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참석을 위해 당대표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를 ‘적폐청산’ 기조로 치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감사기간인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상당부분 박근혜 정권이었다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홍준표 대표와 정진석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도발성’ 발언으로 적폐청산 이슈가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민주당 원내행정국이 작성한 ‘2017 국정감사 대응방안’ 대외비 문건을 살펴보면,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문건에서 민주당은 김이수·박성진 후보자 낙마 등 인사정국이 장기화 되면서 강원랜드 인사비리 등 적폐 이슈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이명박 vs 노무현’ 프레임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적폐청산 이슈 전면화로 ‘청산국감’ 기조의 견지 필요성을 제언했다.

◇ 민주당, 2017년 국감에 ‘적폐청산’ 이슈 전면화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여 실행에 착수한 모양새다. 10일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이자, 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마지막 국감”이라며 “국감을 통해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낡은 기득권 구조를 해소하고, 새 정부의 민생개혁 동력을 확보하고, 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지킬 수 있도록 만전의 준비를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번 국감은 2017년 국감이라고 쓰고, 이전 정부의 실정국감이자 초당적인 민생과 안보 국감이라고 읽을 수밖에 없다”면서 “과거 정부의 실패한 정책, 부실정책, 불량정책과 낭비예산, 허투루 쓴 예산에 대해서 국정농단 세력과 결탁한 인사, 그들이 알박기 한 산하기관 인사들의 문제, 사적이익을 추구한 부조리에 대해서 이번 국감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고 ‘적폐청산’ 기조를 분명히 했다.

상임위별 ‘적폐청산’ 논점도 정리했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에서는 “과거정권에서 자행된 범법과 탈법의 적폐를 찾아내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고 했고, 법사위에서는 “국정농단, 적폐청산 수사관련 진행상황”을 점검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과기방통위 국감에서는 “언론적폐 청산 집중”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밖에 행안위 과거사 문제, 복지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및 박근혜 정부 차병원 특혜의혹, 정보위 국정원 정치개입 등을 국감을 통해 부각시켜야할 ‘적폐이슈’로 상정했다.

◇ 국민의당과 ‘청산연대’로 자유한국당 포위 전략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미있는 것은 정치적 ‘구도’다. ‘적폐이슈’를 전면화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했던 자유한국당과는 척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민주당도 자유한국당에 대해 ‘적폐의 동조자들’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발목잡기 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두 차례나 거부하는 등 이미 민주당과는 전선을 굳히고 있다.

핵심은 국민의당과의 관계설정이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부결, 김명수 대법원장 가결 전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의당과 협치가 되면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데 무리가 없다. 정치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이 ‘협치’의 상대방으로 나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건에서도 국민의당과의 ‘청산연대 가속화’를 통한 구 정권세력에 대한 포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예산과 법안 등 “다양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적시됐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취소청원 의혹이 불거지고,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가 강하게 반발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바른정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이 특별히 능동적으로 취해야할 전략을 마련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적폐청산’ 전선을 구축해 바른정당으로 하여금 선택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을 취했다. 즉 ‘적폐’ 세력인 자유한국당과 함께할 것인지, 아니면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폐단과 불공정 관행을 청산하는데 동참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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