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지향할 미래, 아시아의 축구 사관학교와 셀링 리그는 어떨까.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마스체라노와 이니에스타.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인 두 선수는 현재 중국리그와 일본리그 소속이다. 두 나라 모두 우리와 아주 가깝고, 축구적으로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등 교류가 많다. 때문에 부러움이나 아쉬움을 표하는 국내 축구팬들이 적지 않다.

중국리그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세계적 축구스타를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꽤 오래된 일이다. 디디에 드록바, 카를로스 테베즈, 니콜라스 아넬카, 호비뉴 등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은 물론, 파울리뉴나 오스카 같은 한창 전성기를 맞은 선수들도 중국으로 향했다. 감독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적 명장으로 꼽히는 스콜라리, 페예그리니, 카펠로, 그리고 젊은 축에 속하는 안드레 빌라스-보아스까지 중국 땅을 밟았다.

중국처럼 막대한 자금으로 단기간에 많은 스타를 끌어모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리그 역시 세계적인 스타들을 품은 바 있다. 브라질의 지코나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가 그랬고, 최근엔 디에고 포를란, 루카스 포돌스키에 이어 이니에스타까지 일본으로 향했다.

이들 두 나라 사이에 낀 우리나라에겐 그저 꿈만 같은 이야기다. 세계적인 선수를 영입하기는커녕, 선수 유출부터 걱정해야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 대부분이 중국이나 일본, 또는 중동으로 이적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 용병이 중국이나 일본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나 일본과 맞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장 규모 자체가 차원이 다르고, K-리그의 인기도 예년만 못하기 때문이다. 수백억을 안겨주고 슈퍼스타를 데려올 구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만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볼 수는 있다.

유럽축구를 보자.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잉글랜드와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리그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의 자금과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몰려들고, 수천억원대 이적료가 발생하곤 한다. 수백억대 이적료는 크게 관심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같은 리그는 ‘중간상’ 역할을 하며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남미에서 건너온 유망주들을 영입해 성장시킨 뒤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선수들에겐 성장 및 적응과 함께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빅리그 빅클럽에겐 조금 더 검증된 선수를 데려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5대 리그와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러한 ‘셀링 리그’가 좀 더 현실성 있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주변 요소’가 잘 갖춰져 있다. 중국과 일본, 더 나아가 중동이라는 자금력 갖춘 리그가 존재하고, 뜨거운 축구 열기와 많은 인구에 비해 인프라는 다소 낙후된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가 있다.

아시아지역의 젊은 유망주들을 불러 모을 역량도 충분하다. 한국 축구, 그리고 K-리그의 위상은 아시아에서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한류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꽤나 긍정적인 편이다. 전반적인 국가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축에 속하고, 특히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월드컵을 개최한 나라이기도 하다.

가령, 축구의 인기가 상당한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유망주를 발굴해 K리그에 데뷔시킨 뒤 그 선수를 중국이나 일본으로 진출시킨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상당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이들의 존재는 K리그에 또 다른 부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유망주 육성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 뛰어난 유망주를 확보할 수 있는 스카우팅 능력과 좋은 선수로 키워낼 수 있는 환경 및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울러 이러한 시스템이 원활히 자리 잡기까지 꾸준한 지원과 투자도 요구된다.

물론 초기 투자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성공을 100% 확신하기도 어렵고,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 과거엔 적잖은 선수들이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했다. 하지만 최근 유럽에서 활동하는 젊은 선수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유럽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성장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한국이 키운 선수라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가운데 K-리그의 수준은 점점 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금 잘 하는 선수는 곧장 중국이나 일본 등으로 건너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K-리그의 수준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고, 한국 축구 역시 약해질 수밖에 없다.

K-리그 부흥을 아무리 외친다한들,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축구가 그렇듯, 결국은 경제적인 논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셀링 리그’와 ‘아시아 축구 유망주 양성소’로의 자리매김은 경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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