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우 삼정KPMG본부장. 서울대학교 겸임교수와 녹색기후기금(GCF) 외부 기술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2009년도부터 산업자원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회의 측면으로 봐야”
“탄소배출규제, 미세먼지 해소에 분명한 효과”
“탈원전, 탈화석연료는 국제적 흐름”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17년은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 1기를 마치고 2기 출범을 준비하는 해다. 규제대상 기업들은 6월 중으로 그간의 배출량을 보고, 2기 할당을 받게 된다. 제도의 정착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나 ‘저탄소 사회’라는 거대한 국제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물론 산업계의 반발은 크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업경영에 있어서 규제임과 동시에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게 주요 이유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국민적 요구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정책제안을 받았던 것이 ‘미세먼지’ 대책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당사국 중 하나인 우리가 선도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를 설득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성우 삼정KPMG 본부장(서울대학교 겸임교수, 녹색기후기금 외부 전문위원)은 기업들의 “관점의 전환”을 말한다. 규제의 관점에서만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회의 측면에서 바라보자는 얘기다. 지난 3월 한인 최초로 국제배출권거래제협회(IETA) 이사진에 합류한 김성우 본부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 환경부의 컨설팅을 맡아 초기부터 연구해온 이 분야 권위자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 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평가를 한다면.

“어려운 상황에서 기술적 운영은 잘 하고 있다고 본다. 처음에는 일부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1차 계획기간 동안 사용하지 않고 남은 배출권을 2차 계획기간 동안 이월해서 쓸 수 있게 했다. 그랬더니 기업들이 리스크를 회피할 목적에서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이월할 수 있는 배출량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비록 시행하는 동안 일부 문제가 있었고 기업들의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기술적 운영은 진화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정부와 기업의 정보비대칭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정부는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자체를 몰랐다. 지금은 연 단위로 배출량을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별기업의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 반대로 기업도 정부정책을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저탄소 사회로 가는 길에서 정부와 기업이 치열한 토론과 대화의 장이 열린 것은 좋다고 본다.”

-일부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앞으로 보완해야할 사항은 무엇인가.

“아직까지 로드맵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2030년까지 장기적으로 30%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으면 그 중간과정의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 탄소배출 규제가 계획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을 할 수 있는데, (없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로드맵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문제가 많은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우리도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바뀔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산업계 일부에서는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존폐를 논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법제화가 끝났고, 시행기간도 꽤 됐다. 국제적으로 보는 눈도 많기 때문에 폐지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정권의 성향에 따라서 규제의 압력은 조절될 수도 있겠다. 경쟁력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규제를 느슨하게 하자거나 더 장기적으로 접근하자는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존폐문제를 거론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별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언을 한다면.

“기업이 (저탄소 사회를) 메가트랜드로 보지 않고 우리나라만의 정부규제로 보는 것은 다소 안이한 것 같다. 먼저 국제적인 흐름이 저탄소 사회로 가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정부가 규제를 올리고 낮추는 문제가 아니고 대세라는 것은 인정하자는 얘기다.

그 다음 기후변화라는 이슈를 경영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정부정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서 전략을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시행 초기 톤당 8천원이었는데 지금은 2만 원 수준이다. 정부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설비투자 등 기업의사를 결정할 수 없다. 적어도 CEO라면 2030년에는 톤당 4만원 가까이 오를 것이라는 식의 장기적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 불확실하다고 마냥 미루면 (의사결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  

IETA 이사회에 가보면 메릴린치(미국 금융회사), RWE(독일 에너지 기업), SHELL(다국적 석유화학 기업), BP(영국 석유회사) 등 선진기업들로부터 많이 배운다. 오래 전부터 탄소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이들이 앞서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삼성이 스마트폰을 발명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장에 적응해 1등이 된 것처럼 탄소관련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업들이 ‘녹색성장’이나 ‘기후변화’를 얘기하면 고개를 설레설레 할 정도로 피로감과 반감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규제의 관점에서 (탄소배출 규제를) 하지 말자고 하기에는 폭발적인 잠재력이 있다.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기회의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다.”

-정부나 국민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본다.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 미세먼지 해소에 실제 도움이 되는가.

“100% 일치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게 미세먼지 해소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 중국은 불과 5~10년 전까지만 해도 탄소배출 규제에 강경하게 반대하던 나라다. 그랬던 중국이 최근 긍정적으로 돌아선 이유가 바로 대기오염 때문이다. 중국은 탄소배출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 국내 산업계에는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국가별로 따로 시행하기 때문에 배출권을 가진 기업들이 직접 거래하기는 현재 어렵다. 다만 중국기업들이 철강이나 석유제품을 생산할 때 탄소세를 내면서 만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중국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수용성이 조금 커지는 효과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환경정책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일부 화력발전소 폐지를 지시했고, 고리1호기 원전도 정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적인 메가트랜드(대세)에 따라 원전이나 석탄을 탈피하는 방향은 옳다고 생각한다. 원전은 전문가가 아니라서 확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탈 화석연료는 맞다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는 특히 정치적 의지와 결단이 지금처럼 중요하다.

다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지난 정권에서 세운 로드맵에 따라 설비투자도 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변경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을 감안해 정부가 기업과 잘 협의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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