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그룹이 출연한 공익재단 ‘오운문화재단’, 총수입의 13%만 고유목적사업에 지출
수입보다 지출비용 더 큰 수익사업… 청소년수련시설 ‘보람원’ 역할론도 의문

코오롱이 출연한 오운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시설 보람원. <보람원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코오롱이 출자한 재단법인 오운문화재단(이사장 이웅열)이 지난해 전체수입의 13% 수준만 공익활동을 위해 지출한 것으로 <시사위크> 조사결과 확인됐다. 장학금 지급은 1억원에 불과했다. 고유 목적사업비를 총수입의 절반도 지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30대 그룹 공익재단이 총수입 대비 평균 40% 규모를 목적사업에 사용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크다. 관심을 집중시키는 것은 오운문화재단의 수익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보람원’이다. 오운문화재단 총수입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작 공익활동을 위한 용도로 지원되는 것은 거의 없다.

◇ 총수입 39억원 중 고유목적사업비 지출 5억원 불과

‘공익재단’은 학자금·장학금 또는 연구비의 보조나 지급, 학술, 자선에 관한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 일반의 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 설립 취지다. 그러나 오운문화재단은 총수입의 13%만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지출한데다, 그나마도 직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가 홈택스 공익법인 공시를 통해 오운문화재단의 결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이 재단의 총수입은 39억4,000여만원을 기록했다. 기부금으로 4억4,000만원의 수입이 발생했고, 나머지 35억원은 수익사업을 통해 생긴 수입이다.

이 중 공익재단의 설립목적에 부합한 ‘공익사업 지출비’는 5억8,900여만원이다. 이사회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고유목적사업에 사용된 비용은 5억4,700여만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오운문화재단은 총 2개의 고유목적사업을 진행했다. 장학금 지급과 홍보계몽활동 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장학금지급 사업에 총 1억893만3,000원을 썼고, 교육발전을 위한 홍보계몽활동 지원 사업으로 4억3,861만9,228원을 사용했다.

오운문화재단은 2015년 대비 총수입이 증가했지만, 공익사업에 대한 지출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시사위크>

오운문화재단이 공익목적의 활동에 사용한 비용은 총수입의 13.88% 규모다. 이는 30대 그룹이 운영중인 공익재단들의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앞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내 46개 공익재단의 지난해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평균 지출비중은 40.7%에 달했다. 특히 LG그룹의 경우, 공익재단 4곳은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비중이 평균 72.6%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해 오운문화재단은 직전년인 2015년 대비 총수입은 35억8,000여만원에서 39억4,000여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장학금 지급 등과 같은 순수 목적사업비에 대한 지출비는 5억9,000여만원 5억4,700여만원으로 줄었다.

◇ 전년대비 총수입 증가했으나, 공익사업지출비용은 줄어

오운문화재단은 총수입의 상당부분이 수익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공익법인도 최소한의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설립목적에 반하지 않을 정도여야 하고 △목적사업 경비충당에 필요한 범위 내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공시에 따르면 오운문화재단의 수익사업은 △이자수입 △배당수입 △수련용역수입 △기타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이를 통해 얻어진 수입은 35억원 규모다. 하지만 여기서 얻어진 수입이 공익활동을 위한 용도로 쓰인 것은 극히 일부다. 35억원의 수입 중 34억원 가까이가 △재료비 △상품 △노무비 △경비 △판매비와 관리비 △영업외 비용 등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비와 경비로 지출한 돈은 각각 12억1,7000여만원, 17억3,500여만원으로 총 30억원 규모에 달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오운문화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오운문화재단이 지난해 고유목적사업으로 지출한 비용은 총수입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뉴시스>

오운문화재단은 ‘수련용역’ 부문에서의 수입 비중이 가장 크다. 충북 괴산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보람원’으로부터 얻어지는 수익으로, 보람원은 ㈜코오롱에서 출연하고 오운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수익사업으로 발생한 수익(35억원) 중 ‘수련용역수입’, 즉 보람원으로부터 얻어진 수익은 32억7,000여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출 내역 중 최고 비중을 차지했던 노무비와 경비를 비롯해 수익사업비용(34억) 상당부분이 보람원 운영에 따른 것이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구조로, 해당 수익사업을 통해 고유목적사업 경비 충당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코오롱그룹은 앞서 올해 예정된 임직원 체육대회 및 단합대회 행사를 ‘보람원’에서 진행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초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오롱은 올해 임직원 단합행사 대신 보람원에 직원들을 동원해 시설 개보수 및 실내 도배 등의 작업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체육행사를 빙자한 임직원 노동력 착취”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급하게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코오롱, 때 아닌 ‘임직원 체육대회’ 구설수… 왜>

코오롱 측은 “(보람원 시설 개보수 작업 동원은) 행사 기획단계에서 제기된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로, 그렇게 진행할 계획은 없었다”고 일축했지만, 뒷말은 여전한 상태다.

 

오운문화재단 측 “이자수익으로 장학금 지급… 고유목적사업 비중 늘리기 어려워”

오운문화재단 관계자는 1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보람원은 정관상 재단에서 운영하는 목적사업의 일종이고, 법인세법상에는 (고객들에게 사용료를 받으니) 수익사업”이라며 “말이 수익사업이지, 수익사업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32억원 수입이 잡히지만 덩치(직원 40여명/10만평 규모)가 크다 보니 운영에 따른 인건비·경비 등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운영비 다 제외하면 적자 상태”라고 덧붙였다.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장학금 지급 등 고유목적사업은 재단의 기본재산 중 예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나 배당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자수익이 1~2%로 워낙 낮아 이 수입을 가지고 장학사업을 하기 어려움이 있다”며 “수익에 따라 고유목적사업 비중도 늘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 장학금 지급 등을 늘리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그러면서 “보람원을 처음 설립할 때만해도 학생들의 인적 교육을 위해 필요하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설립했다”며 “하지만, 손해 났다고 이 사업(보람원)을 접을 수는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하지만 공익사업 차원에서 설립했다는 보람원은 현재 일반인(단체)도 이용가능하며, 성인들에겐 술과 안주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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