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각) 경기에서 마스크를 쓰고 출전해 47득점을 기록한 카이리 어빙.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21일(한국시각) 열렸던 보스턴 셀틱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경기는 댈러스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8점차로 뒤진 채 4쿼터를 맞이한 보스턴은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고, 연장 5분 동안 14점을 몰아넣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의 주인공은 안면부에 약간의 골절상을 당해 마스크를 끼고 출전했던 카이리 어빙이었다. 팀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47득점을 올리며 승리를 견인했다. 무엇보다 강심장을 가진 슈퍼스타의 자질로 평가되는 ‘클러치 타임’의 활약이 백미였다.

NBA는 경기종료 5분 이내‧점수 5점차 이내를 ‘클러치 타임’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날 카이리 어빙이 클러치 타임에서 올린 기록만 12득점‧2어시스트‧1스틸에 달하며, 4쿼터 초중반부터 댈러스를 추격하며 올린 득점을 포함하면 순도는 그 이상이다. 연장 종료 48초 전, 웨슬리 매튜스에게서 파울을 얻어내며 골밑돌파를 성공시킨 어빙에게 댈러스 팬들은 기꺼이 MVP 찬트를 불러줬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적장에게 예우를 갖춘 셈이다.

NBA공식사이트가 제공하는 통계에 따르면 이번 시즌 어빙은 클러치 타임에서만 61.5%의 야투성공률로 65득점을 쏟아내고 있다. 그가 클러치 타임에 코트를 밟고 있던 11경기‧38분 동안 보스턴이 올린 득점은 실점보다 40점이 많다. 보스턴 셀틱스가 기록 중인 16연승 중 11승이 클러치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승의 주역이라 할 만하다.

혼자 해결하는 능력만 있는 것도 아니다. 10어시스트와 0실책이라는 기록은 그가 안정적으로 팀원들을 활용하는 능력도 출중함을 나타낸다. 클러치 득점 2‧3위인 데미안 릴라드와 르브론 제임스가 각각 6개와 5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빙은 댈러스의 팬들이 바랐던 것처럼 MVP를 수상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부지구의 제임스 하든이 경기당 36.1득점과 9.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휴스턴 로켓츠를 서부 1위로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어빙이 MVP를 수상하기엔 상대적으로 빈약한 평균기록(22.5득점‧5.3어시스트)이 문제가 된다. NBA 통계를 제공하는 ‘바스켓볼 레퍼런스’ 사이트는 하든의 MVP 수상 가능성을 72.9%로, 어빙은 단 4.4%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즌이 82경기로 진행되는 NBA에서 구단들은 아직 스무 경기도 채 치르지 않았다. 내년 여름까지 이어지는 긴 시즌 동안 선수들의 체력부담과 부상 가능성 등 변수는 많다. 반면 어빙이 클러치에 강한 슈퍼스타라는 것만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보스턴 셀틱스와 카이리 어빙의 상승세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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