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의 뒤를 잇는 괴물신인 강백호가 프로야구를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지난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신인 이정후’의 등장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 시즌을 맞은 이정후는 시범경기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공격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개막시리즈 등 극초반엔 다소 긴장한 듯 했지만,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뒤로는 누구도 이정후를 말리지 못했다.

그렇게 이정후는 고졸 신인 최초로 데뷔시즌 전경기에 출전하며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김재현이 가지고 있던 고졸 신인 데뷔시즌 최다안타(1994년, 13개)는 물론, 서용빈의 신인 데뷔시즌 최다안타(1994년, 157개)를 일찌감치 넘어섰고, 무려 179안타로 새 기록을 썼다. 또한 규정타석을 채운 고졸신인으로는 처음으로 타율 3할을 넘겼다.

신인왕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정후의 차지였다. 아버지의 존재감으로 인해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을 얻었던 이정후는 데뷔시즌을 마친 뒤 이종범을 ‘이정후 아빠’로 만들었다. 신인, 그것도 ‘역대급 레전드’로 꼽히는 선수 아들의 데뷔시즌 맹활약을 야구팬들을 무척이나 즐겁게 했다.

그런데 그 즐거움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정후의 뒤를 이을 또 다른 ‘괴물 고졸신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kt 위즈의 강백호. 이정후가 야구보단 아버지의 존재감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다면, 강백호는 범상치 않은 이름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그 이름에 걸맞게 만화 같은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달 24일 열린 kt 위즈와 기아 타이거즈의 개막전에 8번타자 좌익수로 전발출전했다. 상대 투수는 지난해 20승 다승왕 투수 헥터였다. kt 위즈 타자들은 2회까지 볼넷으로 딱 한 번 1루를 밟았을 뿐, 헥터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그때 타석에 들어선 것은 낯선얼굴의 신인 강백호. 강백호는 풀카운트에서 6구째를 때려 담장을 넘겨버렸다. 본인은 물론 모두를 놀라게 만든 홈런이었다. 신인의 패기로 깨어난 kt 위즈는 역전승으로 기분 좋은 개막전을 장식했다.

강백호의 신인 데뷔 첫 타석 홈런은 고졸신인으로서 최초의 기록. 강백호는 이후 이 홈런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해나가기 시작했다.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등 쟁쟁한 팀을 만나서도 엄청난 파워를 뽐냈다. 그렇게 강백호는 프로데뷔 후 첫 7경기에서 4홈런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주목할 점은 강백호의 홈런이 모두 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알토란같은 홈런이었다는 것이다.

강백호의 진가는 지난 5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kt 위즈가 2대3으로 뒤지고 있는 가운데, 넥센 히어로즈는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두타자 황재균은 볼넷 출루. 이때 kt 위즈는 베테랑 유한준 대신 대기멤버에 있던 강백호를 내보냈다. 고졸신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을 긴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백호는 보란 듯이 강력한 타구를 날려 1루 주자를 불러들이고 동점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패했으나, 팀을 위기에서 구할 줄 아는 강백호의 스타성은 반가운 일이었다.

이정후가 고졸신인 데뷔시즌 최다안타 기록을 경신했다면, 강백호는 홈런으로 신기록을 노리고 있다. 역대 고졸신인 데뷔시즌 최다홈런은 역시 김재현이 갖고 있다. 1994년, 21개의 홈런을 날렸다. 역시 고졸신인인 김태균이 20개, 안치홍이 14개, 이승엽은 13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20홈런은 보통 선수들에게도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전망도 다소 이른 편이 있다. 다만, 강백호는 왠지 만화를 현실로 만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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