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직원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에서 칠러의 열교환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시사위크|평택=장민제 기자] “20년 전 칠러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장을 장악한 미국 메이저 회사들보다 기술력이 낮았던 게 사실입니다. 현재는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단계입니다. 글로벌 넘버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7일 방문한 LG전자 평택 칠러 사업장에선 그간 칠러사업을 주도한 임직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칠러는 냉매제를 이용하는 일반에어컨과 달리 물을 냉각해 차가운 바람을 생산, 공급하는 설비다. 설비 크기 및 특성상 주로 대형건물에 사용된다.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의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난해 평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현재는 국내엔 스타필드 하남,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등에 공조 솔루션을 공급했고, 동남아, 중남미 등의 발전소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청사, 킹칼리드 국제공항 등에도 납품한 상태다.

박영수 LG전자 에어솔루션 사업부 칠러사업 담당상무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소형에어컨에서 대형까지 냉난방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며 “국내 유일의 총합솔루션 회사”라고 말했다.

LG전자 평택 칠러 사업장의 작업모습.< LG전자 제공>

◇ 조선소 연상시킨 칠러 생산라인… 19년 숙련공들 투입

이날 공개된 평택 칠러의 생산라인은 일반 가전제품 제조공정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축구장 4개 넓이의 생산동엔 중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고, 거대한 철재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흡사 조선소 같은 분위기였지만 정밀작업이 요구되는 만큼의 공장 내 환경은 의외로 쾌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의 청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대형 펜을 곳곳에 설치했다”고 설명혔다.

생산품이 다른 만큼 근로자들의 작업모습도 차이가 났다. 로봇 팔을 이용한 일부분의 용접 외에는 자동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근로자들은 비교적 넓은 공간을 오가면서 철재원통을 다듬거나 용접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는 칠러의 설계와 제작방식이 건물의 형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엑스레이, 진공, 헬륨, 수압 등을 이용한 각종 검사과정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칠러의 생산공정이 냉각된 물과 공기가 오가는 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인 만큼, 정밀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근속년수 19년 이상의 근로자들로 구성됐다”며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에선 총 6개의 시운전 설비로 제품을 테스트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동 옆에는 연구시험동이 위치해 있었다. 칠러의 신기술과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되는 공간으로, LG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성능평가 설비들을 확보했다.

이날 방문에선 LG전자가 올해 초 선보인 ‘마그네틱 무급유 인버터 터보 냉동기’를 볼 수 있었다. LG전자 자체 기술로 개발된 이 제품은 자기부상 베어링이 적용돼 윤활유 없이도 고속회전이 가능하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수주받아 제작 중”이라며 “(최초 납품은) 11월 경”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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