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신인왕 후보인 론조 볼.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지난 2016/17 NBA 시즌은 무수한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판타스틱 4’를 앞세운 골든 스테이트의 우승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며 득점‧어시스트‧리바운드 등 전 범위에서 원맨쇼를 보여준 러셀 웨스트브룩 또한 화제의 중심이었다.

반면 시즌보다 더 화려한 오프시즌을 보내고 있는 팀들도 있다. 암흑기를 경험하며 대중의 관심에서 소외됐던 ‘명가’들은 새 식구들과 함께 재도약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이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라이벌인 LA 레이커스와 보스턴 셀틱스의 이야기다.

◇ 아버지의 입보다 훌륭했던 아들의 손 끝

오프시즌 최고의 스타는 선수도 감독도 아닌 ‘선수의 아버지’였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LA 레이커스에 지명된 론조 볼의 아버지이자 성공한 스포츠용품 사업가인 라바 볼은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아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내 아들은 스테판 커리(MVP 2회 수상자)보다 나은 선수다”, “레이커스는 이미 론조의 팀이다” 등이 그것이다. 팬들은 라바 볼의 거침없는 입담에 치를 떨며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시선을 그의 아들에게 보냈다.

론조 볼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는 데는 단 두 경기만이 필요했다. 서머리그 첫 경기에서 5득점에 그쳤던 론조 볼은 두 번째 경기에서 11득점-11어시스트-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필라델피아를 상대한 세 번째 경기에선 36득점을 올려 만인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뒤를 이을 새 스타가 절실히 필요했던 레이커스에겐 가뭄의 단비였다. 카림 압둘자바‧매직 존슨‧샤킬 오닐 등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던 레이커스는 현재 구단 역사상 유래 없는 암흑기를 경험하고 있다. 팀의 주축이었던 코비가 노쇠하고 트레이드도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젊은 감독과 신인 선수들을 주축으로 치렀던 지난 시즌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로 애써 포장됐다.

승부처에서 공을 독점할 에이스가 없는 레이커스의 현 상황은 역설적으로 론조 볼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환경을 제공한다. 사장인 매직 존슨과 코칭스태프들 또한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속공 전개능력과 플레이의 창의성이 론조 볼의 가장 큰 장기로 뽑히는 만큼 레이커스의 ‘영건’들과 빚어낼 합작품에 관심이 쏠린다. 선수들과 도박사들이 론조 볼을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뽑는 이유다.

◇ 다시 태어난 ‘셀틱 프라이드’

NBA 최다기록인 17회의 우승과 뉴잉글랜드 지역의 열광적인 팬들을 보유한 보스턴 셀틱스는 최근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난 2013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폴 피어스를 떠나보내며 팀 재구축을 선언한 것이다. 보스턴이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올린 53승과 동부지구 1위라는 성적표는 그 달콤한 열매였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팀 전력의 열세를 절감하며 클리블랜드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해야 했다.

NBA 최고의 수완가로 평가받는 대니 에인지 셀틱스 단장의 행보는 재빨랐다. 셀틱스는 지난 몇 달 사이 주전 5명 중 4명의 얼굴이 바뀌었다. 유타 재즈로부터 안정적인 득점원인 고든 헤이우드를 영입했고 드래프트에서는 완성도 높은 공격기술을 갖춘 제이슨 테이텀을 선택했다. 그러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주요 계약들이 마무리되던 지난 8월 30일(현지시각) 일어났다. 175cm의 단신으로 팀을 이끌었던 아이재아 토마스를 떠나보내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가드 카이리 어빙을 데려온 것이다.

토마스와 어빙의 트레이드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팬들 사이에서는 부상과 개인적 고통(그는 지난 플레이오프 도중 여동생을 사고로 잃었다) 속에서 팀에 헌신했던 아이재아 토마스를 헌신짝처럼 버린 에인지 단장에 대한 비난도 상당히 거셌다. 그러나 이 트레이드로 보스턴이 한 층 강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리그 최고의 일대일 공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카이리 어빙의 나이는 이제 25살이다. 그에겐 NBA 파이널을 세 차례나 밟았다는 경험치도 있다.

ESPN은 오는 2017/18 시즌에도 보스턴 셀틱스가 동부지구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오프다. 지난 7년간 클리블랜드와 마이애미 단 두 팀만이 동부지구에서 NBA 파이널에 진출했으며, 그 중심에는 모두 르브론 제임스가 있었다. 새 단장을 마친 보스턴이 8년 만에 르브론 없는 NBA 파이널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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