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지구 연구시설 중 가장 먼저 완공돼 문을 연 롯데중앙연구소. <롯데중앙연구소 제공>

[시사위크|마곡=권정두 기자]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시작되는 양천로를 쭉 달리다보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이라 불리는 마곡지구가 나온다. 그리고 이곳엔 한눈에 봐도 ‘롯데’가 떠오르는 건물이 홀로 위용을 뽐내고 있다. 롯데중앙연구소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일, 롯데중앙연구소의 ‘마곡 시대’를 열었다. 롯데그룹 식품사업 부문(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GRS 등)의 모든 연구 활동이 이뤄지는 곳으로, 마곡지구에 들어설 연구시설 중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지상 8층, 지하 3층 규모의 이 건물은 비록 키가 크진 않지만, 규모가 상당했다. 연면적은 8만2,929㎡, 약 2만5,000평에 이른다. 양평동에 위치했던 기존의 연구소보다 5배가 규모가 커졌다. 한층 커진 규모 덕에 그동안 분산돼있던 연구시설도 한데 모일 수 있었다. 롯데그룹은 연구소 인력도 현재 약 300여명에서 43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다. 연구소의 ‘질’도 한층 높아졌다. 각종 최첨단·최신식 설비를 구비했고,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또한 롯데그룹 식품계열사들의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각종 교육시설도 마련됐다. 2층엔 교육을 받는 이들을 위한 숙박시설까지 준비돼있다.

새롭게 문을 연 롯데중앙연구소는 R&D를 향한 롯데그룹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그룹은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새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그동안 양적성장에 주력했던 성장전략을 질적성장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새로운 비전에서 롯데중앙연구소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 새삼 느낄 수 있는 롯데와의 추억… 어린이 위한 체험공간까지

롯데중앙연구소 1층 로비에선 빼빼로 모양의 기둥이 눈길을 끌었다. <시사위크>

롯데중앙연구소를 찾은 것은 장맛비가 절정에 달한 지난 10일. 롯데중앙연구소 주변은 온통 공사장이었다.

다소 어수선한 주변 환경과 달리 연구소 내부는 정갈하고 차분했다. 조금은 삭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첫 인상을 유쾌하게 바꾼 것은 기둥 4개였다. 롯데제과의 히트 상품인 ‘빼빼로’를 본 딴 듯한 과자모양의 기둥이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뮤지엄 엘(Museum L)’이다. 연구소 1층 한 켠에 자리한 이곳은 롯데그룹 식품 4사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작은 박물관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영상물을 통해 롯데그룹 식품 4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어진 공간에서는 낡은 기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 영등포공장에서 1972년부터 2012년까지 40년 동안 쉴 새 없이 돌아간 껌포장기였다. 그 옆엔 그보다 더 오래전에 사용된 음료수 혼합기가 있었다. 롯데칠성음료의 전신인 동방청량음료 때부터 사용된 기계다.

내부로 조금 더 들어가자 친숙한 것들이 향수를 자극했다. 롯데그룹 식품4사의 제품들을 전시해둔 공간이었다. 초코파이, 빼빼로, 치토스, 꼬깔콘, 카스타드, 가나초콜릿, 스크류바, 수박바, 칠성사이다 등은 롯데그룹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친숙한 기업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또한 ‘뮤지엄 엘’에는 식품부문에서 국내 최고 자리를 지켜온 롯데그룹의 자부심도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어 방문한 어린이 식품체험관 ‘스위트 빌(Sweet Vill)’에는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하는 롯데그룹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뮤지엄 엘’에 전시된 껌포장기. 1972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40년간 롯데껌을 포장해온 기계다. <시사위크>
‘뮤지엄 엘’에서는 롯데그룹 식품 4사의 주요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직 시범운영 중인 이곳은 어린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과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돼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초콜릿과 사이다, 우유, 햄버거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놀이의 방식으로 체험하며,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된다.

또한 마치 만화나 영화 속 연구소처럼 꾸며진 공간에서는 롯데그룹 식품4사의 제품에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배우고, 대형 모니터를 통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스위트 빌’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새로운 명소가 될 전망이다. <시사위크>
‘스위트 빌’에서는 여러 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시사위크>
의성마늘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는 콘텐츠. <시사위크>
모형을 이용해 직접 햄버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콘텐츠도 있다. <시사위크>

여기까지가 가상의 체험이었다면, 간식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쿠킹클래스’도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아이들에게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각 과정에 따라 손을 씻은 뒤 제대로 닦이지 않은 부분을 확인하는 장비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스위트 빌’은 향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필수코스’로 등극하기 충분해보였다. 게다가 무료다. 롯데중앙연구소는 향후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접수를 받는 식으로 ‘스위트 빌’을 운영할 방침이다.

‘뮤지엄 엘’과 ‘스위트 빌’은 양평동 시절에는 없었던 시설이다. 롯데그룹이 소비자, 특히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한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각 제품에 들어가는 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 <시사위크>
직접 체험이 이뤄지는 쿠킹클래스는 손씻는 설비에도 많은 신경을 쓴 모습이다. <시사위크>

◇ 창립 50주년과 함께 맞는 ‘마곡시대’, 질적성장 이끌 첨병

1층에 마련된 ‘뮤지엄 엘’과 ‘스위트 빌’이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였다면, 다른 공간들은 롯데그룹 식품 4사의 치열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먼저 지하에는 얼마 전 이름을 바꾼 롯데GRS(롯데그룹 외식프랜차이즈기업으로 기존 이름은 (주)롯데리아)의 각 브랜드별 교육시설이 자리해있었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TGI프라이데이스 등의 매장 및 주방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소비자들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는 소비자 감성센터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꾸며졌다. <시사위크>

식품업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반응. 따라서 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제품 출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이뤄지는 ‘소비자 감성센터’도 롯데중앙연구소에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 감성센터’ 역시 최첨단·최신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이를 통해 더욱 세밀하고 정확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실험실이 위치한 건물 상부는 고요한 가운데 묘한 긴장감과 열기가 느껴졌다. 다만, 자기자리 없이 운영되는 스마트 오피스 속 직원들의 모습에선 자유분방함과 여유도 엿볼 수 있었다.

마곡지구는 아직 흙먼지가 날리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 가운데 우뚝 선 롯데중앙연구소는 이미 롯데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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