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NBA 적응기를 거치고 있는 론조 볼.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LA 레이커스의 신인 포인트가드 론조 볼과 가장 자주 비교되는 NBA 선수는 다름 아닌 제이슨 키드 현 밀워키 벅스 감독이다. 제이슨 키드의 NBA 첫 시즌 평균기록이 11.7득점‧7.7어시스트‧5.4리바운드로 론조 볼(9.0득점과 7.1개의 어시스트‧리바운드)과 대동소이할 뿐 아니라, 슛 성공률이 리그 전체로 따져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는 점 또한 판박이기 때문이다. 제이슨 키드의 신인시절 야투‧3점 슛 성공률은 각각 38.5%와 27.2%며, 론조 볼의 경우 31.8%와 25.7%로 더 낮다.

론조 볼은 여기에 한 술 더 떴다. 제이슨 키드가 야투성공률은 낮았지만 자유투 성공률은 7할에 가까웠던 반면 론조 볼의 자유투 성공률은 46.7%에 불과하다. 수비수가 아무도 없는 자유투에서조차 반타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론조 볼이 대학 시절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는 이유이자 레이커스 팬들이 그에 대한 실망감을 숨기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론조 볼의 출전시간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그를 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론조 볼은 정말 레이커스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일까. 작년까지 대학리그에서 론조 볼을 지도했던 스티브 앨포드 캘리포니아대학 LA캠퍼스(UCLA) 감독은 스포츠매체 ‘realGM’을 통해 옛 제자를 옹호하고 나섰다.

당초 론조 볼의 약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수비력이 오히려 그가 좋은 평가를 받는 근거가 됐다. 앨포드 감독은 “NBA에 입성한 신인들이 가장 배우기 힘들어하는 것은 ‘상대를 수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다. 론조의 수비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농구통계사이트 ‘nbamath’가 제공하는 선수평가지표 TPA에서도 론조 볼은 수비부문 36.31로 팀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공격지표에서는 뒤에서 1등이지만, 앨포드 감독은 “슛은 그의 전문분야가 아니다”며 론조 볼이 팀 동료들을 살려주는 능력을 가진 선수임을 강조했다.

여러 가지를 애매하게 잘하는 선수보다 한 분야에서라도 빼어난 실력을 보이는 선수가 NBA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훨씬 높다. 론조 볼이 패스 능력과 시야 측면에서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번뜩임을 수차례 보여준 것은 확실하다. 포인트가드 중에서는 매우 큰 키(198cm) 덕분에 리바운드 가담능력에서도 다른 가드들보다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론조 볼의 미래에 기대감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선수 본인의 의연함 때문이다. 데뷔 첫 경기에서 패트릭 베벌리에게 거친 압박을 당했을 때도, 덴버와의 지난 3일(한국시각) 경기에서 자말 머레이가 비신사적 플레이로 도발했을 때도 론조 볼은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신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석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는 그다.

앞으로 한 달 간 LA 레이커스는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필라델피아‧클리블랜드와 같은 동부의 강호들은 둘째치더라도 휴스턴 로켓츠‧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두 번씩 맞붙어야 하는 것은 엄청난 압박이다. 서부지구 1‧2위에 올라있는 이 두 팀은 제임스 하든‧크리스 폴과 스테판 커리‧클레이 탐슨이라는 리그 최고의 백코트 듀오들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장의 승리보다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레이커스와 론조 볼에겐 새로운 시험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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