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선고가 늦어지고 있다. 당초 그는 3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내달이면 검찰이 상고한지 1년이 된다. 이에 따라 이완구 전 총리의 칩거도 길어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겠나. 무서운 얘기다. 증거가 나오면 죽어야하니까. 그만큼 수 백 번 수 천 번 생각하고 고민해서 꺼낸 말이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담담하게 말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남았지만 ‘무죄’를 확신했다. 도리어 그는 지난 법정 공방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실에선 “코미디”와 다름없었지만, 영화는 다큐드라마에 가까워 보였다. 어느 순간 이완구 전 총리는 자신의 사건을 객관화하고 있었다.

◇ 예상 밖 길어지는 칩거… 주변인 “못 본지 오래”

대법원 선고는 늦어도 3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항소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반발한 검찰이 법리 다툼을 예고했으나, 중요 쟁점에 대한 공방은 이미 끝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 앞에서 기자와 만날 당시 ‘피고인’ 신분이었고,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자유의 몸이 되지 못했다. 칩거도 여전했다. 지난 8월말 몇 차례에 걸쳐 이완구 전 총리의 자택을 찾았지만, 주변 사람들조차 “못 본지 오래”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완구 전 총리가 최근 차남의 혼사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차남의 신혼집을 구해줬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와 별개로 검소하다는 평판이 뒤따랐다. 이완구 전 총리가 자택으로 삼고 있는 대림아크로빌 아파트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굳이 단지 밖을 나올 일이 없지만, 이따금씩 단지 밖에 있는 군인공제회관 사우나에서 목격됐다는 후문이다. 실제 사우나에서 그를 본 한 주민은 “소탈해서 놀랐고, 카리스마가 넘쳐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목격담은 최근에 가까울수록 전무했다. 대법원 선고가 늦어지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내달 7일이면 검찰의 상고장이 대법원에 접수된지 1년이 된다. 공교롭게도 이완구 전 총리를 재판에 넘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이 바로 문무일 검찰총장이다. 그는 지난 7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완구 전 총리의 공소 유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시 특별수사팀의 구성원 중 부장급 구성원들이 상고이유서와 각종 의견서, 법리검토서까지 써가며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시사위크와 만난 자리에서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무거움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책임의식 차원에서 좀 더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완구 전 총리의 유죄 판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그는 2013년 4월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결백을 호소했으나, 쏟아지는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총리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총리 취임 63일만이다. 이에 대해 이완구 전 총리는 “감당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 “총리직 물러났지만… 공직의 무게 안고 갈 운명” 

이완구 전 총리는 과거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때는 나의 억울함이 두 번째였다. 비타500 패러디까지 나온 상황에서 자리를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공직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그 무거움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서 “책임의식 차원에서 좀 더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 국민 불신을 샀던 비타500에 대해선 ‘거짓’이라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데 답답한 표정을 보였다.

총리직 사퇴 이후 이완구 전 총리는 많이 아팠다. 제주도에서 요양하던 중에 상태가 나빠져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모두 스트레스 탓이다. 그는 “늘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불법자금을 받았을 리가 있겠냐”고 푸념하기도 했다. 실제 이완구 전 총리는 충남도지사를 지낼 당시 장남을 ‘비밀 장가’ 보냈다. 이후 빙모상을 치를 땐 사위 이름을 뺐다. 뿐만 아니다. 그는 기자에게 “(비리 혐의로 구속된) 형제들은 우리 집에 못 온다. 내 형제를 만나는 사람도 안 만났다”면서 “일종의 결벽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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