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결정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성주군민들에게 계란을 맞았던 황교안 총리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무총리 지명권을 두고 청와대와 자유한국당의 이견이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중심제’가 다수 국민여론이라는 판단 하에 현행을 유지하는 내용을 개헌안에 담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권한분산을 개헌의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국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대로 여론은 4년 중임제가 우세하다. 지난 1월 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6%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의 변형인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는 25%였으며, 순수 의원내각제는 15%에 불과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결정은 국민의사를 반영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부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 중심제를 고집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현행 헌법상 개헌이 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에게는 임기조항만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보인다. 문 대통령도 개헌안 발의 당시 “내 개인적 이익은 하나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와 ‘4년 연임제’를 결정함에 있어 국무총리 제도를 그대로 둔 점은 다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국무총리’라는 직위 자체의 모호성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실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국무총리 제도를 병용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두고 있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면서 국무총리를 함께 규정한 것은 우리 건국헌법부터다. 이승만 대통령이 원하던 미국식 대통령 중심제와 한국민주당이 추진한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결과다.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를 가미한 형태’라고 표현되지만 실은 의원내각제로 만들어진 헌법을 대통령제로 바꾸는 과정에서 나온 기형적 형태라는 게 다수 학자들의 의견이다.

이에 1954년 2차 개헌에서 국무총리제도가 폐지됐었다. 이후 의원내각제를 취한 3차 개헌 때 국무총리제가 도입됐다가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폐지된 바 있다. 국무총리제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2년 5차 개헌이었고,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이 같은 기형적 형태의 국무총리 제도는 책임정치 구현에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된 측면이 적지 않다. 주로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국민의 지탄을 받는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 대통령은 총리교체 카드로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임명도 국민의사와 상관없이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뤄져 왔다. 더구나 헌법상 실권도 없기 때문에 ‘대독총리’라는 오명도 붙었다. 러시아나 남미국가 등 사실상 독재국가들이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면서 국무총리를 따로 두고 있다는 점은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대통령의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국무총리 제도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며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국회를 무시한다’는 정치권의 반감을 감안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헌법자문특위 관계자는 “차마 거기까지는 논의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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