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8 플레이오프에서 격렬하게 르브론을 수비하는 랜스 스티븐슨의 모습. 두 선수는 몇 시간의 차이를 두고 나란히 LA 레이커스 입단 소식을 알렸다. <뉴시스/AP>

[시사위크=하인수 기자] 곱씹을수록 재미있는 팀이 생겨났다. 팀원들의 성격이나 전술적 다양성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 간에 얽힌 스토리 때문이다.

올해 여름 LA 레이커스는 르브론 제임스를 전격 영입하며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호성적을 위해선 에이스의 뒤를 받쳐줄 좋은 선수들이 필요하다. 레이커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으로 나온 롤 플레이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런데 그 면면이 하나같이 르브론과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했던 ‘헤이터’들이다.

우선 과거 르브론의 앞길을 수차례 가로막았던 기억이 있는 라존 론도가 레이커스에 합류했다. 2000년대 후반, 폴 피어스·케빈 가넷·레이 앨런의 빅3 체제를 구축한 보스턴 셀틱스는 르브론의 클리블랜드가 끝내 넘지 못한 벽이었다. 보스턴이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클리블랜드를 꺾고 우승까지 차지했던 2007/08시즌부터 보스턴의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론도는 특유의 모난 성격과 넘치는 승부욕 때문에 르브론과 자주 마찰을 빚곤 했다.

인디애나에서 1년 450만달러의 계약을 받고 합류한 랜스 스티븐슨은 어떤가. 그는 지난 2014년 시합 도중 심판의 휘슬을 기다리던 르브론에게 다가가 귀에 바람을 후 불어넣는 기행을 벌였다. 당시 르브론이 지었던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은 스티븐슨의 한없이 진지한 얼굴과 대조돼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했으며, 지금도 NBA 커뮤니티에서는 당시의 사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티븐슨은 지난 2017/18 플레이오프에서 인디애나와 클리블랜드가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일 당시 거친 수비와 쇼맨십으로 르브론의 신경을 박박 긁기도 했다.

한편 레이커스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헤이터도 있다. 2년차 신인 카일 쿠즈마가 그 주인공이다. 쿠즈마는 자신이 만 16세였던 2012년, 트위터에 르브론을 한껏 희화화한 트윗을 올렸는데 이것이 데뷔 후에 팬들에게 발견됐다. 르브론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동부에서만 뛰었다는 점과 슈퍼 팀을 결성하며 마이애미로 이적했던 결정, 그리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탈모와 복잡한 가정사까지 싸잡아 조롱한 이 트윗은 그 높은 수위 때문에 화제가 됐다. 선수로서 르브론을 상대하며 느낀 존경심 때문인지 예상치 못하게 동료가 된 압박감 때문인지, 현재 쿠즈마는 언론과 트위터를 통해 르브론에게 갖은 환영사를 건네는 중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르브론의 머리가 아파올 만한 선수구성이지만, 아직 한 가지 시나리오가 더 남아있다. 샐러리 캡의 여유가 있는 레이커스는 내년 여름에도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골든 스테이트의 파워 포워드이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르브론 헤이터’인 드레이먼드 그린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자유계약시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린은 정통파 센터가 없는 ‘스몰 볼’ 농구에 최적화된 선수다. 만약 레이커스가 내년 여름 그린을 영입한다면, 론도와 스티븐슨, 쿠즈마, 그린과 함께 코트를 밟는 르브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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