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의 서울 서초구 이수화학빌딩 본사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중견기업집단 이수그룹의 계열사 절반 이상이 일본해 지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바른 지도 사용을 위한 각계각층의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홈페이지 지도 관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무관심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12개 계열사 중 7곳… ‘동해’ 대신 ‘일본해’

일본해 표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간 공공기관과 기업 등 수많은 공적 기능을 가진 기관들이 홈페이지에 회사 위치를 안내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지도를 사용해오다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속적인 언론의 감시 덕에 괄목할만한 개선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진단된다.

간헐적으로 일본해 지도를 사용하는 기업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으며, 최근엔 무려 계열사 대부분이 일본해 지도를 사용한 기업도 적발됐다. 이수화학을 모태로 하는 중견그룹사 이수그룹이다. 이수그룹은 총 12개의 계열사 가운데 무려 7곳이 본사와 공장의 위치를 안내하면서 일본해를 우선하는 ‘구글 글로벌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도 표기 오류는 특정 계열사를 가리지 않는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이수’를 포함해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이수건설’도 포함됐다. 두 곳 모두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평대로 빌딩 위치를 안내하면서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 표기된 지도를 채택했다.

본업인 화학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계열사도 예외가 아니다. 이수화학과 함께 그룹의 화학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수엑사켐’은 서초구 본사는 물론, 울산의 두 공장(울산공장, 온산공장)의 위치를 표기하면서 일본해 지도를 사용했다. 이수엑사켐은 그룹 지주사인 (주)이수 최대주주(67.45%)로 회사 지분 100%를 김상범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이수그룹의 12개 계열사 가운데 7곳((주)이수, 이수건설, 이수앱지스, 이수엑사캠, 이수홀딩스상하이, 이수시스템, 이수엑사보드)이 본사와 공장 위치를 안내하면서 '동해'가 아닌 '일본해'를 우선하는 구글 글로벌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그룹 각사 홈페이지>

희귀질환치료제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이수앱지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 성남의 본사와 서울 신촌 공장, 경기 용인 공장의 위치를 소개하면서 모두 일본해 지도를 적용했다. 첨단 IT 사업부문 계열사인 ‘이수시스템’, ‘이수엑사보드’도 각각 본사와 공장 위치를 알리는 데 있어 구글 글로벌 버전을 이용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다. 유일하게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수홀딩스상하이’도 지도 표기 오류를 범했다. 이수홀딩스상하이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신생 회사로, 중국에서 한식 프랜차이즈 ‘플리나127(PLENA127)’을 운영하고 있다. 이수그룹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2014년은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로 인해 국내에서 지도 표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던 시기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수그룹은 홈페이지 관리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 이수그룹 창업주… ‘5공 핵심’ 김준성 전 부총리

이수그룹의 이 같은 현실은 창업주인 고 김준성 명예회장이 한국경제 발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국내 최초 지방 은행인 대구은행 설립자로, 지난 전두환 정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일각에선 “대통령 빼고 다해봤다”고 일컬어질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1982년 11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후에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전자 회장, ㈜대우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그는 다수의 책을 집필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수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개별적으로 제작된 홈페이지에서 공통적으로 지도가 잘못 사용되는 오류가 발생했다”면서 “잘못이 확인된 만큼 빠른 시일 내로 지도를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이수그룹은 본지 취재가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에 문제의 지도를 모두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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