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훈 의원이 13일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김경희 기자>
“지방선거,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 만드는 게 목표”
“가짜뉴스가 보수 본진 세우는 것 방해”
“유승민 중심이라는 의심 피하기 위해 탈계파선언”
“바른정당, 유연함과 과감함이 동시에 필요한 국면”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19대 대선에서 선거대책부위원장을 맡아 당과 후보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의 얘기다. 일부 소속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는 등 당의 존립위기에서 누구보다 절실했던 사람이 이혜훈 의원이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다.

뚝심의 결과였을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76%를 득표했다. 결코 만족할만한 결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혜훈 의원은 ‘개혁보수의 미래 희망’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당권에 도전한다.

물론 당내 일각에서는 이혜훈 의원을 불편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라디오 방송 등에서 거침없는 소신발언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사람도 없지 않다. 이 의원은 “입장이 달라 상처를 받았다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반성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보수의 본류가 되기 위한 자유한국당과의 혈투를 앞둔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임은 분명하다.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강인함과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함은 리더로서 필수 덕목이다. 이 같은 덕목을 바탕으로 “보수의 본진이 되겠다”는 게 이 의원의 야망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의원과의 <시사위크> 인터뷰는 13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바른정당의 당대표로 이혜훈을 뽑아야 하는 이유.
“현재 정치는 ‘누가 보수의 본진인가’하는 진실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바른정당의 명운과 보수의 운명,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는 진실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보수의 본진(本陣)’ 경쟁 구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선봉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봉장은 누구보다 선명하면서도 역량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후보로 나오신 분들 모두 훌륭하고 신사적이며 점잖으신 분들이다. 이 분들만으로는 싸움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물론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처럼 막말 싸움을 할 생각은 없다.(웃음) 결기를 보일 때는 보이고 포용이 필요할 때는 포용하는, 유연성과 과감성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가 필요한 국면이라 생각한다.”

▲ 차기 지도부의 책무인 지방선거에 대해 이혜훈 의원은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출마선언문에서 보수가 나가야 할 길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제시했다.
“바른정당이 19대 대선 당시 이것을 기치로 내세웠다. 기존 보수 유권자뿐만 아니라 합리적 보수를 원하는 유권자와 일반국민들이 지지를 보내주면서 6.76%의 득표율을 얻었다. 적다면 적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득표율은 ‘안보보수 경제개혁’이라는 가치정치에 미래를 걸고 싶다, 희망의 불씨를 살려달라는 뜻으로 국민들이 표를 주신 것이다. 국민의 표에 대한 보답으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보수가 나가야 할 길로 정했다.

또 ‘안보보수 경제개혁’의 기치가 아니라면 자유한국당과 정체성에 차별을 둘 수 있겠나. 일을 추진하는 방식과 스타일에 차별화는 가능하지만 정체성의 차별화는 없다. ‘경제는 개혁’을 내세운 이유다.”

-바른정당이 한 자리대 당 지지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복안은.
“‘보수의 본진’을 둘러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지금은 보수대통령의 실패로 보수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이다. 보수가 얻는 지지율 총합 자체가 작다. 그런데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어 지지율이 더 낮다고 본다.

먼저 해야할 일은 보수 안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낡은 보수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미 낡은 보수에 표를 주셨던 국민들도 낡은 보수로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는 자각이 일어나고 있다. (주도권을 되찾은) 다음, 보수진영 전체의 지지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보수의 본진을 되찾으면 당 지지율도 함께 올라간다.”

