판결(2015년 7월)부터 따지면 2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 평화로운 주거지역에 홀로 선 폐건물

초여름의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에 위치한 ‘서초포레스타’는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학교를 막 마친 아이들은 친구 또는 부모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길을 나섰다.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이곳은 아파트와 상가, 학교, 교회 등만 들어선 완벽한 주거지역이었다.

하지만 한켠엔 짓다 만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있었다. 아우디코리아와 딜러사 위본모터스가 ‘아우디 강남센터’를 짓던 곳이다.

뼈대조차 다 지어지지 않은 공사현장은 이전 모습 그대로 폐건물 그 자체였다. 그나마 건물 내부에 어지럽게 놓여있던 자재들은 모두 치워진 상태였지만, 주변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 각종 자재가 어지럽게 널려 있던 공사장 내부는 말끔히 치워진 상태다. <시사위크>
이 건물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이다. 하지만 이내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주거단지 내에 각종 오염물질을 사용·배출하는 정비공장이 들어서선 안 된다며 소송도 불사했다.

소송의 쟁점은 허가의 적절성이였다. 주민들은 허가를 내준 서초구청을 상대로 허가가 잘못됐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부지의 지구계획은 ‘노외주차장 및 부대시설’이었다. 주 목적이 주차시설인 가운데, 30% 내에서만 부대시설을 지을 수 있었다. 정비센터 건립을 추진한 측은 이를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주 목적이 주차시설이 아닌 정비시설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같은 판결을 내렸고, 건축허가는 취소됐다.

70%가량 공사가 진행된 상태의 이 건물은 골칫덩이가 됐다. 위본모터스 입장에선 해당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방법도, 자금적 여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 건물 및 부지를 팔 상대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이 건물과 부지는 처음 분양을 실시했던 SH공사가 재매입을 하는 것으로 지난해 12월 최종 결론이 났다. 매입가는 200억원이었다.

▲ 해당 건물 및 부지의 활용은 ‘노외주차장 및 부대시설’만 가능하다. <시사위크>
◇ 지지부진한 활용 방안 찾기,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

재매입이 이뤄진지 6개월이 돼가고 있지만, SH 측은 아직도 해당 건물 및 부지의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라며 “그동안 내부적으로 절차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쳤다”고 밝혔다.

SH공사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주민들의 스트레스는 계속되고 있다. 공사현장을 지나던 한 주민은 “잘못 분양하고, 잘못 허가내서 주민들만 고생한 것 아니냐”며 “그나마 법원 판결이 잘 내려져 다행이다. 그런데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건물을 계속 봐야 하는 것도 불쾌하다. 혹시나 아이들이 잘못 들어갔다가 사고가 나거나,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건물 및 부지가 언제 제 옷을 입게 될지 기약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SH공사에 따르면, 해당 부지의 용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노외주차장 및 부대시설’로만 활용 가능하다. 그런데 이곳은 아파트단지로 빙 둘러싸여있고, 양쪽엔 교회가 자리 잡고 있다. 복잡한 도심처럼 주차시설이 필요한 곳은 아니다. 다른 시설을 들인다 해도 전체의 30%만 활용할 수 있다. 용도를 찾는데 있어 제약이 적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현재 건물은 70%만 지어진 채 그대로 남아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건물을 완공해 활용할 경우 용도가 한정될 수밖에 없고, 완전히 새로 지을 경우 적잖은 철거 비용이 든다.

가격 또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여러 제약 상황은 이 건물 및 부지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하지만 SH공사는 재매입에 투입된 약 200억원의 자금은 최소한 회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최초 분양 시점부터 어느덧 5년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내곡동 아우디 정비공장 부지. 언제쯤 주변 환경과 어울리며 제 역할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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