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변호사로 돌아왔다. 그는 8월말 법무법인 서평의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소미연 기자>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야말로 영욕의 세월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검찰총장으로 발탁되며 당대 조직의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취임 5개월 만에 퇴임했다. 불명예를 안긴 혼외자 논란의 숨은 배경이 밝혀진 것은 최근에서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적폐청산 TF는 18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찰총장이 청와대와 갈등을 빚다 미움을 산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것이다. 억울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그 시절, 예정된 길은 칩거뿐이었다. 바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얘기다.

◇ 사무실 이전… 휴가 복귀 후 개소식 준비 

칩거는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깨졌다. 채동욱 전 총장은 촛불집회가 한창 열리던 올해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서와 개업신고서를 제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개업 신고가 받아들여진 것은 그로부터 넉 달 뒤다. 이로써 퇴임 후 3년 8개월 만에 변호사로서 새 출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법무법인 서평’이다. 서평의 이재순 대표 변호사가 대학동기이자 총장 퇴임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곁을 지켜준 친구였다. 이제는 반대로 채동욱 전 총장이 파트너로 친구 옆에 서게 됐다. 이외 조용연·임수빈·정용진·황정은·이은성 변호사가 함께 한다.

채동욱 전 총장은 변호사 외 화가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총장 퇴임 이후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그림이 새로운 취미가 됐다. <뉴시스>

개소식은 아직이다. <시사위크>에서 확인한 결과, 서평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도곡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법인 설립 당시부터 청담동 사무실은 임시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지인의 소개로 잠시 세 들어 지낸 것. 도곡동 사무실이 서평의 진짜 터전이다. 이전 소식이 전해진 이틀 뒤, 기자가 해당 사무실을 찾았을 때 이미 복도와 내부 공간에는 개업을 축하는 화분들이 즐비했다.

서평 측 관계자에 따르면, 개소식은 이달 말경으로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채동욱 전 총장도 휴가에서 복귀한 17일부터 본격적인 개소식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과의 만남은 고사할 방침이다. 검찰에서 이날부터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과 자신의 뒷조사 의혹 등 적폐 수사에 돌입하기로 알려진 만큼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입은 무거워졌지만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채동욱 전 총장은 앞으로 공익사건에 관심을 갖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도움을 주는데 노력”할 생각이다. 서평 측 관계자는 “공익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검토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 ‘더스틴 채’로 화단 정식 데뷔… 개인전 열고파 

이와 함께 채동욱 전 총장은 화가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그의 가명은 ‘더스틴 채’다. 좋아하는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미 등단도 했다. 지인의 권유로 지난 4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아트엑스포 뉴욕 2017’에 그림 5점을 출품한 바 있다. 이중 2점은 현지에서 팔렸다. 본인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다.

채동욱 전 총장이 붓을 잡기 시작한 것은 총장 퇴임 이후다. 유휴열 화백에게 그림을 배우며 당시의 답답한 마음을 달랬다. 매일 17시간씩 그림에 매달리며 힘든 시간을 버텼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이 모두 130점이 넘는다. 전시회 출품 등으로 경력을 쌓은 뒤엔 개인전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도곡동 사무실 안내 한 켠엔 그의 감나무 그림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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