-보수본진이 되겠다고 했다. 창당부터 대선까지 바른정당에 기회가 없진 않았다. 구 새누리당 내 잠룡들도 대부분 바른정당으로 왔다. 그럼에도 아직 주도권을 갖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가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빠른 편이 아니다. 보수의 매력일 수도 있는데 지금 국면에서는 답답한 측면도 있다. 보수의 대표주자들이 대부분 바른정당에 있고 낡은 보수에는 껍데기만 있다. 그러나 보수유권자의 인식은 시차가 있다. 보수의 본진이 바른정당이라는 게 온 국민의 인식 속에 자리 잡게 할 때까지는 다소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여기에 시차의 간격이 짧아지는 것을 방해하는 게 가짜뉴스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혀 잘못한 게 없고, 바른정당이 탄핵시켰다’는 식의 배신자 프레임이 있다. 이제 그런 것들이 점점 없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그 시차는 급속도로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보수의 본진을 되찾기 위해서는 바른정당에 강인함과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게 이혜훈 의원의 생각이다. <김경희 기자>
- 이번에 선출된 당대표의 책무는 지방선거 승리와 개헌이라고 본다. 당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보수의 본진이 되면 우리 바른정당의 다음 목표는 민주당과 지방선거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대표로서 주도권을 잡고 여당과 일대일 경쟁할 것이다. 개헌은 개헌특위에 바른정당의 공식입장을 제시한 내용이 있다. 당대표로서 제가 합의를 이끈 안은 아니지만, 연속성이 있기 때문에 바른정당의 공식입장을 이어서 갈 생각이다.”

-자유한국당과 보수 본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있는 한편, 야당으로서 정부여당 독주를 막기 위한 공조도 필요하다. 자유한국당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안별로 공조할 수밖에 없다. 각 정치적 사안에 대해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3당의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공조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만 하더라도 우리 당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있다. 육아휴직 확대, 보육시설 증설, 소방관·가축방역관·부사관 등 당장 손이 모자라서 국민생활에 불편함이 발생하는 부분은 필요성을 인정하는 측면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사안별로 공조할 수 있지만, 입장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2030세대에서도 보수정당 지지자들이 있다. 특히 젊은 보수층은 바른정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청년들을 위한 정책 제안 통로가 정치권에는 전무하다시피 한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투 트랙을 열어두려 한다. 오프라인은 활성화 돼 있으나 온라인은 정치권이 ‘디지털 정당’을 추구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실질화 되지 못했다. 이에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모든 당 의사결정에서 ‘온라인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려 한다. 정책부터 각종 정치 이슈에 대한 세부 의견까지 받을 수 있도록 전담 직원을 두고, 접수된 의견들은 당내 모든 회의에서 의무적으로 듣도록 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당무와 정책에 반영된 의견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도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정책 아이디어 공모’도 자주 하려 한다. 전국에 있는 청년에게 상금을 걸고 아이디어 공모전을 펼쳐, 여기서 채택된 정책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에게 건의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이혜훈 의원이 경쟁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김경희 기자>
- 바른정당 당대표 경선에 김영우·하태경·지상욱·정운천 의원이 경쟁자로 올랐다. 누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가.
“네 분 다 강력한 경쟁자다. 지상욱 의원의 미모(웃음)는 못 당할 것 같고, 정운천 의원은 ‘꼬끼오’ 같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도 개의치 않겠다는 열의가 있다. 김영우 의원의 체력은 못 따라간다. 자전거로 전국일주 다니는데 저는 자전거조차 못 탄다. 또 하태경 의원의 CSI급 수사력은 제가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경쟁할 이혜훈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유연함과 강함의 투 트랙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수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거다. 밖에서 보면 제가 강하고 단단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상상을 깨고 부드러운 면도 있다.(웃음) 유연함과 강함,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마선언문에서 ‘탈계파’를 선언했지만, 이혜훈 의원은 누구보다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탈계파를 굳이 선언한 이유는.
“탈(脫)계파 선언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바른정당은 계파정치 종식을 위해 가시밭길을 가고 있는 분들이 모인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파정치만큼은 하지 말자고 하는 뜻에서 탈 계파를 선언했다.

둘째, 저 자신이 오히려 유승민 의원과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탈계파 선언을 했다. 당대표가 됐을 때 펼칠 각종 정치적 행보들이 유승민 의원 중심으로 한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30년 가까운 인연이지만 공적인 업무와 사람을 기용하는 점에 소위 ‘유승민 라인’을 배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마지막으로 당원과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보수와 바른정당에게도 결정적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아남느냐 못 살아남느냐’의 갈림길이다. 차기 지도부는 바른정당과 보수진영이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한 역사의식과 소신, 철학이 확실해야 한다. 또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이해득실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포용력을 발휘해 다른 정당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강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춘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이혜훈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보수의 본진이 되는) 일에 제 정치생명을 걸고 도전을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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