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홀렌 로페테기(가운데)를 경질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우승 후보’ 스페인이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뜻밖의 변수를 맞았다. 월드컵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기존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선임한 것이다.

월드컵을 전후로 사령탑이 교체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최종예선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월드컵까지 맡길 예정이었던 슈틸리케와 결별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바 있다. 일본도 지난 4월 할릴호지치 전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도 감독을 새로 선임하는 모험을 했다. 그밖에도 본선 진출엔 성공했으나, 부족함을 느낀 일부 국가들이 본선을 위한 감독교체를 했다.

또한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국가들은 일찌감치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고 다음 월드컵 준비에 나선 상태다.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최종 성적에 따라 각국 사령탑들의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스페인의 이번 감독 교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유의 사태’다. 월드컵을 하루 앞두고, 그것도 유력 우승 후보 국가가 감독을 교체하는 일은 그동안 없었다. 본선진출국이 월드컵이 치러지는 해에 감독을 교체한 사례 자체가 드물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월드컵의 특성상 조직력과 전술적 준비가 무척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충격적인 감독 교체는 전력 강화 차원이 아니다. 훌렌 로페테기 전 감독과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이어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최근 지네딘 지단 감독의 후임으로 로페테기 스페인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감독을 맡고 있던 로페테기가 월드컵을 마친 뒤 레알 마드리드로 자리를 옮긴다는 발표였다.

스페인은 발끈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로페테기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며 월드컵을 앞두고 그를 향한 믿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로페테기는 돌연 레알 마드리드와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로페테기에게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로페테기가 월드컵에 임하는 자세에도 강한 물음표가 붙었다. 결국 스페인은 월드컵 개막을 하루 앞두고 그를 경질하는 초유의 선택을 했다.

로페테기를 대신해 스페인을 이끌게 된 것은 페르난도 이에로다. 그는 32개 본선진출국 감독 중 유일하게 자신이 선발하지 않은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그동안 월드컵이 치러지는 해에 감독을 교체한 국가들은 하나 같이 결과가 좋지 않았다. 부족한 준비기간에 따른 한계를 넘기 어려웠다.

스페인 역시 이러한 우려를 받고 있다. 마지막 담금질에 박차를 가해야할 시점에 감독 교체라는 어수선한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자칫 2014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인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낸 바 있다.

다만, 스페인은 조금 다른 존재다. 선수 구성이 워낙 뛰어나고, 특유의 색깔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탄탄한 조직력을 갖춰왔다. 감독 교체에 따른 어수선함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뜻밖의 기회를 잡은 이에로 감독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페인의 초유의 선택은 과연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2018 러시아월드컵을 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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