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새 시즌에서는 '대형신인' 벤 시몬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 있을까.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1776년 미국 독립선언을 기념해 이름 붙여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76ers)는 NBA의 최약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 4시즌 동안 동부지구 15팀 중 필라델피아가 기록한 순위는 15위와 14위뿐이다. 특히 2015/16시즌에는 단 10승만을 거두며 12%라는 최악의 승률을 기록했다.

무수한 패배기록을 쌓으며 리그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동안에도 한 줄기 희망은 있었다. 필라델피아는 높은 순위의 지명권을 바탕으로 드래프트에 나온 대형신인들을 주워 담았다. 현재 1순위 2명을 포함해 2014년 이후 드래프트에서 3순위 안에 뽑혔던 선수만 4명이 필라델피아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그 유망주들은 왜 필라델피아의 몰락을 막을 수 없었을까. 팀 재구축을 선언한 첫 시즌은 제외하더라도 그 이후부터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을 바탕으로 팀을 꾸려나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애써 뽑은 신인선수들이 코트 대신 병원과 재활시설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선수 한둘로 고생하지 않는 팀이 어디 있겠냐마는 필라델피아는 특히 악재가 겹쳐 ‘부상 수맥’이 흐르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고 있다. 2014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조엘 엠비드가 대표적이다. 카메룬 출신인 엠비드는 농구 경험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속도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한 시즌이 82경기로 구성되는 NBA에서 엠비드는 현재까지 단 31경기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상으로 첫 2년을 모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드래프트 전부터 지적받았던 오른발 부상이 문제가 됐다.

지난 2016/17시즌 드디어 코트 위에 선 엠비드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데뷔 첫 경기부터 20득점과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엠비드는 출전시간을 경기당 25분 정도로 철저히 조절하면서도 1월까지 ‘이달의 신인왕’을 한 차례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진격은 석 달 만에 다시 부상이라는 벽에 부딪쳤다. 이번엔 왼쪽 무릎에 입은 타박상이 말썽이었다.

2016년 1순위 신인인 벤 시몬스도 마찬가지다. “이미 슈퍼스타의 자질을 갖췄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는 2016/17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0월 초 오른발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초 3개월 내지 5개월의 휴식이 예상됐으나 회복이 더뎌지자 시몬스는 한 시즌을 모두 쉬기로 결정했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통해 그의 화려한 플레이를 접했던 팬들은 아쉬움을 삼키며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새 시즌을 한 달 앞둔 지금 필라델피아의 ‘신인 군단’은 출격 준비를 마쳤다. 현지 스포츠매체 ‘리얼지엠(RealGM)’은 지난 8월 22일(현시시각) “벤 시몬스가 (의료진으로부터)모든 농구 활동을 허가받았다”고 보도했다. 서머리그에서 발목을 다쳐 팬들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미켈 펄츠도 단순 염좌 판정을 받고 약 2주간의 휴식 후 연습에 복귀했다. 다만 2017/18 시즌에서 또다시 부상 문제가 불거질 경우 필라델피아의 암흑기는 무기한 연장될 수밖에 없다. 평균나이 24살의 젊은 필라델피아를 기대하는 팬들은 ‘건강한 필라델피아’ 또한 절실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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