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중 슛을 쏘는 더마 드로잔(맨 왼쪽).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마이클 조던·코비 브라이언트 등 과거 NBA 최고의 선수들을 대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미들 슛이다. 미들 슛은 일견 가장 단순해 보이는 공격 형태지만, 동시에 가장 높은 기술과 팀 전술이 필요한 공격옵션이기도 하다. 좁은 공간 속에서 수비수를 따돌리고 슛을 던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NBA에서 미들 슛의 역할은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골밑 공략의 전문가인 르브론 제임스와 야니스 아테토쿰보는 압도적인 신체조건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슈팅 능력이 약하다’는 비판에 정면 대응하고 있으며, 마이크 댄토니가 가다듬고 골든 스테이트가 열어젖힌 3점 슛의 전성기도 미드레인지 게임의 위상을 낮추는데 일조했다. 45.4%라는 스테판 커리의 2015/16시즌 3점 슛 성공률은 그가 3점 라인 바깥에서 슛을 던질 때마다 1.36점을 올려왔음을 뜻한다. 미들 슛으로 같은 기대효과를 보려면 68.1%의 공격성공률이 필요하다.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다.

크리스 폴(좌)과 C.J.맥컬럼(우)의 지난 시즌 슛 차트. < nba.com 제공>

반면 여전히 3점 라인 두 발짝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며 고전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선수들도 있다. 183센티미터의 키로 미드레인지 게임의 최강자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는 크리스 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17시즌 폴의 골밑공격비중은 단 11.8%에 불과했다. 잦은 부상으로 가속도가 떨어진 영향도 있지만, 데뷔 첫 두 시즌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46%를 넘는 성공률을 기록해왔을 정도로 미들 슛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인 오른쪽 45도에서 던지는 2점 슛은 가장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인 무기로 애용됐다.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의 C.J.맥컬럼은 지난 시즌 이 분야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팀 동료 데미안 릴라드가 지난 시즌 골밑 돌파와 3점 슛의 비중을 75% 가까이 가져간 것과는 달리, 맥컬럼은 41.2%를 미들 슛에 할애하면서도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다. 수준급의 볼 핸들링 능력과 순간판단력은 맥컬럼이 코트 어디에서든 슛을 던질 수 있게 돕는다.

더마 드로잔의 지난 시즌 슛 차트. < nba.com 제공>

폴과 맥컬럼이 미들 슛뿐 아니라 3점 라인 바깥에서도 좋은 슈터인 반면 토론토의 에이스 더마 드로잔은 미들 슛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슈팅 차트에서 보이듯 드로잔은 지난 시즌 59%의 공격을 미드레인지에서 풀어나가며 평균 27.3득점을 올렸다. 일반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공격방식으로 뽑히는 ‘롱 2(3점 라인 가까이서 던지는 미들 슛)’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대단한 기록이다. 일부 팬들은 3점 슛을 갖춘 ‘완전체 드로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 모습이지만, 이번 시즌에도 드로잔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미드레인지 공략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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