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호쾌한 대타 홈런으로 팀을 승리로 이끈 최준석.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0대1로 끌려가다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동점을 만든 8회말 2사 1·3루. 타석엔 거구의 대타가 등장했다. 그가 호쾌하게 받아친 3구는 담장을 넘어갔다. 경기를 단번에 뒤집고 승리를 확정짓는 3점 홈런. 팀은 그렇게 값진 승리를 챙겼다. NC 다이노스, 그리고 최준석의 이야기다.

지난 29일, 한화 이글스와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른 NC 다이노스는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상대 선발투수가 2회말 ‘헤드샷 퇴장’을 당하는 변수가 발생했지만, 0의 행진만 계속됐다. 오히려 한화 이글스가 6회초 김태균의 적시타로 선제득점에 성공했고, 경기는 그렇게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8회말. 선두타자 스크럭스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박석민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뒤이어 도루와 상대 수비실책, 볼넷이 겹쳐 1사 만루가 됐다. 타석에 들어선 것은 ‘헤드샷’을 당한 손시헌 대신 투입된 모창민. 모창민은 타구를 외야로 보내 희생플라이로 1-1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병살 등 최악은 피했으나 가장 만족스런 결과도 아니었다.

이때 김경문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포수 정범모 대신 최준석을 내세운 것. 결과는 3점 홈런이었다. 8회말 2사 1·3루의 긴박한 상황에서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최준석이다. 그에게 걸었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이 홈런이 뼈아픈 것은 비단 한화 이글스만이 아니었다. 롯데 자이언츠 역시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날, 롯데 자이언츠는 두산 베어스에게 1-4 패배를 당하며 개막 5연패 수렁에 빠졌다. 공수양면에서 답답함이 계속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최준석이 팀을 승리로 이끈 ‘한 방’이 그 어떤 팀보다 절실하다.

사실 최준석은 지난 겨울 적잖은 맘고생을 했다. FA자격을 취득했는데, 롯데 자이언츠는 그를 붙잡지 않았고, 다른 팀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많고 활용 폭이 제한적인 그를 보상금까지 안겨주며 데려갈 팀은 없었다. 그렇게 최준석은 이우민과 함께 FA미아로 전락했다.

그때 손을 내밀어준 것은 옛 은사인 김경문 감독. 김경문 감독은 구단에 최준석 영입을 요청했고,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이적이 성사됐다. 은퇴기로에 섰던 최준석이 선수생명을 연장하게 된 것이다.

최준석을 잡지 않은 롯데 자이언츠는 역시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채태인을 데려왔다. 최준석보다 나이는 많지만, 공격적인 측면과 함께 1루 수비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채태인은 5경기에서 11타수 1안타만 기록하며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다. 타율이 1할도 넘지 못한다. 최근엔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제기하며 배트를 집어던지는 등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최준석을 보내고 채태인을 영입한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최악의 수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준석과 롯데 자이언츠는 30일 재회한다. 부산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가 3연전을 치른다. 최준석을 바라보는 롯데 자이언츠의 마음은 헛헛함을 감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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