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제지수는 통계학적 고민의 소산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경제통계는 산업과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각종 심리·전망지수와 수치화된 비율지표들은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때로는 기업 및 정부정책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이용도가 높은 만큼 경제지수를 산출하는 공식 속에는 제작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담긴다. 이미 만들어진 통계공식도 본 목적을 더 잘 달성하기 위해 수정·개편되기도 한다.

◇ 잡음 없는 지표를 찾아서

GDP·물가지수 등 ‘얼마나 더 높아졌는가’가 중요한 통계자료들은 이전시점의 자료와 비교했을 때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달의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인지 비관적인지 알려면 이전 자료를 찾을 필요 없이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를 보면 된다. 숫자 하나로 표현되는 지수 안에 장기평균(2003년 1월~전년 12월)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심리지수를 관련 지표의 단순평균으로 나타낸다면 종합지수로서의 위상을 상당부분 잃을 것이다. 장기적 일관성을 잃을 뿐 아니라 특이점을 보인 지표 하나가 전체 지수를 요동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심리지수의 산정을 위해 집계된 6개 경제심리·전망지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번의 표준화 작업을 거친다. 지표별로 각각 한 번, 표준화된 개별지표의 평균을 구한 후 다시 한 번이다. 도출된 지수를 보기 쉽게 재조정하면 신문·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소비자심리지수가 탄생한다.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 통계치의 경우 계절 조정을 거친 자료가 현황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는 해당 월의 자료를 전년 동월의 자료에서 빼는 계절차분기법이 이용된다. 노동시장지표의 경우 기업들이 채용에 소극적인 12월~2월에는 실업률이 봄·여름에 비해 2%p 가까이 높아지기도 하지만, 계절차분을 거친 후에는 다른 계절과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일부 통계자료를 이전 달이 아니라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더 ‘현실적’인 지표

미국의 TV 시리즈 <웨스트 윙>에는 통계방정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대통령 참모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예산당국이 새로 만든 빈곤율 계산식이 수백만 명의 빈곤층을 새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공식이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높아진 빈곤지표는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떨어트릴 수 있다.

이 에피소드는 경제지표의 산출에 정치·사회적 고려도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지난 7월 말 중위소득을 두고 벌어진 논의는 이런 ‘인위적 조정’의 긍정적 예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은 일반적으로 2년 전 수치에 과거 3년간의 평균증가율을 두 번 반영해 도출된다. 그러나 2018년 중위소득을 이 방식을 이용해 산출할 경우 지난 수 년 간 지속됐던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낮은 수치가 나온다.

중위소득기준의 하락은 복지급여 수급대상자의 감소로 이어진다. 경기 침체가 빈곤층의 감소를 야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당시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존 방식을 포기하고 2015년 대비 2016년의 중위소득 실측값 증가율을 사용하기로 의결했다. 그 결과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1.16%(5만2,000원) 상승했으며, 덩달아 복지급여수급자도 늘어났다.

통계청은 지난 2013년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하면서 기준년도인 2010년 대신 새로 집계한 2012년의 가중치를 사용했다. 본래 소비자물가의 수량과 가중치는 5년 단위로 개편되지만, 당시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지출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새 소비자물가 산출 공식은 교육 부문의 가중치를 9% 가량 낮췄다.

가중치 개편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시사위크>를 통해 “5년에 한 번씩 기준년도를 변경하는 것이 정례이나, 현실반영률을 더 높이기 위해 중간시점에 가중치 개편지점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7년 기준 소비자물가에 사용되는 가중치는 내년에 새로 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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