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가 '콜드브루' 기법으로 제조됐다고 홍보하고 있는 'COLD BREW 실론티 블랙티' 겉면 디자인. <롯데칠성>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콜드브루. 언제부턴가 고급스런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이 단어는 더 이상 우리 일상에서 낯설지 않게 됐다. 연간 9조원 대 시장으로 성장한 국내 커피 산업의 트렌드를 수년째 이끌다 보니 누구나 한번쯤을 들어봤을 법한 단어가 됐다.

익숙한 만큼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콜드브루(Cold Brew)란 단어 뜻 그대로 ‘차갑게 우려낸’이란 의미다.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이나 상온의 물을 이용해 천천히 추출하는 커피 제조 방식을 일컫는다. 이는 네덜란드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방법으로, 일본에서는 ‘더치커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구의 표현을 따라 콜드브루라고 부르고 있다.

◇ 커피의 진수 혹은 프리미엄 마케팅

콜드브루가 한국에 상륙한 이래 우호적인 시선만 존재한건 아니다. 커피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콜드브루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렸다. 정성들여 우려낸 만큼 기존 커피보다 맛과 향이 더 훌륭하다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가격만 비쌀 뿐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도 더러 나왔다.

일각에서는 단어가 주는 고급스런 이미지에 기댄 ‘프리미엄 마케팅의 일환’이라며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콜드브루는 오랜 시간 커피 시장 트렌드를 선보하며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이 앞다퉈 내놓은 콜드브루 신제품들은 매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지난 7월 스타벅스에서는 출시 1년 3개월 만에 1,000만잔 이상이 판매됐으며, 던킨도너츠에서는 출시 두 달을 맞은 이달까지 누적 100만잔이 넘게 팔렸다.

콜드브루의 인기는 커피전문점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캔‧컵커피 시장에서도 콜드브루는 유행이 된지 오래다. 식음료기업들은 자사가 보유한 기존 커피브랜드에 콜드브루를 붙여 전문점 못지 않은 고급 이미지를 덧씌었다. 동시에 콜드브루의 뜻 그대로 찬물에서 원두를 우려내 깊은 맛을 자랑한다는 홍보 작업도 병행됐다.

하지만 이 같은 식음료기업들의 홍보성 멘트들은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커피전문점들이 구체적인 추출 시간(14~15시간)과 제조법까지 공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얼마나 원두를 정성들여 우려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제품의 핵심 키워드에 대한 정보 공개는 하지 않으면서 업계 유행에 편승해 제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 유행어에 편승?… 우려먹는 차에도 ‘COLD BREW’

이런 상황에서 식음료기업의 콜드브루 마케팅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간 커피에만 국한돼 사용됐던 콜드브루라는 표현이 차 제품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포문은 롯데칠성음료가 열었다. 롯데칠성은 최근 신제품 ‘COLD BREW 실론티 블랙티’를 출시하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무당 음료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대기업 식음료회사에서 커피 이외의 음료에 ‘Cold Brew’를 전면에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콜드브루란 오직 커피 추출 방식만을 뜻하는 게 아닌 만큼 단어 사용 자체가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진짜 콜드브루가 맞느냐는 거다. 롯데칠성은 본래 우려내서 제조되는 홍차에 콜드브루라는 거창한 문구를 사용하면서도 기존 제품과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롯데칠성의 속내는 제품 디자인에서 엿볼 수 있다. 제품 겉면에는 얼핏 보면 커피로 착각할 만큼 ‘COLD BREW’를 큼직하게 노출시키고, ‘실론티 블랙티’는 이보다 훨씬 작은 폰트로 처리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올라온 제품 리뷰에는 “첨엔 커피인 줄 알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이미 콜드브루 기법을 적용한 차 음료들이 여럿 출시돼 있다”면서 “이번 신제품은 콜드브루 기법으로 제조되는 제품인 만큼 용기 디자인과 이름에는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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