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격행보를 이어갔다. 청와대 경내 영빈관에서 내외신 출입기자 200여명을 모아놓고 자유질의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이다. 각본이 아닌 ‘진심’으로 소통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처음으로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이 실시되는 만큼, 청와대 측이나 기자단 모두 긴장감이 역력했다. 긴장감을 지우기 위해 청와대는 대기시간 동안 박효신, 이적 등이 부른 익숙한 대중가요를 틀어놓기도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사회자가 지목한 것 같으면 (다른 사람을 지목했더라도) 일어나서 질문을 하면 된다”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 ‘파격’ 기자회견에 청와대와 기자단 모두 긴장

모두발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펜과 메모지가 준비된 책상에 착석하면서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첫 질의에 나선 베테랑 기자의 마이크가 흔들릴 정도로 떨림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 기자는 질의에 앞서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시냐.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지금도 떨리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주면 더 많은 질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약 50분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동안 문 대통령은 내내 긴장한 가운데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증세 등 일부 현안에서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으나 북핵과 한미관계, 인사, 원전 등 예민한 사안에 막힘없는 답변이 이어졌다. 사전질의서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 하다는 평가다. 질의 막판에는 서로 질문을 하겠다며 손을 드는 기자가 많아 질문자를 고르기 힘들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비견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

사실 기자회견에서 ‘질문자’와 질문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심지어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기자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나올 정도다. 미국 백악관 최장출입기자 토마스 헬렌은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문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을 ‘파격’이라고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자유롭게’ 질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사전질의가 유출돼 ‘짜고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도 나온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한 걸음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진행상 미숙한 점도 있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대선개입’ ‘검찰개혁’ 등 사회문화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듣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시간분배에 신경을 더 썼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생중계라는 무언의 압박에 쫒기는 부분도 있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추다보니 사회문화부분에 대한 명확한 어나운스를 하지 못했다”며 “오늘 지적들을 잘 새겨서 다음 기자회견에 꼭 반영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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